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medicine] 환자가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in #kr-1000club7 years ago (edited)

먼저 이 글의 제목인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것은 의사들이 보기에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지칭하는 말이며, 그러한 선택을 내리게 된 분들을 비난하거나 비방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기 위해서 쓰는 글이라는 것을 설명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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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맹독성 리트리버입니다.

저는 아직 의사가 아니지만, 실습을 하면서 의학적으로 보았을때 잘못된 선택을 하여 병을 키우거나,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환자들을 생각보다 자주 만나고, 보아 왔습니다.

이러한 글을 쓰면, 어떤 분들 께서는 '현대의학의 오만함'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환자가 선택한 것이 맞을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글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제 나름대로 고민했던 흔적 중의 하나로, 글의 의도만큼은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정도만 생각해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환자가 모든 정보를 비교하여,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의사들의 희망과는 달리, 환자들이 의사의 시각에서는 이해할수 없는 선택 -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치료법을 믿거나, 시행하여 오히려 건강에 해를 입는 경우 - 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지금까지 대다수의 의사들은 그런 환자들을 혼내거나,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외에 적극적으로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물론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환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답답한 마음이 들고, 그런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 나쁜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자기도 모르게 환자들에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으로는 환자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

의학도라면, 환자들이 왜 선택을 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집 떠난 탕자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다음은 내가 생각한 환자들이 탕자가 된 이유 들이다.

  1.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택의 순간에 통계는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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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을 점심이나 선풍기를 사려고 고민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점심이나 선풍기를 고르는 데에 통계는 필요한 요소가 아니다. 인터넷으로 몇번 검색을 해 보고 좋은 블로그 후기가 많아서 선택했다고 한다면, 꽤 공을 들인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들이 평생을 거쳐 배우게 되는 의학 분야에서 어떠한 치료법이 'global standard', 즉 교과서에 실릴만한 정도의 지식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번의 통계학적인 검증과,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의사들은 통계학적으로, 실험적으로 검증된 의학적 치료법이 옆집 누구누구는 효과를 봤다더라..는 '카더라'에 밀려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은, 우리도 매일, 통계와 상관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 다만 의사들은 건강 분야에 있어서는 그러한 선택방법이 올바른 선택이 아닌 것을 수천 수만번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일 뿐이다.

  1. 환자들은 의사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의료의 스펙트럼에 대해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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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 인턴과 레지던트 중 누가 더 높은 단계인 것인지, 한의사와 의사의 차이, 전문의와 일반의의 차이같은 것들은 너무나도 명백하고 당연하다.

그러나 환자는 이러한, 의사들이 생각하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의료를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알지 못한다.

의사와 환자의 오해는 '이런 것은 당연히 알겠지' 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의 생각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것이다.

  1. 슬프게도 현대 의학에서 치료가 불가능 한 증상이나, 질병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 이는 현대 의학 만능설과 공존할 수 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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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을 공부하는 우리는 '치료 가능한' 많은 질병과 증상을 배우기에 급급하다.

의료인들이 생각하기에 현대의학은 최선의 선택이며, 많은 환자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의느님'이라는 절대 생겨서는 안될 말도 생길 것이다.

'최선'은 절대로 '만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거나, 증상치료만이 고작인 질병들도 많다. 현대 의학이 절대적이고, 만능이라고 생각해 온 환자들에게 '치료는 불가능하다'라는 말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평생 약을 드셔야 합니다.' 라는 말 자체가 환자에게 가져오는 박탈감에 대해서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환자가 위의 말에 상처받고, 터무니 없는 치료를 선택했을까... 너무나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1. 환자들에게 현대 의학은 대체의학에 비해서 건강증진의 분야를 도외시 해온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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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이 건강증진의 분야에서 대체의학에 비해 못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 이야기하는 '매일 적절량의, 열량과 염분이 너무 좊지 않은 음식의 섭취, 매일 적절한 운동 실행하기, 건강검진 꼭 받기' 등은 마치 배불리 점심을 먹은 뒤 듣는 노교수의 지루한 강의 같다고나 할까..

