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언슬조 21화 - 청계천 잡지소녀에서 여의도 차도녀까지: 이과장의 여전히 어려운 인생
청계천 잡지 세계에 빠져 있던 소녀는 어떻게 여의도 프로 이직러가 되었나. 꼭 좋아하는 걸 하고 살지 않아도 , 꼭 모든 걸 다 갖고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쿨한 자유로운 이직러 이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꼭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티비를 못 보게 했어요.
라디오, 만화책, 그리고 잡지가 전부였어요.
세븐틴, 논노 같은 것들.... 그리고 쎄씨.
청계천 헌책방에 가서 일본 잡지 같은 것들을 사서 봤죠.
저는 당시 다슬이 나오는 마지막승부도 못 봤어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대화가 안 되다 보니 그렇게 잡지와 라디오로 나만의 배출구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남들 에이치오티 좋아할때 전 솔리드, 토이 좋아하고. 나는 좀 달라, 이런 부심(?)까지 느끼면서 말이어요.
수능 끝나고 쎄씨 게시판에 공짜로 일하게 해달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너무 좋아해서 그곳에서 일하고 싶었거든요. 당시에는 인턴 이런 개념도 없었죠.
그러다 밥벌이가 어려워서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붙여주는 데로 갔어요.
그래서 쌩뚱맞게 전혀 모르던 금융권으로 가게 되었어요. 회계도 모르고 숫자도 몰랐는데 말이죠.
그래서 좋아하는 것은 있었는데 좋아하는 것을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그 현실의 간극을 좁히려고 하다 보니 방황을 하게 되었어요."
-이과장
"취업에 대한 얘길 들으니 제 경험이 생각이 나요.
저는 처음 취업할 때 학점이 너무 안 좋아서 취업이 솔직히 힘들었어요.
그래서 학과 정보실에 팩스로 온 곳에 그냥 지원해서 갔죠.
그래서 가 보니 새로 생긴 회사인데다가 책상 몇개 있는 작은 사무실이 있었어요.
그곳에 함께 있는 몇몇 사람들을 두고 이 사람이 너의 상사고, 이 사람이 사장님이다. 이렇게 소개 받고, 일하기 시작했어요.
오개월 만에 월급이 안 나오기 시작
견디다 못해 결국 회사를 나가겠다고 하고
사장님한테 차용증을 써 달라고 했어요. 밀린 월급은 나중에 갚아달라고.
그러자 사장님이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라며 의외로 흔쾌히 차용증을 써 주었어요.
암튼 그렇게 회사를 나왔는데, 나온 후 육개월간 취업을 못 하고 방황을 했죠."
-신차장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당신은 어떤 타입인가
"이직을 잘한다는 게 능력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조직에 적응을 잘 못하나? 부적응자인가?
왜 나는 무던하게 한 직장에서 못다니는 걸까...
솔직히 이런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어찌 보면 도망 가는 것일수도 있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이런 생각을 갖고 말이어요.
이 안에서 내가 목소리를 내고 진흙탕을 만드느니 내가 떠나야지, 하는 생각으로 이직을 결심하는 것 같아요."
-이과장
"저는 이 안의 문제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바꾸려는 타입이에요
어쩌면 굳이 힘든 길을 택하는 거죠.
지금도 회사에서 상사한테 얘길 해요. 물론 하루아침에 안 바껴요.
하지만 '나는 이게 불편하고, 나는 이만큼 받을 자격이 있고, 너도 이거 알잖아' 라고 주구장창 이야기를 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아주 헛소리를 하지 않는 이상은 느리지만, 조금씩 바뀌더라구요.
어떤 친구들은 그래요. '야, 몇년동안 얘기해서 겨우 그거 바뀌는걸 보느니 차라리 회사를 바꾸지 그래' 라고요.
하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어딜가도 세상은 다 똑같다. 여기서 승부를 보지 않으면 다음판에서도 똑같을 것이다.
이건 정말 제 성향인 것 같아요. 저만의 곤조랄까? 꼴통같은 측면이라고도 할 수 있죠. (웃음)"
-신차장
"나는 어릴때는 오히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싫은소리 다 하고 마구 싸웠는데 오히려 머리가 굵어지니까 좀 덜하게 되더라구요.
쟤는 피곤해, 늘 지랄하잖아, 라는 생각을 가질 거 같아서 지금은 말을 아끼고 있어요.
저는 기회를 봤다가 승산이 있을 때 터뜨리는 편이에요"
-김부장
It's all same shit
"어디가나 똥들은 있고 미친놈들 있고 좋은 사람들도 있어요.
다만 회사 다닐 때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는 있어야 계속 다닐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일 자체가 너무 좋거나 재미 있거나,
두번째, 사람들이 너무 좋거나
세번째는 돈을 많이 주거나
하지만 저는 그래도 이 세개 중 두 개는 있어야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부장
시간은 공히 흘러가지 않는다 .
"이직할 때 내가 현재에서 누리는 걸 다 누리고 다음 회사로 가겠다는 건 진짜 욕심이더라구요
마치 모래를 쥐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손의 모래알이 다 빠져나가고 아무것도 안 남는 거에요.
갖고있는 걸 다 갖고 다음 단계로 가려 하면 도전이 안 되고 머무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직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게,
내가 여기서 좋았던 하나는 버리고 간다. 라고 생각해요.
이걸 다 버리고는 못 가겠다. 이런 사람은 이직을 못해요.
그리고 시간은 공히 흘러가지 않아요
죽이되던 밥이되던 뭐라도 해봐야 해요.
지금은 꼭 내가 좋아하는 일로 밥 벌어먹고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꼭 좋아하는 일이 아니고 나랑 맞지 않더라도
해 봐야 경험이 쌓이고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게 나랑 맞을까 하고 해 보기를 주저하면
계속 제자리인 것 같아요. "
-이과장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고맙습니다!!
오늘 방송 참 좋네요. 듣고서 도움을 얻으실 분들 많을 것 같아요.
(제 댓글이 소개되어서 하는 말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만은 없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기는...)
우왓~ 오늘도 칭찬 감사해요 계도님... 가볍게 수다를 시작했는데 조금은 짠한 이야기들이 나왔던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