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총 사이에서: 한국 비트코인의 미래
불은 위험하다. 그건 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불이 없으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 총은 그렇지 않다. 총이 없어도 이론적으로 인류는 생존 가능하다. 불은 인간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이지만, 총은 아니다. 총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일 뿐이다.
비트코인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블록체인은, 현재 불이 될 것인지, 혹은 총이 될 것인지를 놓고 격론 중이다. 블록체인이 미래에 불과 같은 인간 생존의 필수조건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비트코인의 도박성만 보고 블록체인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고 한다. 블록체인이 그저 총과 같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비트코인의 도박성을 보며 블록체인의 암울한 미래를 진단한다. 답은 그 어느 중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합의하는 수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법무부가 빗섬을 치고 들어갔다. 나는 한국 사회의 여러 상태들이 이번 비트코인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유행하자, 그걸 따라가려고 발버둥이다. 한국형 비트코인을 내놓겠다는 발표까지 있었으니 할 말 다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기존 주식시장을 넘어서는 거래량에 이르자, 법부무는 두려워 법의 철퇴로 이 신기술을 제어하려 한다.
법부무의 움직임이 잠시 기세를 꺽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한국사회는 좋던 싫던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결국엔 국제 화폐시장도 암호화폐 혹은 탈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그건 시간의 문제다. 이전에 이미 논구했듯이, 나는 블록체인 기술이 지닌 탈권위적인 성격으로 인해, 결국 세상이 그리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 희망한다. 세계는 농경사회 이후 중앙집권화된 정치경제제도를 지속적으로 탈중앙화해온 역사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화폐제도를 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비트코인의 형태를 띄던 아니던, 세계는 그리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국가라는 체계는, 결정해야 한다. 그 시장에 나중에 뛰어 들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올라 탈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눈치나 볼 것인가. 선진국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무엇인가. 이 기술은 도대체 왜 혁명적인가. 왜 비트코인의 도박적인 현상이 이 기술이 가져올 완전히 새로운 미래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뿐인가. 국가는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움직여야 한다. 더구나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된 현실을 감안하면, 그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우물쭈물 했던 정부는, 제대로 대책을 강구했어야 한다.
적폐청산도 중요하고, 개헌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모두 정치적인 해법으로 한국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원하는 방식이다. 정치와 외교적인 정책 수립과 대응에서 문재인 정부는 탁월하다. 아마도 그것은 현 정부가 지닌 노무현 정권에서의 경험과, 윤리적 정당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탁월함이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탁월함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라. 조선은 인문학적 국가로, 최고의 윤리적 세계관으로 500년을 다스렸지만, 결국 서구의 몇 가지 기술적 발전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졌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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