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웃어 볼까요?
잘생긴 청년이 아주 잘생긴 처녀와 데이트한다. 남의 눈을 피하느라 호젓한 길을 걷다 보니 너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와 헤매게 됐다.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나고... 그때 하늘이 도왔는지,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연못에 당도했다.
<나, 물 마실래...>
"나도..."
청년과 처녀는 허겁지겁 물가에 엎드려 물을 마셨다. 양껏 물을 마신 청년은, <우와~이제 살 것 같다.>
어? 그런데 함께 엎드려 물을 마시던 처녀가 없다.
<어,... 어데 갔지?> , <청아~ 심청아 너 어딨어...?>
아무리 불러도 처녀의 종적이 없다. 청년은 그만 통곡을 한다. 그때, 나무꾼과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처럼 연못 속에서 신령님이 나타났다.
"청년은 무엇 때문에 그리 슬피 우는고?" 청년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같이 엎드려 물을 마시다가 병신 같은 게 거꾸로 처박혀 물속에 빠진 것 같습니다. 요~>
신령님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이렇게 중얼댄다. " 자식이 말하는 게 영~싸가지 없네..."
한참 후에 신령님은 한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청년이여, 이 여인이 그대가 잃어버려 그리도 애통해 하며 찾는 여인인가?"
<아닙니다 요, 이 여자 같으면 제가 찾지도 않습니다.>
"이 여인이 어때서?"
<제 애인은 코가 오뚝하고 조각해 놓은 것처럼 잘 생겼습니다.. 이 여자는 들창코 아닙니까? 보세요.>
"코야 아무러면 어때? 콧구멍이 시원하게 뚫려 숨만 잘 쉬겠구먼, 싸가지 없는 놈..."
신령님은 여자를 남겨두고 다시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만에 또 한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청년이여, 이 여인이 그대가 그리 슬퍼하며 찾는 여인인가?"
<아닙니다요. 이 여자 같으면 제가 슬퍼할 이유가 없지요. 눈을 보세요? 제 애인은 완전 반달형 눈에 눈꺼풀이 얍삽해서 쌍꺼풀이 기가 막힙니다. 그런데 신령님도 눈이 있으면 보세요. 뱁새 눈에 눈퉁이는 밤탱이고 위로 찢어져 성질 깨나 있어 보이는데...!>
"자식은 말도 많고 탈도 많에, 양쪽 시력 2.0이면 최상급 눈이지?... 자식이 싸가지 없기는..."
신령님은 두 번째 여인도 남겨 놓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 여인이 올라왔을 때는 청년은 아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신령님이 말했다. "청년이여 이 여인이 그대가 애타게 찾는..."
<아닙니다, 제 애인은 이런 뚱땡이가 아닙니다요.>
" 이놈아, 뚱뚱 하긴 뭐가 뚱뚱해 물속에 오래 살다 보니 물에 불어서 그렇지 네놈도 물속에서 몇 시간 있어봐 몸이 붓나 안 붓나, 어서 이 여자들 셋 다 데리고 가..."
<싫습니다, 제 애인 찾아 주세요. 이름은 심청이고요. 눈은 반달 같은 눈에 코는 조각 같고 입술은 앵두요. 허리는 나긋 나긋하기가 수양버들 같은...>
" 이놈아! 그 여자는 내가 벌써 쓱싹했어, 내가 데리고 살 거야! 저 애들이나 데리고 가 이 싸가지야~"
© saffu,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