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랜선 이야기
정확히 1995년 내가 15살때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컴퓨터를 사주셨다. 컴퓨터 학원을 다녀본적도 없고 컴퓨터를 만져본적도 없는 나는 그저 이 기계가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처음 만난 녀석은 바로 나홀로집에 꼬마주인공이 CF모델로 나왔던 그제품 바로
"심포니홈"
세련된 일체형의 컴퓨터였던 이녀석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난 녀석과 함께 IT세계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95가 기본 탑제되어 있었으며, 펜티엄 프로세서를 달고나온 녀석이다. 당시 동네 친구들 집에 있는 컴퓨터보다 사양이 월등히 좋았고 다들 DOS 혹은 윈도우3.1을 쓰던때였던걸로 기억한다.
윈도우 95 운영체제를 썼지만 PC사랑 컴퓨터 잡지에서 주는 부록CD안에 들어있는 데모게임들은 대부분 DOS에서 구동되는것들뿐이었다.
처음 컴퓨터를 설치할때 기사아저씨가 한 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천리안 쿠폰을 주고 갔는데 이게 나의 인생을 바꾸게된 계기가 된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프로그램으로 atdt 01420 (맞나?ㅋ) 암튼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프롬프트가 깜빡이는데 여기에 위 명령어를 치면 요란한 모뎀소리와 함께 천리안으로 접속되었었다.
뚜뚜뚜..띠띠리리리 이러한 모뎀소리가 처음엔 엄청 시끄러웠고 특히 밤에는 가족들에게 엄청 민폐였었다.
여튼 천리안에 접속한 나는 1번, 2번 키를 누르며 메뉴 하나하나를 들어가보고 신기해었었다. 그리고 채팅방이라는 메뉴에 접속한 나는 신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아무방에 처음 접속한 나는 멀뚱멀뚱 가만히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이"
"방가방가"
이때 사실 채팅방이라는데 처음 입장해봤기 때문에 로보트인줄 알았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까? 혼자놀고 있는줄 알았는데 이게 로보트가 아니라 사람들이었다는게 너무 놀라웠고 신기했다. 그때 당시 중2였던 나에게는 모든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 채팅에 빠지고 결국 수십만원의 전화세 폭탄을 부모님께 안겨다 주었다. 결국 모뎀선은 가위로 잘려지고 한동안 PC통신은 할 수 없었다.
부모님께 많이 혼났지만 그렇게 포기할 내가 아니다. 이미 한 번 PC통신의 맛에 중독된 나는 부모님을 설득시키기 위해 짱구를 굴렸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 코스프레를 두달여간 진행한 결과 PC통신을 하루에 조금씩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다.
그리고 그때 모뎀 속도도 점점 빨라지게 되었고 천리안 뿐만 아니라 하이텔, 나우누리, 에듀넷 그리고 사설 BBS 등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접속하고 있는 자체가 모두 돈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정보를 얻고 갈 수 있도록 루트를 미리 머릿속으로 구상했었다.
그리고 몇년후
고2정도 되었을까, 컴퓨터실에 랜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보다 빠른 속도로 PC통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과 피파 게임을 멀티플레이로 즐기고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하게 된다.
그리고 주변에 PC방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때 친구들하고 모여서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 고등학교 졸업하면 PC방 차려보자.." 하지만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 PC방을 차리겠는가..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이 두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PC방들은 오픈하면 무조건 대박나는 사업모델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지금처럼 PC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 스타크래프트 할때나 PC방에 갔지 대부분 축구와 농구를 하며 방과후 시간을 즐겼던거 같다.
참, 나는 PC통신을 하면서 한가지 접했던게 있는데 바로 글자로 채팅하면서 게임하는 텍스트 머드게임이었다. 이 머드게임에 한 번 중독되니 채팅보다 더 심하게 빠지게 되는데 이때 처음으로 머드게임 유저들과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났는데 지금 다들 잘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점점 DOS환경에서 윈도우 환경으로 트랜드가 바뀌게 되는데 인터넷을 접하기 전에 그래픽 인터페이스 통신환경인 유니텔도 잠깐 접했었다.
