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rt] 300명의 얼굴을 그리고 득도했다네

in #kr-art7 years ago

2년전,우연히 인연을 맺어 중국에서 캘리그라피 행사를 몇번 진행했었습니다. 후베이성에 있는 '우한'이라는 도시에요. 지금은 너무도 익숙한 우한이지만, 처음 갈 때는 우한이 어디에 있는 곳인지도 잘 몰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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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우한 몇번째더라. 기억이 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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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맥카페에 가서 카페인을 충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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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관광지인 '황학루' 라는 곳에서 행사를 했어요. 나름 '평창올림픽' 홍보에 일조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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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만나니 더 반가운 수호랑 반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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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행사로 간것이지만, 사실 캐릭터 그려줄 때 제일 인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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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그려달라는 요청도 많았어요. 두번째로 그린 거라서 손이 덜 풀려서 좀 아쉽게 그려졌어요. 하루 100명 목표로 그렸는데, 점점 손이 풀리면서 나중에는 거의 2,3분에 한명씩 그리는 경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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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가면 제 앞에 이 정도 줄은 기본입니다, 엣헴! 중국에서만 인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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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그림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당연히 기분좋고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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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도 참 이뻤던 여자아이를 그려줬는데, 새침하게 흥~ 돌아서서 가더니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이런 봉투를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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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봉투에 실제로 10위안이 들어있어서 다들 깜놀! 10위안으로는 나중에 맛밤을 사먹었답니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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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그렸었는데,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노부부. 두분이 제 앞에서 손을 꼬옥 잡으시고 웃으시며 있으시는데, 그 다정한 모습이 어찌나 마음에 남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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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나이가 78세, 80세라며 그걸 적어 달라고 하셨던.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림 그리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이 분들을 그리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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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특성상 빨리빨리 그려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그릴 수 밖에 없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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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숙소로 돌아와 다시 이분들을 그렸어요.

이렇게 말하면 웃기지만, 이번에 중국에 가서 300명의 얼굴을 그리며 뭔가 그림에 '득도'한 기분입니다. 저에게 그림은 항상 '두려운 것'이었거든요. 그림을 그리면서도 어떻게 평가 받을지 두려워 하고, 다른 이들의 그림과 비교하며 항상 열등감에 사로 잡혔었어요. 나보다 더 잘그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도 많이 죽었고요.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눈으로 쫓아가며 그려갈때. 그들과 나는 언어도 통하지 않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그리고 있는 대상에게 점점 녹아들어가는 기분을 정말 처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대상을 조용히 관찰하며 그리다 보면 그 대상에게 애정이 생기고, 그 애정으로 인한 찰나의 관심으로 인하여 그 대상과 공명하는 것. 이런 놀라운 경험들을 통해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저의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300명 그리다 보면요, 손이 뭐랄까 확! 풀릴수 밖에 없습니다ㅎㅎㅎ

기술적으로 그림을 매우 잘그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마음 - 단 한 사람일찌라도 - 을 움직이는 힘이 제 그림에 있다고 조금은 뻔뻔하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 이걸 '맥주를 마시게 하는 힘'이라고 부르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술을 잘하지 못하는 저 조차도 '아 왠지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중국 여정은 저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이 행사 이후 틈날 때마다 지인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습니다. 좀 더 내 옆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요. 그 그림들은 나중에 또 올려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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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3월 되세요!

우와...힘드셨겠지만 되게 의미있는 시간이었네요!!
노부부분들도 너무 아름답고요ㅠㅠ

그리고 수호랑 그려달라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수호랑의 인기란!!

네 ㅠㅠ 정말 저 노부부 보면서 제가 더 너무 좋았어요.
저 나이에도 서로 다정할수 있구나, 하며.
저당시 사람들이 수호랑 반다비 잘 모르는듯 했는데, 역시 수호랑 인기가 ㅋㅋㅋ

화가시군요 ^^
제 선배도 캐리커처 하세요

그림 그리고 캘리 쓰고 여러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dianamun 님께서 <식물은 처음입니다> 웹툰의 그림을 @meitaya 님께서 그린다고 하셔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 웹툰의 색 팔레트나 터이 정말 그림 그 자체로도 힐링이어서 어떤 분이신가 궁금했거든요.

팔로우 하고 임대받은 스팀파워로 풀보팅을 했습니다. ^^ 앞으로 종종 뵙겠습니다. 우한이라는 곳도 반다비도 다 반갑네요. 물론 우한에 가본 적은 아직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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