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 여덕주]

in #kozani9 months ago

[리모델링 / 여덕주]

뭐라 할까
세월을 건너오는 동안
어느덧 달걀이 두 판 하고도 여덞개

꽃 지고 잎 진
낡은 집에 사는 나는
리모델링 연속 중이다

변모한 지붕은 하얗게 변색된 지 오래전
가끔 옿칠을

마음보다 앞서가는
눈망울엔 두 바퀴가 걸렸고

식당은 여러 개 보조기구를 사용
제 것은 몇 개 안된다

예고 없이 찾아온 내리막길엔
브레이크가 없는 듯
무기력을 향해
달려만 가는

그대의 강
건너딛는 두 기둥은 게 걸음
삐걱거리는 신음 소리

고목이 되어버린 나무엔
꽃이 피지 않는
빛바래져 가는 노을빛

마음은 언제나 초록 햇빛
누가 말해주나
서녘 끝자락 리모델링으로 흘러가는
묵언의 강물을

과거와 현재의 중간에서
버릴 수 없어
나뒹구는
나는 너를 삼킨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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