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위노] 9. "사법농단의 시작점" : 상고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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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시사·상식에 힘을 실어 드릴 나위노(Now We Know)에요. 이 글을 읽고 나면, '나 이거 알아.'라고 말할 수 있게 도와드리려 해요!
9. “사법농단의 시작점” : 상고법원
까도 까도 끝이 없는 게 양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또 있었네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이에요. 수개월 째 양 전 대법원장이 신문 1면을 도배하고 있어요. 양파처럼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사법농단에 당황스러울 지경이에요.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놨다 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반드시 알아야겠죠? 사법농단을 이해하기 위해선 상고법원을 짚고 넘어가야 해요. 사법농단을 이해하는 키, 상고법원을 알아봅시다!
상고법원 사려고 삼권분립 팔다
한국의 사법은 3심제예요. 지방법원에서 1심을, 고등법원에서 2심을, 마지막으로 대법원에서 3심 최종 판결을 받는 시스템이에요. 3심제를 보장하는 이유는 억울하거나 잘못된 판결을 방지하기 위함이에요. 1심 판결이 억울할 경우에 2심, 3심에서 다시 판결받을 기회를 주는 거예요. 이때, 재판결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가 있어요. 1심에서 2심으로 넘어가는 것을 ‘항소’, 2심에서 3심으로 넘어가는 것을 ‘상고’라고 합니다.
우리가 주목할 단어는 상고예요.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세워요. 즉, 3심을 상고법원과 대법원이 나눠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시도해요. 사회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사건들은 대법원에서 처리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사건들은 상고법원에서 처리하는 효율적인 사법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거죠.
문제는 취지가 아니라 방법이었어요. 양 전 대법원장은 삼권분립 원칙을 잊은 채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해요. 대법원 판결을 볼모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거예요. KTX 승무원을 코레일과 근로 계약 관계가 아니라고 판결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무죄 취지 파기환송 하는 등,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정부의 입맛에 맞게 판결을 내려요. 더 나아가 양 전 대법원장은 앞으로도 청와대 국정 운영에 대한 지원과 협조를 약속해요. 이렇게 정부의 환심을 사면서 상고법원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여기까지 정리해 볼게요. “상고법원 도입을 원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환심을 사고자 정부의 입맛에 맞는 3심 판결을 내렸다. 행정부(정부)와 독립하여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할 사법부는 그렇게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렸다.”
상고법원으로 법관을 통제한다
이쯤 해서 궁금해집니다. 판사를 직업으로 삼을 만큼 똑똑하신 분이, 그것도 법관의 최고 명예직이라는 대법원장까지 오르신 엘리트가, 무슨 이유로 삼권분립을 훼손하면서까지 병적으로 상고법원을 고집한 것일까요? 놀랍게도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통해 ‘판사 장악’을 노렸다고 합니다.
판사(법관)는 헌법으로 독립성이 보장돼요. 판사A가 사건B를 유죄라고 판단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대법원장이 사건B를 무죄라고 판단해도 판사A에게 무죄 판결을 강요할 수 없어요. 판사A는 독립적으로 양심과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할 권한을 갖기 때문이에요. 판사A가 대법원장에게 휘둘리지 않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판사A를 통제할 수 있는 카드는 하나예요. 바로, ‘승진’입니다. 판사 사회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법원 행정처 차장->대법원’으로 이어지는 공연한 승진 코스가 있다고 해요. 이 중 한 단계라도 밟지 못하면 승진은 실패합니다. 그런데 인사권은 누가 갖고 있다? 대법원장! 그러니까, 인사권을 소유한 대법원장은 말 안듣는 판사A를 부장판사 안 시켜주고, 그러면 판사A는 출세를 못합니다. 판사A가 승진을 원한다면, 대법원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요.
양 전 대법원장이 취임한 2011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그때 당시에는 지방법원 법관과 고등법원 법관의 트랙을 분리하여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개념을 없애는 안이 이야기되고 있었어요. ‘고등법원 부장판사->법원 행정처 차장->대법원’으로 이어지는 승진 코스를 없애겠다는 거죠.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에선 판사를 통제할 수 있었던 ‘승진’이라는 무기가 사라지는 위기(?)에 처한 거예요.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이 상고법원이라고 합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라는 승진 코스를 대신해 상고법원을 끼워 넣으려 했어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코스가 사라져도 상고법원으로 새로운 승진 코스를 만들어 판사 통제를 계속하겠다는 계획인 겁니다. 익명의 소장 판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해요. “공교롭게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후부터 상고법원이 본격 추진됐다. 더 공교롭게, 상고법원이 좌절된 후에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가 은근슬쩍 살아났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볼게요. “헌법으로 독립성이 보장된 판사를 통제할 대법원장의 무기는 승진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코스가 사라지려고 하자,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도입해 판사 통제를 유지하려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판사 통제를 위해 삼권분립의 원칙도 져버린 채 상고법원을 추진했어요. 그 피해는 판결 거래의 희생양이 된 일반 시민이 받았어요. 피해 받은 시민들은 양 전 대법원장을 고소한 상황입니다. 사건이 너무도 방대하고 심각하여 쉽게 마무리 될 것 같지 않아요. 끝까지 지켜봅시다!
아래는 참고할만한 자료와 기사입니다. 특히, 첫 번째 링크 기사는 이번 글의 주된 출처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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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입추는 지났는데 아직 한여름인 아이러니. 너무 덥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