특질고(特質考) - 특별난 성질을 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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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영수는 <특질고>란 제목의 단편 소설을 현대문학지에 게재했다. 40여 년 전 얘기다. 소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서울 사람, 경기도 사람, 강원도 사람,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사람들의 인성과 특수성을 회화화하여, 같이 웃어보자는 뜻도 있고 꼬집는 성격의 내용이었다.
예를 들자면 경상도 사람은 보리문둥이고, 강원도 여자들은 비탈 00이요, 충청도 사람은 바위가 굴러도 <아버지...>하다가 아버지가 돌에 치여 죽은 다음에야 <돌 굴러온다니까 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라도 사람은 표리부동하다고 썼다. <표리부동:表裏不同>즉 이 말은 전라도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다> 가히 핵폭탄 급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전라도 사람들은 대노 했다.
광주에서 시작된 오영수 규탄은 전국을 휩쓸었다. 경상도의 문둥이도 강원도의 비탈 00도, 허허 웃고 넘어갔는데, 유독 전라도의 <표리부동:表裏不同>은 일제 히 칼을 갈았다. 현대 문학지 불매 운동의 여파로 현대 문학은 결국 폐간되고, 작가 오영수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사과문을 전국 일간지마다 게재하고 붓을 꺾고 잠적했다. 그리고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타계했다. 펜 끝에 신랄함을 실었다가 자기의 명을 재촉한 것이다.
필자는 30대 젊은 시절에 중장비 기사로 동아건설과 삼환기업에서 근무했다. 대표적인 국내 공사로는 창원시 도시개발공사 광주 대구 간 88고속도로 남원 현장 공사, 대구 마산 간 진영 터널 공사 속초시 도로포장공사, 그리고 전라남도 여천 화학공단 도로포장 공사 등이다. 여천 공단 공사 때다.
그때 필자의 나이 30대 초반이었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당시는 건설사 직원들이 술이라도 한잔하고 여가를 즐기려면 수 킬로 떨어진 여수까지 가야 했다. 한잔하려고 갔다가 현장에 들어올 때는 어김없이 눈탱이 가 밤탱이 되어 들어왔다. 여수지역 조폭들에게 매를 맞고 오는 거다. 간혹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맞서 싸우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골치를 앓았다.
중기원 들의 발을 묶어 놓을 수도 없고 나갔다 하면 맞고 들어와 며칠씩일을 못하니 공사에 차질이 날 수밖에 없었다. 궁리 끝에 지역 조폭 두목을 공사에 참여 시켰다.
이름하여 <안전과장> 물론 이름만 걸어 놓고 월급만 받아 가는 거다. 그 후로 매 맞고 들어오는 자가 없었다. 전국 방방곡곡 다니며 공사를 했지만 외지인이라고 두들겨 패는 고장은 여수뿐이었다.
지금이야 안 그러겠지... 안 그래야지 하고말고....
작가 오영수의 특질고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