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아토믹 블론드 (Atomic Blonde, 2017)

굉장히 화려했던 액션영화 존윅의 공동감독인 데이빗 레이치가 따로 만든 액션영화입니다. 냉전시대 독일을 무대로 스파이들의 첩보작전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왜 냉전시대를 끌어왔나 싶을 정도로 내용은 그다지 별 볼 것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샤를리즈 테론의 엄청난 존재감만으로 영화를 끌어가다시피 합니다.

매드맥스에서 퓨리오사로 주인공인 맥스보다 더 돋보였던 샤를리즈 테론은 여기서 정말 자신만의 옷을 제대로 찾은듯 시종일관 액션, 연기, 의상 등등 모든 면에서 거의 혼자 날라다닙니다.

요런 형형색색의 분위기와 음악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사실 좀 많이 아쉬운 영화긴 해요. 기껏 흥미로운 소재를 가져와놓고서는 되게 뻔하게 흘러가는데다, 뻔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쓸데없이 내용을 너무 복잡하게 꼬아놓아서 보는내내 따라가느라 힘들거든요. 그럼에도 영화 중간중간의 액션씬들이 이 단점을 씹어먹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특히 영화 중반에 10분이 넘는 롱테이크의 액션씬은 정말 보는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처절하고 숨막혔어요. 합을 맞추는 딱딱 정해진 화려함만을 추구한 액션씬이 아니라, 진짜 생사를 걸고 죽을 때까지 싸우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길게 액션씬이 지속되면 슬슬 지루해질만도 한데, 끝나지 않았으면 싶을 정도였어요.

보통 여성을 주로 내세우거나 중심 액션 캐릭터로 내세운 영화 같은 경우에 그냥 남성들이 하는 액션 그대로 여성 캐릭터로 옮겨놓고 흉내내거나, 쓸데없이 의미없는 쎈척만 하며 으스대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반해, 이 영화에서의 샤를리즈 테론은 정말 이 배우가 실제로 스파이였더라면 이렇게 싸웠을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들 정도로 어색한 간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성'이 나오는 액션영화라고 관객들에게 강제주입하는 게 아니라, 배우 '샤를리즈 테론'을 정말 잘 활용했어요.

스토리의 문제인지, 캐릭터 설정이 문제인지 꽤나 많은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샤를리즈 테론 빼고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왜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시원하게 액션을 못 즐기게 꼬아놨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다양한 캐릭터에 충분히 재밌을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인데도 보는 동안에는 저는 되게 답답했거든요. 스파이물 특유의 속고 속이는 전개가 있지만 (오히려 그게 주 스토리 라인이지만) 별로 흥미가 안 가더라구요. 오로지 샤를리즈 테론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액션씬, 그리고 70~80년대 특유의 네온사인 분위기에 과하게 기대는 느낌입니다.

액션영화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한 요소가 이 사람들이 왜 싸우는지 같은 그런 당위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제시는 분명히 하지만 막 와닿지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끝나고나서 무언가 쾌감을 느끼거나 속시원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끝났구나.. 싶었습니다. 워낙 중간의 그 롱테이크 액션씬이 임팩트가 강해서 후반부가 조금 시시한 점도 있구요.

그럼에도 샤를리즈 테론의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전개가 매끄럽지도 않고, 사실 저도 그렇게까지 재밌게 본 것도 아니지만 한번 볼만한 영화긴 합니다.

아토믹 블론드의 영화 판떼기입니다. 정말 좀 아쉬운 영화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