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철학" : 새로운 윤리와 원칙의 필요성 [BOOK]

in #kr-book7 years ago (edited)

   1999년에 출판된 『인터넷 철학』은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의 책으로 이미 인터넷이 대중화된 현재 그대로 적용해보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그에 따른 '새로운 윤리'의 필요성이라는 관계를 놓고 본다면,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도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고든 그레이엄은 첫 장에 『인터넷 철학』은 철학적인 탐구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역사와 발전에 대한 기술이 아니고, 사람들이 인터넷을 시작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며, 인터넷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약간의 기본 정보를 제공할 뿐이라고 합니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터넷이 발생한 사회, 문화적 세계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관점입니다.

   그는 책 전반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 의문을 던집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하는가? 그것은 정말로 새로이 개발된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두려워해야 할까? 아니면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까?"

   글쓴이는 가장 새롭고도 신기한 현상인 인터넷에 대해 고찰하기 위해, 가장 오래된 것 중인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철학을 이용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그는 논의하고자 하는 대상들의 뜻과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그가 우선 제시한 단어는 "러다이트족""기술 애호족"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전자는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 자체를 부정하고 반대하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이고, 후자는 그와 반대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환영하며, 기본적으로 기술의 발전이 기술이 낳는 문제점까지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 무리들을 일컫습니다.

   두 부류의 세력은 그 특성상 새로운 과학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극명한 예로는, 산업혁명 시기에 방직기가 발명되자 재봉사들이 시위를 한 일이나, 공장에 기계가 설치됨에 따라 실직을 염려한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건 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결국 "기술의 도입" 쪽이 우세했기에 현재 대부분의 기술들이 실용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추세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인터넷도 예외는 아니며,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든 간에, 이미 대중의 필요에 의해 확산이 되었다면, 그 현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터넷에 대한 러다이트족과 기술 애호족 측의 비판을 피해갈 만한 인터넷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고있습니다.

   저자 고든은 인터넷 탄생의 특성을 살피고 또 대조, 분석하기 위해 텔레비전의 발명을 예로 제시하였습니다. 텔레비전의 도입을 통해서,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는 그 형태가 크게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은 정부의 정치행태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정부 입장에서는 텔레비전을 이용하여, 대중의 의식을 보다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텔레비전을 통해 사회의 모습이 놀랍도록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는 텔레비전의 발명이란 사건이 과연 정말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인가 하는 질문에는 부정합니다. 그는 그보다 먼저 민주주의 사회의 형태를 변화시킨 것이 라디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라디오를 통해서 국민들은 정부의 회의 결과, 혹은 정책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고, 대통령의 연설을 집에서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텔레비전이 가져온 변화에 비하면 라디오의 변화는 훨씬 작아 보입니다. 저자는 다시 그에 대해 "새롭다"라는 말은 변화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의 종류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의 휴대 전화의 발달이 우리 사회를 엄청난 속도로 변화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휴대전화의 발명을 전화기의 발명보다 "새롭다"라고 하지 않고, 자동차의 발명보다 바퀴의 발명을 더 우위에 두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은 정말 "새롭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저자는 다시 의문을 표합니다. 이 문제에 대답하기 위해 인터넷에 대해 살펴보면, 답하기는 더욱 쉽지 않아집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고, 이것은 우편시스템의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웹에서 검색하여 보는 동영상은 텔레비전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메신저 등을 통하여 대화를 하는 것은 전화의 역할을 다른 형태로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인터넷의 등장은 어떤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의 등장이 아닌, 지금까지 존재하는 수많은 기술과 개념들을 통합하여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는 통합자로서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을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였을 때, (혹은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떤 새로운 것이 등장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수반할 것이며, 실재로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선 "어떤 기술적 고안품이 만족시키려고 하는 요구는 그 고안품보다 중요하고 그 고안품과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고 자답합니다. 즉, 욕망과 용도는 일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또 만들어 내며,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을 수 있고 찾는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의문 또한 평범한 경험과 더욱더 조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이전에 원치 않던, 심지어는 원할 생각도 않던 것들을 원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제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중국 음식을 오늘 알게 되었다면, 중국 음식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부산 여행에 대해 꿈도 꾸지 못했다가 기차라는 새로운 이동 수단이 등장함에 따라 부산 여행을 꿈꾸게 되는 것도 똑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요즈음의 스마트폰을 떠올리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명확해집니다.

