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내마음대로 소설] 청맹과니
청맹과니-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
아버지는 조용히 있었습니다..
"이 놈들아 조용히 좀 해라. 어찌나 시끄러운지 도저히 참을수 가 없다. 너네들이 가진 에티켓이란 고작 이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더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말해도 너희들의 귀에는 들리지가 않을듯 싶구나.
도대체 씨가 먹히지 않을것 같단 말이다. 내가 가진 관용이란 너희들의 무례함 앞에서도 무용지물이고...."
엄마는 벙어리 였습니다. 그녀는 도구적인간임을 자랑하듯 전화기로 호두를 깨먹는 사람이었지요.
"어디서나 사람들이 모인곳이라면 그것은 인지상정이요, 또다른 말로는 당연지사라고 하느니. 어찌하여 너희에게서만은...어쩌구 저쩌구 주절주절"
삼촌은 어렸을 적에 먹은 콩알탄의 후유증으로 성대가 날아가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습관이라면 도어벨과 연결된 인터폰을 붙잡고 말하는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호 통탄할 노릇이구나아.. 땅을 치면 개탄을 하겠단 말이다. 너희들이 정작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저는 귀머거리입니다. 벽에 머리를 박는 자폐적 성향으로 어느날인가 고막을 터뜨려버렸지요.
"우하하하. 저기 저편에서 친구들이 날 부르는구나아. 오늘은 건너마을 김가녀석이랑 골프를 치기로 했거든. 이봐 박사장 그래 물건은 준비되었겠지."
아버지는 잠자리채를 들고는 골프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조심히 일어서서는 장롱속에 개어진 고운옷을 꺼내입으시더니 꽃동색 양산을 들고 외출을 하십니다. 소나기가 내리는 가을날입니다.
"얘들아 아빠 왔다아 딸꾹. 오늘은 박사장이랑 컨벤셔닝이 퍼포먼스해서 드라이빙 라이센스하고 왔지 딸꾹. 자 얘들아 아빠가 뭘사왔는지 보렴~"
저는 외동아들입니다. 아빠는 주머니 속에서 구깃구깃한 먹다남은 페스츄리를 꺼내셨습니다. 아무래도 저것은 교회에서 심방나올때 집사님들이 사오신것 같습니다.
"자 와이프 우리 댄스어때?"
어머니는 치마를 양손에 펼쳐쥐고는 방방 뛰십니다. 아직도 어머니는 그것이 캉캉춤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촌은 전화기를 들고는 울고 계셨습니다. 저것은 이틀에 한번꼴로 하는 연인에게 채이기 놀이입니다..
조용한 아버지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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