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처럼 - FINLAND] 실용적이고 자연스럽게 - 핀란드 디자인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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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는 것을 일로 삼은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심히 잘 알고 있다.



특히나 억지스러운 치장이나 화려한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효율적이면서 모든 종류의 엔트로피를 증가하지 않게끔 하려는 작금의 디자인 세태에 발 맞추는 것은 더욱 까다로운 일이다. 잘못하면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고, 완성도가 극도로 떨어져버린다. 점 하나, 선 하나, 면 하나가 적당한 곳에 교묘하게 배치 되어야 하고, 그 단순한 요소로 최대한의 퀄리티를 뽑아내야 한다. 색감의 사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해서만도 안 된다.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는 친화적인 느낌과 함께 따뜻한 유머까지 가지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한 때의 유행으로 버려지지 않고 오래오래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바로크나 로코코 스타일로 무언가를 만들라고 하면 이것 저것 가져다가 심각하고 예쁘게 꾸며놓고 눈 가리고 아웅이 된다. 하지만 나무판 하나 갖다주고 “한 획의 엄청난 곡선으로 멋지면서도 편안한 의자를 만들어봐!” 하면 “저는 천재가 아니라서요 (라고 쓰고 니가 해보세요라고 읽는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실력이 제대로 들통 나는 것이다.

이 모든 좋은 디자인의 요소와 오래 쌓아온 실력을 적절하게 갖춘 것이 북유럽의 디자인인 듯하다. 그들의 디자인은 실용적이면서 자연스럽고 명쾌 하면서도 따뜻하다. 그들의 자연과 삶이 녹아들어 깨끗하고 편안하다. 지나치게 우아하고 화려하지도, 넘치게 날카롭고 우주적이지도 않다.

사실 핀란드 디자인의 적절함은 박물관이나 샵 같은 곳에서 슬쩍 보고 지나치는 것 보다는 오래오래 써본 후에 그 진가를 깨닫게 되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현지인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보고 며칠이라도 살아보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하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으니, 그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을 파는 곳을 구경하고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보면서 어설프게나마 감을 잡아보는 것이다. 아라비아나 이딸라, 피스카스, 마리메꼬 같은 브랜드들이 완전 부자만 사서 쓸수 있는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브랜드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보통사람들이 사서 쓰는 브랜드니까 말이다(우리나라에선 보통 사람들이 사서 쓰기엔 너무 비싸게 팔고 있지만...). 게다가 앤티크 샵에 가면 양질의 제품들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으니 그들의 생활 속에는 이미 훌륭한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침투해 있다.

척 보기에 ‘와, 완전 끝내주게 예쁘다!’라는 느낌보다는 ‘어, 실용적이고 깔끔하네. 의자가 편안하군. 세련된 것이 질리지 않겠어. 엄마도 좋아하고 나한테도 괜찮겠다. 이 테이블은 언뜻 보기에 둔해 보였는데 자꾸 보니 아주 잘 깎았잖아?’ 하는 식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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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핀란드 사람들이 손재주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그렇게 단순하고 명료한 디자인이 나온 것인데, 트렌드에 운 좋게 맞아 떨어졌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리 성급하게 파악할 성질의 것은 분명 아니다. 인간의 눈(센스)과 본인도 깨닫지 못한 취향은 의외로 아주 예리하기 때문에, 한 때라도 트렌드가 될 수 있었다면 뭐가됐든 내제된 힘이 있다는 것이다.
보면 볼수록 ‘허, 그것 참 괜찮네. 갖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든다든지, 써 보면 품질이 좋다든지 하는 것 같은 힘 말이다.(여기서 이케아를 떠올리면 안된다. 그것은 그냥 스웨덴의 사업 잘하는 브랜드다.)

9시가 다 되어 해가 떠서 4시면 해가 져버리는 기나긴 북구의 겨울밤을 대대로 살아온 그들이다. 그들에게는 오로라가 있고 눈이 있고 얼어붙은 호수와 침엽수림이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집에 종일 틀어박혀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고 쓰기에 편안하고 짜증나지 않을 만한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무언가 쌓여 왔으리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다 여름이 온다. 해가 지지 않는다. 여름 내내 그 햇볕을 즐기고 마음 속에도 저장해 놓아야 겨울을 버텨낼 테니 채광조명에 무던히도 신경을 쓴다. 건물 내부와 물건들의 명도가 대체로 강렬하거나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부드럽게 밝고 따사롭다. 그들은 척박한 곳에 살면서 최대한 실용적이면서도 자연을 닮은 것들을 열심히 만들어놓았다. 그것에 절약과 자연의 중요성을 깨달은 세상 사람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다. 되레 한 때는 그 제대로 된 속성보다 ‘핀란드, 북유럽의 디자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더 각광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

핀란드 뿐 아니라 북유럽 디자인 자체가 맞지 않는 이미지 소비를 엄청나게 해버렸다. 그들은 오히려 별 생각 없이 나라에서 나눠주는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데 우리나라 엄마들은 북유럽 출신의 비싼 유모차에 북유럽에서 온 옷을 입힌 아이들을 태우고 다녔으니까. 그 때문에 북유럽 여행을 가면 온통 그 유모차가 돌아다니고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대도 못봤다.
서울에서 인테리어 소품 가게를 하는 친구의 매장 맞은편에 북유럽풍 아동복집이 새로 개점을 했는데 문전성시를 이룬단다. 나만 해도 여행을 다녀온 후 당시의 집을 확 바꿔버리고 싶어졌고, 집을 다시 꾸미게 되면 북유럽스타일로 바꿔야지 했었으니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다. 갑작스럽지만, 조선의 사랑방에 있던 사방탁자도 그 속에 넣어보고 싶다. 잘 어울릴 것 같단 말이다.