현대의학이 이렇게 건강한 사람이나, 현대의학으로는 특정할 수 없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적절한 care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건강증진의 욕망을 다른 분야에서 해소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정말로 환자들을 생각하는 의사가 되려 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환자를 위한 치료를 공부하고, 그것에 대해 동료들과 토론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한국의 진료환경이 아무리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도 5분 이상 진료를 할 수가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안다.)

이제 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얼마만큼 열심히 포스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들이 가능한 한 의학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더불어, 환자들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유중에 의사들이 오만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모든 의료인이 성자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에게 해가 되는 치료를 해서라도 잘먹고 잘살려고 하는 파렴치한들도 있긴 마련입니다.

그래도 제가 봐온 세상에서, 거의 모든 의사들은 성격이 얼마나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환자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도발적인 단어로 제목을 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의사와 환자 모두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환자의 치유를 의미하는 '진리' 이며, '과학'이 '진리'에 가장 가까울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늘 진리일수는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저를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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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지금 하신 많은 고민이 현장에서 진료하시는데 밑거름이 될겁니다ㅎㅎ

@familydoctor님, 늘 좋은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스팀잇에 계신 많은 선생님들을 보면 제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 조금은 윤곽이 잡히는것 같아서 참 좋아요 ^^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서로 같은 일에 종사하는 분들의 응원이 더욱 좋은 일로 여겨집니다.
'오만한 의사' 또는 '모든 의사가 성자가 아닌' 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잘 읽었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leemikyung님 ^^

모든 의사가 성자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의사도 역시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약한 인간인 대다수의 의사가 국민을 위해 힘쓸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대한 제 생각도 스팀잇에 언젠가 올리게 될것 같아요 ^^

@jawon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동의합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죠. 그런만큼 문제에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데, 의사들은 너무 바쁘고, 환자들도 나나 내 가족이 아픈거 아니면 큰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죠.

앞으로 서로 여러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과거에 비해 감춰졌던 폐단이나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유되었는데요.
예전에는 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을 믿고 치료를 받았다면, 말씀하신 '오만한', '환자에게 해가 되는 치료를 했던'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신이 많이 생긴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내리는 처방들이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게 납득이 되지 않을 때, 특히 큰 병원에서는 그걸 납득시켜줄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까요..
이게 건강과 치료비와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더 첨예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sjchoi님 반갑습니다.

환자에게 해를 된 (예를들어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말도안되는 짓을 한 의사들이 있는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말씀해주신대로 큰 병원에서 환자에게 치료에 대해 납득시켜줄 시간이 적고,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 수가가 기본적으로 너무 낮기때문에 많은 의사가 그렇게 진료를 볼수밖에 없어요. 미국처럼 처음 병원에 온 환자는 10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받고, 30분넘게 하나하나 다 설명해 가며 진료하는 것과 처음 온 환자에게 보험료 포함해서 2만원정도 받고 5분 치료하고 다음환자 보아야 하는 환경은 차이가 있을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문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요. 의사들의 뼈저린 반성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한 자료와 생각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좋은말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요즘에는 "의료 영업" 이라고 의사를 보기전이나 진료가 끝난 후, 고가의 의료치료를 권유하는 컨설턴트들이 늘어나서 참 아쉽습니다

@nps0132님 반갑습니다.

고가의 의료치료에 대해서는 두가지 측면해서 생각을 해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1. 환자에게 필요가 없거나 해가 되는 치료인가?
  2. 정말로 고가인가?

환자 입장에서 의사도 아닌 사람이 고가의 치료를 권한다고 하니 이사람들 나를 상대로 영업하나?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것 같습니다. 역시 긍정적으로 볼 수 없겠네요. 우리나라 의료수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되면 조금은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제 병원에 다녀왔는데 쾌유를위해서도 기도하지만 항상 환자를 돌보시는 의사와 간호사를 위해서도 꼭기도하게 되더라구요~

본인이나 주변사람이 아플때 의료진을 생각하는건 정말 어려운일인데 참 따뜻한 마음이신것 같아요 ^^ 감사드립니다!

실습하실땐 여유가 좀 더 있죠 :) 꼼꼼하게 잘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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