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김어준: 정치적 감수성과 정치적 편향

in #kr-politics7 years ago

노무현 정권에서의 실패를 노무현이라는 정치지도자의 죽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다. 그렇게 존경하던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고통 받으며 결국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지자들의 감수성을 조롱해선 안된다. 마틴 루터 킹을, 케네디를 존경하는 이들을 조롱할 수 없듯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정치인 개인에 대한 존경과 지지를 그 누구도 조롱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그 정권이 실행했던 정책의 실패까지 가려선 안된다. 노무현 정권이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훌륭한 정책을 펼쳤고, 국가의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 정권에서도 여전히 경제양극화는 악화일로에 있었고, 실업률은 증가했으며, 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책의 기틀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권의 잘못에 비하면 작은 치부일 수 있으나, 그 어느 정권도, 그 어느 정치인도 완벽할 수 없다. 한 정치인에 대한 사랑이 그를 신으로 만든다면, 그건 종교일 뿐이다.

2016년 겨울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의 등장처럼 한국사에서 격동적인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그 추운 겨울,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직접민주주의의 가치를 평화적으로 증명하며 박근혜라는 한국사의 한 상징을 격멸했고, 결국 정권을 바꿔냈다. 문재인 정권은 바로 그 촛불에 빚지고 있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적폐 정산과 정치개혁 노력은 정권이 끝날때까지 모멘텀을 잃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필연적으로 지고 걸어야 하는 짐이 있다. 노무현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유시민은 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에 동참한 이들을 욕할 생각은 없다. 나는 그들이 고통당한 역사와, 그들의 정치적 감수성을 잘 이해한다. 하지만, 지식인은 지식인이다.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펜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이들이며, 펜은 권력을 겨누고 사회를 어루만짐으로써만 의미를 얻는다. 그 의미에서 벗어난다면 지식인은 나팔수가 될 뿐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조차 도박판으로 변해버린 비트코인 시장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세련된 방식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정부가 내린 판단을 지지한다. 문제는 다음이다. 어떻게 세상을 바꿀 이 기술을 국가 발전을 위해 껴앉을 것인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나눠 보는 시각도 편협하다. 그 둘은 상보적이다. 그것이 내가 현 정부의 인문학적 색깔을 걱정하는 이유다. 과학기술이 문재인 정부의 약점이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쉬이 도울 방법도 없다. 그건 정권의 철학에 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시민과 김어준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한국사회의 지식인이다. 최근 유시민이 비트코인을 사기라고까지 말한 것 같다. 그의 견해는 존중한다. 다만, 나는 이 두 거인이 노무현에 대한 정치적 감수성에 눈 멀어, 정치적 편향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과학기술과 관련한 정치적 사안이라면, 나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임에도 그 정부의 능력을 의심할 충분한 근거들을 갖고 있다. 어느 정부나 그랬듯, 완벽할 수 없다. 나는 과학기술에 관한 일이라면, 현 정부의 이익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편향된 지식인들의 말만 들을 깜냥밖에 없다면, 바로 그 다음의 단계로 한국이 나아갈 길에서, 그 닫힌 귀는 큰 적폐로 남을 것이다.

검찰개혁 발표를 들었다. 이미 말했지만, 정치적 개혁에 있어 문재인 정부보다 뛰어날 정부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가의 시스템을 위한 철학, 우린 그 너머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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