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세이]애연가A
우연히 만난 애연가(愛煙家) A는 원근법이 무시되는 관계 중 하나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심장 부근을 투박한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죠.
<역설적인 진실이지만 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신기하게도 내 마음 속에서 그는 점점 흐려지고 작아집니다. 그리고 멀어질수록 그의 존재는 이 안에서 색을 찾고 몸을 부풀립니다.>
담배를 권유하며 A는 내가 듣기에는 많이 역겨운 발언도 서슴치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전 담배를 좋아합니다. 사랑과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죠.>
잠시 말을 끊은 그는 담배 한개비를 입에 꼬나물며 안주머니에서 시간에 침전되었는지 본연의 있었을 법한 광택을 이젠 전혀 찾을 수 없게 된 구식 지포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려 몇번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는지 짜증을 내며 반대편 호주머니에서 성냥갑을 꺼내 숙련된 손놀림으로 담배에 재빨리 불을 붙였습니다.
그는 양볼이 홀쭉해 보일 정도로 깊게 담배를 빨고는 허공에 길게 내뿜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죠.
<전 누구처럼 "담배연기와 사랑은 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냐" 따위의 싸구려 감상이 섞인 멘트는 내뱉진 않습니다만 담배와 사랑은 유해한 기호식품이란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필터가 없다는 점에서 사랑이 더 인체에 해롭고 중독증상도 심각하다는 연구결과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요.>
그러더니 담배 한개비를 꺼내 저에게 건넸습니다.
<담배 끊은 사람과는 더 이상의 발전적인 인간관계를 디딜 수가 없어요. 독한사람이거든요. 마찬가지로 사랑을 끊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겠죠.>
-전 둘 다 끊었습니다.
<독한 사람이네요.>
-몸에 해로우니까요.
<그렇다면 애초에 시작도 말았어야죠.>
더이상의 대화는 서로에게 맞지 않음을 느끼고 전 등을 돌려 자리를 떴습니다.
등 뒤에서 <캬악~~~ 퉷!!>하며 걸죽한 가래를 내뱉는 A의 불편한 심리를 들을 수 있었죠.
뭐 그렇습니다.
사람이 다 같을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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