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2018. 09. 21 친구와의 대화

in #kr-feminism6 years ago


9월 21일 금요일에 친구와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 친구는 SNS에서 알게 된 친구이고 나와 띠동갑이다.
그와 몇 달 친분을 유지하다가 얼마 전 안희정 시위 때 실제로 처음 봤었다.
시위가 끝나고 뒷풀이로 간 치킨집에서 통성명을 하는데,
"00는(3인칭) 86 범띠야." 라며 자신을 소개하길래
내가 옆에서 "으니는 98 범띠야!" 라고 했다.
귀여운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짐. ٩(* 'ω' *)و

원래 21일 금요일에 세명이서 보기로 했었는데 한 명이 펑크가 나서
둘이서 봤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너무 많아서 다 생각이 안 남.


#1

"내 주변 여자애들, 걔네가 사귀는 애들 보면 다 한남이거든?
근데 얘들도 그걸 알긴 알아. 아는데도 계속 만나.
계속해서 가스라이팅 당하고 한남짓 당하고 상처받는데 계속 만나."

"음, 알 것 같아. 내가 예전에 그랬어.
내 두번째 애인, 딱 그런 케이스였어. 내가 걔를 사귈 때
초반엔 내가 덜페미였거든? 그러다가 점점 눈을 뜨게 된 건데
그럴수록 얘가 그런 나를 불편해 했어.
그땐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그래서 왠지 그 기분 알 것 같아."

#2.

"옛날엔 그냥 남자 볼 때, 여성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아냐.
무조건 메갈남 아니면 안 돼."

"메갈남이어도 멀쩡한 애들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한숨)
으니야, 그냥 다 필요 없어. 어차피 다 한남이야.
그냥 잘생긴 놈 골라. 아니면 몸이 좋거나 고추 큰 놈."

#3.

"내 주변 여자애들이 미러링으로 이런 말 한단 말이야.
'아 그새끼 따먹으려고.'
남자가 저런 말 할 때랑 완전 기분이 다르잖아.
내가 얘네들 덕에 많이 배웠지."

"비슷한거 나도 우리학교 커뮤니티에서 본 적 있어.
'아 클럽에서 잘생긴 놈 먹버할 생각이었는데 눈치 깐 것 같다.'
이 글에 '아 좆팔 아깝네요;;' 이런 댓글들이 달렸었어."

"그게, 사실 여자애들은 말로만 그럴 수 있는 거잖아.
술취한 여자를 남자는 업고 갈 수 있지만 여자애들은 그럴 수 없잖아.
그냥 미러링으로 말만 할 뿐이지.
걔네(남자)들은 그걸 진짜 모르는걸까."

#4.

"야 모텔비 아까워 하는 거."

"아 진짜 존나 찌질해 그거."

"옛날에 그런 일도 있었잖아. 남자애가 지 여친이랑 모텔 갔는데
그거 숙박비 내기 아까워서 처음에 지 카드로 결제 했다가
나중에 여친이 잠 잘 때 여친 카드 들고가서
지 카드 긁은거 환불하고 여친 카드로 다시 긁은 거.
근데 그거 여친한테 걸려서 난리 났던 거."

"(경악)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어??? 와 진짜 소름돋아."

"야 그거 모텔비 아깝다고 그걸..........."

"야 솔직히 그 돈 없으면 연애를 안 한다.
대실 하는거 2~3만원이면 되는데..."

"아휴 으니야. 숙박도 서울권 주말에 7만원이면 된다.
야 호텔은 못 갈 망정 아휴.. 진짜 아휴.."

#5.

"야 이나라에 몰카 한 번도 안 본 남자 어디 있겠어.
메갈남들도 옛날에는 분명 봤을 거고, 너도 그럴 거란 말이야."

"어어 맞아. 나도 20대때 봤었다.
한 번도 안 본 새끼 없어."
친구는 표정으로 자기혐오를 하고 있었다.

#6.

"00아 담배랑 전자담배랑 많이 달라?"

"흠 아주 다르진 않은데 담배 피다가 전자담배 피우면
좀 만족감이 덜하긴 하지."

"우리 엄마가 흡연자이시거든.
언제는 한 번 내가 집에 예정시간보다 일찍 왔었어.
근데 집에서 담배냄새가 엄청 나는거야.
엄마한테 담배폈냐고 물어봤더니 엄마가 엄청 멋쩍어 하시면서
곧 환기시키겠다고 하시는데
여성 흡연자라서 밖에서 못 피우시는 것 같았어.
그래서 물어봤어."

"아이고, 저런.
내 주위에 여자애들 담배피는 애들 많은데
걔네 밖에서 담배 피면 꼭 안 좋은 일 한 번 씩은 다 있어.
한 친구는 흡연부스에서 담배피우면 남자들이 하도 쳐다봐서
골목길에서 쭈구리고 담배 피는데 어떤 승용차가 오더니
손가락질 하면서 '야 담배 꺼!!!!' 하고 가버렸대."

