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사업에 대한 단상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 앞으로 나가긴 어렵다.
커다란 해킹을 한번 당하고 이번에 사기까지 당하면서 의기소침해진건 사실이다.
왜 나는 당하고 나서야 깨닫는 걸까.
왜 그들은 긴 비지니스가 아닌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집착하는 걸까.
그들이 나를 이해할수는 없을 거다. 내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이상세계 속에 갇혀살았다.
현실은 논리와 코드에 기반한 디지털세계가 아니다. 에러 메시지를 뱉고 수정을 기다리는 컴파일러가 없다.
구멍이 숭숭뚫린 인간끼리의 규칙들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져야 한다.
이제 알았다.
난 여기 생태계 최약체 초식동물이다. 사실상 거의 식물이라 봐야한다.
그리고 이곳은 분명한 피라미드를 가졌다.
그들은 나를 영양분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단백질, 탄수화물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성분 분석에만 관심있다.
좋다. 좋다.
피라미드를 분명히 인지한 나는, 이제 이 피라미드를 올라가 보려 한다.
이곳은 평평한 곳이 아니다. 높은 곳만이 가치있는 곳이라면, 내가 그 가치 있는 곳을 차지할 것이다.
이미 난 충분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다.
난 잘생겼고 몸도 좋고 머리가 좋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개발력을 가지고 있다.
말을 잘하고 글도 잘쓰고 결단력이 있으며 포기하지 않는 극단의 끈기가 있다.
인정한다. 현재 난 이 필드의 좁밥이다.
무엇이든 처음 접하는 것에 적응을 잘 못하는 내 특징이 여기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그것을 나쁘게만 볼 순 없다. 그 패턴이 유효하다는 것은 결국 내가 이 필드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언과도 같다.
순간순간 멘탈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결국 내가 승자가 될 것이며, 내가 피라미드 전체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에 흔들리지 말자. 두려움에 떠는 원숭이 떼의 울음에 동요하지 말자.
물려서 피가 나면 치료를 하고 팔이 부러지면 깁스를 하고 가슴이 아프면 호흡을 가다듬자.
치명타만 피하면 된다. 치명타는 내가 날리는 것이다.
내가 이 피라미드를 지배하겠다. 지금 좁밥의 나를 기억해도 좋다.
그때는 지금의 나를 조금도 기억하지 못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