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운타운 외출했다.

in #kr-gazua6 years ago (edited)

맨날 집-학교 앞 여자친구 집- 맨날 가는 카페만 전전하다가

오늘 오랜만에 동성로 나갔다. 요즘 날씨 패턴은 단순하다. 추워서 바람이 많이 불거나 따뜻한 대신 미세먼지가 많거나. 먼지가 많더라도 햇빛을 좀 쬐고 싶어서 나갔다. 외출 생각에 처음부터 기분이 좋았는데, 다행히 바깥에 사람도 많았다. 고등학교도 방학인가? 아니 대학생들일 수도 있고. 우선 나가서 좋았던 점은 사람들 많이 본 거. 별 일 아닌데도 이게 반가웠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는지.. 이런 거 봤다. 번화가다 보니 내 평범한 옷도 약간 쭈구리패션이 되고 특이한 패션들 많더라. 특히 커플끼리 맞춰입은 가죽자켓이라던가 버버리 코트는 과감해보였다. 클럽골목 가기전에 외국인 술집 밀집지역에 갔다. 인기 많던 세컨드 호텔이 공사중이었다. 새로 뭘 짓나보다, 그 골목 끝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꺾으면 도전적인 카페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가기엔 좀 비싼듯한데도 젊은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 가운데 한 곳 지난주에 들어갔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안 맛있을 순 없는 메뉴니까 그냥 뭐.

그러고 교보문고로 갔다. 알라딘 중고서점 먼저 가려다가, 요즘 책 유행이 어떤가 싶어서 갔는데 많이 또 바뀐 것을 보았다. 블록체인, 비트코인 책이 2층 메인 자리에 딱 자리잡은게 신기하기도 하고 ㅎㅎ.

나는 심보선이라는 시인이 쓴 에세이를 찾으러 갔다. 이 시인은 내가 두 권의 시집을 사 봤는데 시가 아주 열정적이면서도 ,. 몰라 그냥 참 읽으면 바로바로 날 감화시킨다. 그래서 이 시인이 쓴 다른 책, 그을린 예술, 이라는 책이 혹시 서점에 있나 보러 간 거였다. 재고는 없었고 알라딘 중고서점에도 없어서 그냥 다른 책을 보다가, 심보선 시인의 새 시집이 있길래 그걸 찾으러 다시 1층으로 갔다. 당연히 문학과 지성사 책이니 시리즈에 묶여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래서 검색을 다시 해보니 웬걸.. ?? 혼자 시분야 스테디 셀러에 꽂혀있었다. 심보선이 희한하게 시집으로만 몇만권..이더라 9만권쯤인가? 판다고 대단하다 하는 기사를 몇해 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뒤로 아주 꾸준한가보다. 이 사람은 키친테이블라이터다. 부업이란 말이 아니라 다른 직업도 있는 상태란 말이다. 모든 시인이 그러하겠지만 이 사람이 그렇다는 점이 난 더 마음에 든다.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 열심히 살면 더 좋으니까.. 예를 들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감성을 좋아하는 취준생을 생각해보자. 무라카미 하루키에 공감을 하는데, 정작 무라카미 하루키의 현실을 알면 마음이 어떨까. 수백억 자산가가 독자네 집 자동차보다 비싼 용품들이 모인 서재에서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할 땐 나이키 회사가 보유한 비공개 트랙에서 달리기를 하고.. 정작 독자는 알바를 마치고 걸어오는 길만이 유일한 산책로인데 말이다. 나는 뭔가 그냥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잘나가는 게 좋다.

그래도 시집을 갑자기 사긴 그렇고 해서, 아카데미 극장 쪽 정류장에서 503번 버스를 타고 학교 동문으로 왔다. 졸업식인데 사람은 별로 없고 꽂장수와 꽂다발이 많았다. 점심 전에 붐비다가 이제 전부 밥먹고 돌아간 것 같았다. 난 내 졸업식에 내 졸업식은 축하 안하고 여자친구 졸업만 축하했었다. 어차피 난 공부를 더 하니까 의미가 없기도 했지만 가족들 생각은 그게 아녔다. 그래서 나중에, 석사학위 받을 때 오세요~ 하고 치웠었는데, 오늘 몇 안되는 졸업생들을 보니, 음 나도 가족 불러볼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다음 기회는 한번 불러봐야겠다. 운 좋게 도서관에, 심보선의 에세이와 신간 시집이 둘 다 있어서 뽑았다. 오늘은 행운이다. 학위 논문 주제 때문에 위급함을 느끼면서 나왔는데, 이걸로 기분 전환좀 하면서 다시 잘 살아봐야겠다. 이거 들고 도서관에서 좀 읽다가, 칠성시장 엔젤리너스 경치 좋은 자리에 앉아서 밤엔 책을 읽어야 겠다. 읽다보면 새벽 세시 반이 될텐데 그럼 수제비 집이 문을 연다. 그때 수제비를 먹고 집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먼지가 있어도 날이 추워도 나올 땐 나왔어야 됐는데 너무 웅크리고 살았나보다. 사소한 것들에 웃음짓게 되는 내가 다행이기도 하면서 좀 더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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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는구나 석사하는구나 그렇구나... 집에만있지 말고 자주 나가 바깥 바람도 쐬고 해! 안에만 있으면 쳐지더라...

집에만 있다기 보단 정해진 루트가 있지..

응 많이 많이 나돌아 다녀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

자주 바깥바람좀 쐬라
나는 시골이라서 바다도보러가고 옆집 염소도 보러가고 그런다

바다랑 염소 사진 좀 올리고 그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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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잘봤다
나도 이제 대구 3달동안 사는데 ㅎㅇ
경북대 수시 논술 보러 왔던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그땐 이렇게 큰 도신지 몰랐었다. 진주 시골에 있다가 오니까 좋으네

ㅋㅋㅋ뭐여 수시도 본거여? 같은학교될뻔했자너

경북대는 광탈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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