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이야기] 개헌안에 담긴, 토지공개념이란?

in #kr-city7 years ago (edited)

illustration by @leesongyi


개헌안에 담긴, 토지공개념이란?

토지공개념에 대해 이전에 몇 차례 포스팅을 한 적 있는데요. 헌법에 이를 명확하게 규정한다고 밝히며 새롭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토지공개념은 건설부에서 1970년대부터 사용하던 용어입니다.
박정희 정권의 건설부장관이었던 신형식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토지의 사유 개념은 시정돼야 한다. 건설부는 토지의 공개념에 입각한 각종 토지정책을 입안 중에 있다.
1978년, 신형식 건설부장관

토지는 공공재산이라는 겁니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노태우 정권은 토지공개념을 다시 꺼내듭니다.

1988년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확대 도입한다"고 했습니다.

1988년 경제기획원 차관시절부터 토지공개념 도입 작업에 참가해 1989년 청와대 경제수석이 된 문희갑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봉천동, 사당동 등 산꼭대기 달동네에는 움막 같은 집에 서너 가구가 비참하게 살아가는 반면 삼청동, 성북동, 방배동 등에서는 수십억 원짜리 집에 초호화판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라 하더라도 이 격차는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기업과 민정당에서는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지만, 국민들 대부분은 토지공개념을 지지했습니다.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법안을 내놓습니다.

1989년 12월 30일

  •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 토지초과이득세법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이라 불리는 법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당시 이 과정을 겪은 정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1988년 초 땅값상승과 부동산투기에 대한 사회적인 불만이 대단했습니다. 이것이 중산층의 저항을 부채질해 노태우정부는 초기부터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국민적 합의 기반이 약한 데다 땅값 상승으로 불만이 커지자 체제유지에 위협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토지공개념 도입이 중산층의 지지를 붙잡아 둘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입법화가 다소 수월해진 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며 사라집니다.

이번에 개헌안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사실 이 조항이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토지에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도 수많은 제약사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폐율(대지 면적 대비 건축물 수평투영면적)과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물 지상 연면적)이 제한되고, 층수를 마음대로 지을 수 없습니다. 건축물의 용도도 제한됩니다. 자기 땅이라 하더라도 주거지역에 백화점이나 공장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제한이 없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 있는 제약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토지이용규제를 가져왔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토지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건축할 수 없습니다. 사유재산권을 일부 제약하지만 공공의 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추가되면 과거에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로 사라졌던 법들이 다시 탄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반대가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반대의 논리도 한번 들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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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공개념을 넘어 토지 공유화도 생각해볼 부분이 아닌가 해요.

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힘이 강하니....노태우때처럼 지금도 사회주의 발상이라는 공격으로 나오고 있던데 차이점도 올려주시면 좋겠네요

한국의 사유지 비율은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하네요.. 새만금으로 국유지 면적이 왕창 증가했는데도 그렇습니다 --;
그 사유지를 극소수의 인원이 소유하고 있고 ...

현재의 기득권층이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것이 엄청나고, 실제로 대부분의 재산이 땅인데, 이번에 토지공개념이 또 들먹거린다고 해서 그들이 이것을 쉽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네요. 토지공개념 3법만 잘 시해된다고 해도 상당한 부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힘있고 돈많은 자들이 있기에 쉽지 않을꺼같네요. 결국 그들이 땅과 힘을 다 들고있을꺼기에.

벌써부터 조직적인 반대가 보이던데, 눈여겨 봐야 할 듯 합니다

Congrat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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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히 뉴욕시의 경우 토지 이용 규제가 굉장히 심하죠.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과 자본논리에 도시가 잠식되지 않는 다는 면이 있겠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은 개발을 하기가 힘들기에 낡은 건물들이 많이 생기고 또 결국에는 지대 값과 임대료가 상승한다는 점입니다.

도시개발 쪽에 일가견이 많으신 것 같은데 혹시 60년대 뉴욕에서 활동했던 시민 운동가인 Jane Jacobs의 책을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헌법으로 만들려는 것인데
이를 정치적 이익으로 해석하는 자들이 있어서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멋진 포스팅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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