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탐구]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놀이가 되는, "종이 스케이트 타기"

안녕하세요? 스팀잇 세상의 뉴비, 헤비용@heavyong입니다. 아이가 개학을 하면 시간이 많아서 글을 많이 쓸 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일로 컴퓨터 앞에 앉기가 힘든 요즘이었습니다. 더 자주 소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따로 빼야 할 것 같습니다. ^^

오늘은 종이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하얀 종이를 앞에 두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무얼 그리겠다거나 무얼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더러워지면 안 되는데, 구겨지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종이는 무언가를 그리거나 쓰거나 접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말이죠. 심지어 하얗고 깨끗한 종이에 점이라도 찍을라치면 망칠까봐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모양입니다. 어릴 때 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학교도 가기 전 무렵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누나와 저에게 똑같이 스케치북을 사주셨습니다. 어느날 스케치북을 폈는데 한 번도 쓰지 않은 스케치북이 온갖 그림과 낙서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바로 누나의 소행이었죠. 자신의 스케치북을 아끼기 위해 먼저 제 스케치북에 연습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누나의 스케치북은 멋진 작품들로 가득했죠. 눈에 불이 들어온 저는 누나에게 덤볐고 곧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부모님께 혼이 나고 벌을 선 후에야 한 바탕 소동이 진정되었습니다. 며칠 후 저는 새 스케치북을 받았습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종이를 보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가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었습니다. 그후 저는 누나로부터 스케치북을 지키기 위해 숨기기에 바빠 정작 그리는 일에는 소홀했습니다. 이사갈 때 새 스케치북이 장롱 깊숙한 곳에서 발견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아마 그래서 지금도 그림을 못 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종이가 참 흔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특히 A4라 불리는 종이는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간단히 메모할 것도 프린트 안에 들어있는 A4용지를 무심코 꺼내 쓰는 일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나무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아이가 봤던 것일까요?

아이가 무언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하면서 백지가 묶여진 종합장을 사주었습니다. 아이는 종이를 넘기는 재미에 페이지를 다 채우지도 않고 다음 장을 넘겼습니다. 심지어 뒷장은 앞에 쓴 펜이 보인다는 이유로 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나무 생각이 났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종합장을 사주지 않고 이면지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모으려고 생각하니 구기지도 않고 앞뒤면 가리지 않고 쓰던 버릇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이제 아이도 뭔가를 쓰거나 그리고 싶으면 이면지를 가져와 쓰고 시리즈의 경우에는 클립으로 끼워서 보관하고는 합니다.

오늘의 놀이는 아주 간단합니다.

놀이방법

1. 이면지 네 장을 준비한다.
2. 종이 위에 각각 한 발씩 올린다.
3. 스케이트를 타듯 밀어서 정해진 곳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바닥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잘 미끄러져서 제법 스케이트를 타는 기분이 납니다.^^ 아파트의 경우 아랫집을 생각해서 부드럽게 살살 미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저희 아이는 몇 번 타더니 성에 차지 않았던지 인체 공학 종이슈즈를 개발합니다.

저에게도 비법을 전수해줘서 두 켤레의 인체 공학 종이슈즈가 탄생했습니다.

인체공학 종이슈즈는 발 모양에 맞춰 모양을 만든 후 테이프를 붙여 완성하기 때문에 한 번 신었다 하면 벗을 수 없습니다. 저희 부녀는 이 종이슈즈를 신고 스케이트 대회 2차전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집안에서 반나절 가량 신고 다녔습니다.

이 놀이는 소근육 발달과 정서 함양에 약간 도움을 줄지 모르겠지만, 종이를 재활용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아이와 함께 행복한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