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콘텐츠로 500만 다운로드 만들기
누구나 자신만의 가설을 가지고
창업에 나선다.
창업은 그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
성공한 가설도, 실패한 가설도
스타트업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어떤 가설을
어떻게 검증해 왔을까.
멋진 스타트업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이른바 '스타트업 성공의 가설'이다.
엔라이즈는 익명 SNS '모씨'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는 2011년 창업 후 몇 번의 '피벗(Pivot)'을 거쳐 2014년 11월 모씨를 출시했다.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과 사연을 올리는 모씨는 익명 SNS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현재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넘어섰다. 엔라이즈는 모씨 출시 후 총 3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
가설 1. 무딘 칼 여러 개 보다 날카로운 송곳 하나가 더 낫다
"페북과 인스타,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 각종 커뮤니티 등 스타트업이 이용할 마케팅 채널은 많아요. 보통은 이 서비스들을 복수로 운영하죠. 저희 전략은 '멀티 채널은 필요 없다. 우리는 페북만 팬다'였어요. 페북에서 모씨 콘텐츠가 가장 큰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페북만 확실히 이해하면 다른 채널로 알아서 바이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딘 칼 여러 개 보다 날카로운 송곳 하나에 집중했죠. - by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
<모씨 서비스 화면>
엔라이즈는 페북을 주력 마케팅 채널로 삼아 모씨 앱 500만 다운로드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엔라이즈가 페북에 집중한 이유는 2가지다.
1.모씨 콘텐츠의 진실함이 페북에서 통할 거다.
2.콘텐츠 반응을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은 페북이다.
페북과 인스타 콘텐츠는 화려함과 예쁨, 자랑이 대부분이다. 반면 모씨에는 페북에서 볼 수 없는 힘들고, 우울하고, 가끔은 지질하고, 또 가끔은 패기 넘치는 유머가 주를 이룬다. 익명 덕에 어디에도 쉽게 터놓을 수 없는 연애 고민, 부모님과의 갈등, 취업 실패 후 좌절, 과감한(?) 개그 등 자신의 속마음을 진실하게 얘기한다. 엔라이즈는 이 진실함이 화려함에 지친 페북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을 거라고 믿었다.
예상대로 모씨의 콘텐츠는 페북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포스팅 1번에 좋아요 1만 개 이상을 얻는 콘텐츠가 1주일에 하나씩 나왔고 유기적 도달은 주 1000만을 넘었다. 좋아요와 댓글, 공유가 폭발하며 모씨 콘텐츠가 사용자 피드를 점령했다. 모씨 페북 페이지로 '내 피드에 계속 보이는데, 모씨가 도대체 뭐예요?'라는 문의가 쇄도할 정도였다. 콘텐츠 인기는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앱 다운로드도 급증했다. 2015년 5월 콘텐츠가 대박 나면서 하루 다운로드 15만 건을 돌파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앱 1위를 찍기도 했다.
<모씨 페이스북 페이지>
당연히 모든 콘텐츠가 페북에 올리기만 하면 대박 나는 건 아니었다. 꾸준한 테스트로 페북 대박 콘텐츠를 선별하는 엔라이즈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가장 빨리 콘텐츠 반응을 확인 수 있다는 게 페북의 최대 장점이에요. 페북에 올리면 10분 안에 승부가 나요. 콘텐츠를 올리고 5분 안에 앱 신규 회원이 50명 이상 유입되고, 10분 안에 페북에 '좋아요'가 1000개 이상 찍히면 좋은 콘텐츠에요. 이런 콘텐츠는 유료 광고비를 집행해 도달을 높여요. ”
엔라이즈는 페북에만 집중했지만 다른 플랫폼에서도 모씨 콘텐츠는 인기를 끌었다. 대박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알아서 각종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 퍼날랐다. 네이버에서 모씨를 검색하면 대박 콘텐츠 제목이 연관검색어로 나올 정도. 그렇게 '날카로운 송곳 하나가 무딘 칼 여럿보다 낫다'라는 엔라이즈의 가설이 증명됐다.