여기서 C언어 프로그래밍을 배우게되고 동호회 모임도 한 번 나가보았는데, 다들 실력있는 분들이라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ㅋㅋ
윈도우 버전도 올라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DOS 환경은 잊혀져 간다.. v3 백신, 터보 백신.. 수 많은 바이러스를 치료해주는 고마운 프로그램을 더이상 못보다니..
터보백신은 윈도우환경에서 나는 더이상 만날 수 없었고 윈도우 환경에 맞춰 나온 v3 백신만 이용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com 버블이 있었던 시기라고 하는데 그때 난 그저 인터넷을 하는것만 즐겼지 닷컴버블이 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검색했던 엠파스, 라이코스 그리고 이메일과 동아리 활동을 하기위해 가입했던 다음,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면 답변해주는 네이버의 지식인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지금의 포털 사이트 왕좌에 앉은것은 결국 네이버지만 어릴적 추억은 다음에 더 많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접했던 지금의 SNS가 바로 싸이월드!
미니홈피 꾸미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던 싸이월드. 도토리 모으는것도 재밌고 친구들 사진과 방명록에 글남기고 소통하는 재미가 있었다.
싸이월드는 내가 2006년 호주를 갔다가 2007년 돌아올때까지도 열심히 했었던 곳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싸이월드를 등하시하게 되는데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놓고 떠났었던거 같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SNS 의 끝판왕 페이스북을 접하게 된다. 나는 2007년 호주에 있을 때 외국인 친구들이 페이스북을 하는걸 보고 처음 가입했는데 그때만해도 한글 서비스가 안되서 영어로만 주고받았던걸로 기억한다. 아직도 지금 페이스북 이름은 옛날 그대로 영문이름으로 되어있다.
점점 페이스북이 글로벌하게 움직이면서 한글도 지원하게 되고 모바일 필수 앱이 되면서 사람들이 무섭게 가입하기 시작하면서 싸이월드와는 완전히 작별인사를 하게 된다.
트랜드는 영원한것이 아니고 변화를 인정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몰락하게 된다는것을 싸이월드를 보며 많이 느끼게 되었다.
어쨌거나 꽤 오랜시간동안 싸이월드의 업데이트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몇년전에 업데이트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접속을 시도해보았으나, 지금의 페이스북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예전처럼 싸이월드를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 그렇게 조용히 보내준 사람이 많은걸로 기억한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어제 문득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의 과거사진이 퍼레이드가 올라와 찾아보게 된건다.
오랜만에 싸이월드에 접속하여 과거에 사진과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로워 이렇게 스팀잇에 나의 랜선 이야기 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게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트랜드가 자리잡을지 모르겠지만 일기장처럼 쓰던 티스토리 블로그 계정이 막히면서 상실감이 컸었는데 이렇게 스팀잇이라는 플랫폼 덕분에 새로운 일기장이 생기게 되어 다행이다.
일기장 재미있게 봤네요ㅋ
추억팔이좀 해봤습니다 ㅎㅎ
추억 돋네요 ㅋㅋㅋ
저도 예전에 하이텔 시작할 때 만든 아이디를 아직까지 쓰고 있죠.
pc통신하면서 등짝 안맞아본 사람은 없을 것이고,
다들 채팅하면서 밤을 지새웠죠.
pc방 처음 생기던 시절에 가격이 시간당 2천원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1천원...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도토리야말로 가상화폐였죠. 싸이월드라는 플랫폼에서 뭐든 할 수 있는 돈.. 도토리..
글 많이 써주세요 ~ ㅋ
저도 그래요 ㅎㅎ 어릴적 만든 아이디가 지금까지 이어지는거보면 신기하기도하고 ^^
sitha 님도 한 채팅 하셨군요 ㅎㅎ 생각해보니 싸이월드 도토리가 지금의 가상화폐와 다른게 없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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