"엥 뭐 그런 일이 다 있어??;; 무서워.
남자였으면 그러지도 않았을 거 아냐."

"그치 쳐 맞을까봐 못 그러지."

#7.

"나 저번에 인천 퀴퍼 다녀왔었잖아.
그 때 너무 무서웠어.
그 팔 물리신 분 사진 봤지?"

"아 봤지. 미친 새끼들. 그게 종교야?"

"예수님은 니네 그렇게 가르치신 적 없다고~~~"

#8.

"야 내 주변 여자애들이 나한테 막 콘돔을 준단 말이야.
'오빠 이거 새로 산거야 써보고 좀 알려줘~' 하면 내가 '어~~' 그러고 받아.
그리고 또 다음에 만나면 또 새로운거 줘.
'오빠 저번에 그거 써봤어?' 하면 내가 '아아니....' 해.
그리고 또 다음에 보면 또 그래. 오빠 저번에 그거~~~~~"

"엌ㅋㅋㅋㅋ 슬프다...."
그리고 이후에 콘돔에 대한 재밌는 대화를 나눴는데,
이건 내 SNS 친구들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 빼야징.

#9.

"00아 너 그럼 피부화장만 해?"

"응 나 피부화장은 꼭 해! 이걸로 발라. (주섬주섬)"
하고 나한테 파운데이션이랑 파운데이션 브러시를 보여줬다.
퀴여운 자식.

"ㅇ오ㅇㅗ옹ㅇ오 도구도 써~~~"

"응 파운데이션 고르는거 애들이 도와줬어.
처음에 피부화장 했을 때 얼굴이 다 뜬거야.
애들이 그걸 보더니 막 클렌징 티슈로 얼굴 벅벅 지우면서
'아 진짜. 오빠는 이거 써야 한다니까!!!' 이러면서 이거 주더라고."

"그 남성용 립밤 나오는거 있잖아."

"아 그거 ㅡㅡ 색이 안 예뻐서 안 써. 별로야."

"그치!!! 그것도 다 남자색 여자색 나눈거잖아."

"글치글치.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
근데 내가 아직 스킬이 없어서 지금은 피부만 해."

#10.

어쩌다 보니까 내가 9월 생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 9월 생인데-"

"아 정말? 언제?"

"내일!"

"(푸흡) 아 그래?!"

이후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다가 친구가 카페에 가서 케이크를 사줬당.
잘먹을게 칭구얌 ٩(* 'ω' *)و


이 날 애인님 만나서 잠깐 디저트 먹고
이후에 친구 만나서 고기 먹고 노래방 가고 카페 갔다.
애인과 친구가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고
애인은 다른 약속이 있어서 갔고 난 친구랑 재밌게 놀았다.
다음주까지 약속이 계속 있어서 몸은 너무 피곤하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는 건 역시 즐겁다 :)


치즈타르트와 크레이프 케이크에 음료를 시켜 먹었다.
타르트가 케이크에 가려져서 안보인다..
치즈타르트가 시그니처인 카페라서 역시 이게 케이크보다 더 맛있었다.
음료는 좀 별로였음.
다음에 또 애인이랑 오면 타르트는 포장도 해 갈 생각이다.


친구랑 먹은 꼬기.
엄청 맛있었는데 맛있어해서 다행이라고 친구가 또 엄청 좋아했다.
역시 귀여운 사람들 끼리는 잘 통한다.


친구랑 룸 노래방에 왔었다.
합정역 근처엔 코인 노래방이 없어서 아쉽다.
들어가려는데 노래방 주인분께서 나를 보시면서
"흠 어리신 분..?" 이라 하셔서 설마 신분증 검사 당하는 건가 하고 쫄았다.
나는 성인인데도 신분증 검사가 무섭다. -_-

TMI: 요즘 모텔에 갈 때 부쩍 자주 당하는데
신분증을 안 가지고 다니는 때가 많아서 난감할 때가 많다.
술을 워낙 안 마셔서 신분증을 그냥 두고 다니는데
앞으로는 들고 다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친구가 카페에서 꽃 만들어 줬다.
친구가 20대 초반에 클럽에서 알바하면서 배운 기술이라고 한다.
나도 잘 봐뒀음. 나중에 써먹을 거임 @'-'@


친구가 급하게 사준 생일 케이크
티라미슈 케이크로 골랐다.
나는 치즈 케이크를 제일 좋아하는데 굳이 티라미슈를 고른 이유는
9월 23일 일요일에 만날 친구가 치즈케이크를 사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항상 내 생일에 치즈케이크를 사 준다.

그리고 지금 글을 9월 24일 오전 2시 반 경에 쓰고 있는데,
어제 만난 친구는 역시 내게 치즈케이크를 사 줬다.
고마워 친구야!


졸리니까 이만 자고 싶다.
하지만 금방 잠들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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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
저런 친구가 생겨서 굉장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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