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투 레슬매니아 34 - 프롤로그
로드 투 레슬매니아 34 - 프롤로그
Road to Wrestlemania34 - prologue
2018년 1월 1일, IB스포츠는 WWE의 TV 쇼 RAW와 SMACKDOWN!의 생방송 중계가 결정 되었습니다. 스티브 오스틴, 언더테이커 등 익숙했던 슈퍼스타들은 이제 2주 전 진행된 25주년 RAW에서 게스트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세대교체가 많이 진행되었고, WWE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드웨인 존슨(더 락)은 전업 영화배우가 되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워커( (현재 WWE는 단체 소속 선수들을 '프로레슬러'로 인정하지 않고 '슈퍼스타'나 엔터테이너' 등으로 부릅니다.)들이 각자의 스토리를 쌓아가며 WWE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짜고 치는 싸움을 무슨 재미로 보느냐’고 하지만, 결과를 모르고 매주 이어지는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즐거움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실 겁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특히 4월에 진행하는 레슬매니아는 WWE 내 최대, 최고의 무대이며, 1월 말에 진행되는 ‘로얄럼블’부터 ‘레슬매니아’까지의 이 시기는 WWE 그 해 스토리라인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합격투기의 등장, 각본의 존재 유출 등을 비롯한 여러 이슈로 인해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많이 떨어졌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올해 레슬매니아까지의 WWE 내 스토리를 스팀잇에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프로레슬링의 스토리라인을 재밌어하는 이유는, 현실과의 불투명한 경계 때문입니다. 이런 경향성이 생긴 건 프로레슬링에 각본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볼 수 있는데, 상품성이 좋은 스타나, 높은 사람(최고 경영자인 빈스 맥맨, 혹은 후계자인 그의 사위 트리플 H)의 눈에 든 스타는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재 WWE의 가장 상품성이 좋은 스타는,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는 존 시나입니다.
존 시나
fightful.com에서 분석한 2017년 WWE 스타들의 상품판매 분석량
존 시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압도적인 상품 판매량을 바탕으로 강력한 푸쉬를 받았고, ‘Hustle, Royalty, Respect', 'Never give up’ 등 꾸준함과 성실함을 어필하며 WWE의 탑페이스(최고 선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인기에 비해 부족했던 경기력과 설득력 없는 각본에 매니아층은 반감을 보냈고, 존 시나는 십수년째 선역이면서도 야유 반 환호 반의 아이러니한 반응을 받게 됩니다.
존 시나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라이벌은 에지였는데요. 에지의 캐릭터는 존 시나와 정반대로 챔피언이 되기 위해 그 어떤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비열한 악역이었습니다. 에지의 캐릭터를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2006년 뉴 이어즈 레볼루션이었는데, 당시 ‘머니 인 더 뱅크’라는 언제든 챔피언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던 에지가, 존 시나가 다른 5명과의 철창 구조물 경기(일리미네이션 챔버)에서 혈투 끝에 승리한 이후에 사용하여 처음 챔피언에 올랐던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뉴 이어즈 레볼루션에서 처음으로 챔피언 벨트를 얻게 된 에지. ![cm.jpg]
2000년대 중반부터 2011년까지, ‘바른 생활 사나이’ 존 시나와 ‘권력에 미친 무뢰배’ 에지를 중심으로 라이벌리를 구축하며 이어지던 스토리라인은, 큰 몸집에 거친 경기 방식을 고수하던 에지의 목 부상에 의한 갑작스런 은퇴로 붕 떠버립니다. 이에 WWE는 대체 카드로 옛날에 ‘가장 잘 나갔던’ 레슬러들, 이제는 영화배우로 더 익숙한 ‘더 락’이나 레슬매니아 20 이후 UFC에 진출했던 ‘브록 레스너’ 등을 파트 타임으로 투입하고, 구 아이콘 vs 신 아이콘, 더 락 vs 존 시나의 스토리라인을 2년간 레슬매니아 메인에서 진행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오랫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면서 최고의 위치에 가기까지 기다리던 풀타임 워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지요. 특히 인디 단체들에서 인정받고 WWE로 온 후 악역으로서 주가를 올리던 CM펑크는, 각본상 존 시나를 공격하고, 현실과 각본의 경계, 소위 말하는 ‘제 4의 벽’을 깨트려버리는 발언, 소위 파이프 밤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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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펑크의 파이프 밤, 전문은 아래의 링크 참고.
(http://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35895320?cate=497)
사장의 눈에만 들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CM 펑크의 이 세그먼트는 WWE에 ‘리얼리티 에라’를 열어젖혔고, 이 이후부터 지금까지 WWE는 존 시나, 브록 레스너, 로만 레인즈 등 ‘사장이 미는 선수’와 AJ 스타일스, 핀 벨러, (부상으로 은퇴했지만) 다니엘 브라이언 등 ‘매니아들이 미는 선수’들로 양분되어 시장 반응을 이끌고 있습니다. 주로 사장이 미는 선수는 환호 섞인 야유를 받고, 매니아들이 미는 선수는 캐릭터에 따른 순수한 반응, 가끔 악역임에도 환호를 받기도 합니다. 사실 이것은 명백한 내러티브 상의 갈등구조라기보다는 반응의 차이로 나눈 구분이고, 세그먼트(연기)와 경기 내용으로 관객의 야유를 이끌어내는 전통적인 악역과 전통적인 선역도 분명히 있습니다만, 이 부분을 이해하고 들어가는 것이 최근의 프로레슬링 관람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프롤로그로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를,/ 로얄럼블부터 한 달에 한 두 번씩 PPV가 있을 때마다 써 보려 합니다. 우선은 1월 28일 진행된 로얄 럼블부터 이야기해보아야겠죠. 앞으로 잘 부탁드리고, 함께 WWE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더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