<사용자들이 스스로 바이럴 한 모씨 콘텐츠들 >
가설 2. 빨리 실패하면 성공이 빨라진다
"모씨를 시작할 때 저희 팀의 모토는 '빨리 실패하자'였어요. 빨리 실패해서 빨리 부족한 점을 찾고 이를 보완해 다시 테스트. 모씨는 딱 2달 개발해 세상에 나왔어요. 2달 만에 개발할 수 있게 기획했고 프로토타입은 일주일 만에 만들었죠. 마케팅을 위한 페북 콘텐츠도 마찬가지예요. 빨리 실패하고 다시 테스트하며 효율 좋은 콘텐츠 패턴을 찾아갔죠. - by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
처음 엔라이즈는 2주에 1번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노출했다. 여느 마케팅 부서처럼 1주일 동안 기획하고 1주일 동안 제작했다. 그러다 보니 빠른 실패가 되질 않았다.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고 사용자가 열광하는 콘텐츠 패턴도 달라지는데 한 번 실패에 2주의 시간은 너무 길었다. 그래서 실패의 시간을 1주일로, 다시 3일로, 최종 하루로 줄였다.
엔라이즈 마케팅팀은 오전에 콘텐츠를 기획하고 오후에 제작, 퇴근 전에 노출을 완료했다. 다음날 출근해 전날 콘텐츠 효율을 체크하고 다시 오전 기획, 오후 제작, 퇴근 전 노출을 반복. 이렇게 앱을 출시하고 6개월 동안 총 120개의 콘텐츠를 제작해 페북에 뿌렸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콘텐츠 타입을 테스트했다. 대학생 필수 앱 best 5, 모씨 사용법, 사용자 사연 소개 등등. 시간이 흐르고 실패가 쌓이자 조금씩 콘텐츠 효율이 높아졌고 효율이 높아질수록 모씨 앱으로 유입되는 사용자도 늘었다.
<속마음을 터놓으며 익명으로 소통하는 모씨 사용자들>
변곡점은 2015년 4월 말이었다. 대박 콘텐츠 패턴을 찾으면서 다운로드가 폭증했다. 테스트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노출한 결과 2015년 4월까지 30만 건에 그쳤던 다운로드 수는 2달 후인 6월 150만 건으로 늘었다.
"실패의 시간을 하루 한 번으로 줄이면서 페북 사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 주제, 감성, 노출 타이밍 등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겼어요. 이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배포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죠. 물론 트렌드가 변하고 비슷한 패턴에 독자들이 질려 하면 어렵게 얻은 인사이트의 효용도 끝나요. 그럼 다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기 위해 실패를 반복하죠. 이런 반복 덕에 모씨 앱 500만 다운로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설 3. 트래픽이 커지면 알아서 비즈니스모델이 생긴다
"처음 모씨를 기획할 때 뚜렷한 비즈니스모델(BM)을 고민하지 않았어요. 인터넷 서비스는 트래픽만 모으면 돈이 된다고 믿었죠. 그래서 초반에 트래픽 고민만 하고 BM은 고민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BM 테스트가 늦었고 지금은 큰 실수라고 생각해요."
페북 마케팅에선 빠르게 가설을 테스트하며 성과를 냈지만 BM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실패하자'라는 엔라이즈의 가설이 적용되지 않았다. 알아서 좋은 BM이 생길 거라 기대했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았고 서비스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효율 좋은 BM을 찾아서 붙여야 했다. 현재 엔라이즈는 모씨 내 인앱결제 모델과 광고 모델을 테스트 중이다. 테스트가 늦었던 만큼 트래픽 대비 매출은 아직 원래 기대 수준의 25% 정도다.
<비즈니스모델 테스트가 진행 중인 모씨 앱>
"트래픽만 있으면 저절로 BM이 생길 거라는 가설은 틀렸어요. 가설은 틀릴 수 있는데 너무 늦게 검증을 했다는 게 더 큰 문제였죠. 뒤늦게 인앱결제와 광고 모델을 적용하면서 여러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가설 검증이 늦었던 만큼 아직도 갈 길이 멀죠. 다행인 점은 서비스에 가치를 느끼는 사용자라면 얼마든지 비용을 지불한다는 걸 확인했다는 거예요. 혹시 뚜렷한 BM 없이 일단 트래픽 모으는 데 열중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BM 적용은 빠를수록 좋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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