그런데, 그래서 핀란드의 디자인이, 북유럽의 디자인이 세상에서 최고냐 하면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디자인에 대체 답이 어디 있다고. 이런건 이래서 좋은 것이고 저런건 저런 면이 괜찮은 것이고 뭐 그런 건데 무작정 좋다고 덤비는 것은 또 좀 그렇다.

수 년 전 언젠가는 집꾸미기 카페에 자랑스럽게 올라오는 집들이 다 프로방스 스타일이었고, 어느 순간 꽃이 싹 사라지고 북유럽풍이 막 유행을 하더니, 요 몇 년은 북유럽풍은 벌써 질렸고 인더스트리얼이다 프렌치시크다 뭐다 하고 있으니 당장 내년에 뭐가 좋다고 난리가 날지 모른단 말이다. 어떤 것이 오래 가느냐 정도가 있으려나? 그런 면에서 북유럽 디자인이 좀 유리해 보이긴 한다.

유행할 때 각 디자인 스타일의 본질을 잘 배워 익혀서 본인에 맞게 잘 적용할 수 있는 '취향'이라는 것이 필요하긴 하다.
자신의 취향이 없다는 것은 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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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뮤지엄은 핀란드의 유명한 디자인 제품들을 모조리 모아놓은 곳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핀란드 디자인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구경 해보고 싶다면 가볼만하다. 그러나 굳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있는 디자인 샵이나 식당 등에서 더 가깝게 핀란드의 디자인을 접할 수 있으니 ‘공부’를 할 양이 아니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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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포럼은 디자인 뮤지엄보다는 조금 더 발랄한 느낌이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많이 가져다 놓았고 기본적으로 샵의 분위기이니 편안하기도 하다. 가볍게 구경할 수 있는 소품들도 많고 카페도 있으니 노는 마음으로 들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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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알토가 설립한 디자인회사 아르텍은 알바알토를 비롯한 세계의 유명 가구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박물관이나 전시장이 아닌 실제로 판매되는 곳에서 만날 수 있게 해놓았다. 아르텍은 친환경적이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낡음과 새로움을 잘 조화시키는 ‘타임리스Timeless 디자인’을 지향한다.
사실 아르텍 제품은 우리나라의 백화점에서도 볼 수 있지만 현지의 환경에서 진열한 모양새를 보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뭐 필요하세요?”같은 직원의 부담스러운 관심 없이 고급 가구를 마음껏 만져보고 유명한 의자에 편히 앉아볼 수 있다. ‘스툴60’은 딱 봐도 이케아에서 카피한 스툴에 비해 “오! 훨씬 견고하다. 수준이 다른데?” 하는 느낌이 든다.
가게 안쪽에 있는 에스프레소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마실 수도 있다. 그 커피가 꽤나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Design Museum (핀란드 디자인 뮤지엄)

Add :: Korkeavuorenkatu 23, 00130 Helsinki, Finland
Tel :: 358 (09) 622 0540 ‎
Fax :: 358 (09) 622 05455
Open :: Tue 11–20 / Wed–Sun 11–18 / Mon Closed (1 September-31 May), (시즌별 시간확인요망)
Admission :: Adults 8€(2013), 헬싱키 카드 사용 가능
Guided tours ::: weekdays 60 €, weekend 75 €(2013)
How to get there :: Johanneksenk Johanneskyrkan (트램 10)
Site :: www.designmuseum.fi


Design Forum Finland (디자인포럼)

Add :: Erottajankatu 7, FI-00130 Helsinki, Finland
Tel :: 358 (0)9 6220 8132
Open ::: Mon-Fri 10-19 / Sat 10-18
How to get there :: Johanneksenk Johanneskyrkan (트램 10)
Site :: www.designforum.fi


Artek Helsinki (아르텍)

에스플라나디 공원 옆
Add :: Eteläesplanadi 18, 00130 Helsinki, Finland
Tel :: 358 10 6173480 ‎
Open :: Mon-Fri 10-18 / Sat 10-16 / Sun 12-16
Site :: www.artek.fi


FINLAND

비어 있어 여유로운

북유럽처럼


본 포스팅은 2013년 출판된 북유럽처럼(절판)의 작가 중 한 명이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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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할때 이런 가구들 좀 알아두면 좋겠네요

요즘은 한국에 들어와있는 해외 가구 브랜드들이 워낙 많고,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디자인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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