   인터넷은 초기에 미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등장했지만, 그것이 새로운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해 그 영역이 점점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가 "수단의 통합"이라는 특성을 내포하고 있고, 그 영역이 광대해졌기 때문에, "인터넷"이라는 수단이 일으킬 수 있는 욕망의 종류는 이제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버렸습니다. 그렇다면, 그 욕망의 부정적인 발현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이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고든 그레이엄은 기술 혁신이 어디로 인도할 것인지를 정확히 알기에 앞서 기술 혁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심사숙고한 제안은 그런 혁신이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주 자연스러운 질문은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우리가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문제들이 그것들을 해결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수단과 무관함을 가정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한 "유용성"은 본질적으로 미완의 가치 개념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실질적인 이득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최종 목적인 가치와의 더 나아간 관계를 요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 "가치"는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널리 퍼진 사회적 심의와 토론 과정을 거친 후 동의 또는 합의를 볼 가치입니다. 이런 심의는 현대 사회를 만드는 데에 힘이 되는 여러 가지 목소리를 대화에 끌어들입니다. 이 과정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완수되어야 하겠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주적 제도들은 불완전하게 작용해 왔고, 부와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의 왜곡된 영향을 받기 쉬웠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개선 방법으로 인터넷을 제시합니다.

   인터넷이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다른 점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매체라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이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인터넷은 사용자가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택할 뿐만 아니라, 정보에게 영향을 줘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정치에 적용하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그것에 대해 토론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일부의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부의 통제기능이 강화되어 오히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유를 만끽하게 된 사람들이 사는 현대 사회가 다시 군주정치체제로 돌아갈 리 없는 것처럼, 통합, 다양성의 길을 달리고 있는 인터넷이 다시 과거의 낡은 체제를 향해 역주행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우리의 과제는 국민들이 효과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러한 장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의 확장속도는 우리의 예측을 훨씬 앞서가서 머지않아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인터넷이 연결될 날이 올 것입니다. 최근 확장될 IP주소 체계가 이러한 시대가 거의 임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인해서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의외의 편리를 누릴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그 혜택은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익숙해져서,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와 같이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한정 그 영역을 넓혀가는 인터넷을 그냥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가치에 대한 탐구가 전제되지 않은 발전, 즉, 기술의 발전을 위한 발전은 나중에 심각한 윤리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터넷의 신속성, 개방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어질지 모릅니다. 그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인터넷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가치와 규율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그 발전 방향을 올바른 쪽으로 유도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본 글은 2014년 1월 27일 네이버 블로그에 직접 게재했던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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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든 새로 시작되는 건 혼란스럽죠. 그런 의미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것도 새로운 윤리와 철학이 요구되는 거 아닌가 싶네요.

    네~ 아무래도 그를 위한 공동의 합의와 논의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합니다. 곧 개최되는 g20도 그 일환이지 싶구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bree1042님!

    좋은 책 한권 알아가네요
    편안한 저녁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ip2yo님도 좋은밤 보내세요^^

    인터넷이 미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나왔는지 처음 알았네요.

    이미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던데...
    앞으로 미래가 어찌 발전해 나갈지...
    그 사이에서 윤리와 사람들의 가치가 어찌 변화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해요.

    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ㅎㅎ 스팀잇을 하면서도 미래에 발생할 문제가 뭐가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mmaa님!

    잘 보았습니다.^_^ 정말 지금은 인터넷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은 시대네요.ㅎㅎ
    정말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발전의 시대입니다.

    네~ 어딜 가든 스마트폰 없이는 불안해지는ㅎㅎ 요즘 가전제품을 인터넷으로 컨트롤하는걸 보면 책의 내용이 많이 들어맞는 것 같아 다시보게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woolgom님!

    Resteemed your article. This article was resteemed because you are part of the New Steemians project. You can learn more about it here: https://steemit.com/introduceyourself/@gaman/new-steemians-project-launch

    Thank you~:) Have a good day~ @gaman!

    설 명절 잘 보내셨나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ㅎㅎ

    팔로워 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한 사람 한 사람 찾기가 힘드네요

    올 한 해 원하시는 일 다 이루시길 바랄게요~

    반갑습니다~ @joeypark님^^ 충분히 그러실 것 같아요.. 감사드리고 @joeypark님도 올해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바랄께요~^^

    맞팔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자주 봬요, @ericahan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오랜만에 와보는거 같습니다. 시작을 하고 바로 설이라 많은 활동을 못했는데 이제 다시 열심이 해봐야 겠어요

    반갑습니다 @kimmin79님~ 저도 이제야 설연휴 후유증에서 좀 벗어나는 것 같네요. 종종 봬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구요!

    좋은글 잘 읽고 가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쵸코민트님!^^ 종종 봬요!

    그러게요. 철학의 범위가 마구 확장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뭘 알아야..

    ㅎㅎㅎ네~ 좋은 밤 보내세요, @mmerlin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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