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레인 오버 미

in #ko-kr6 years ago

2014년 4월 16일, 금요일에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그 날을 기억합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잊지 않는것. 그러나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위로는 그들에게 닿지 않고 우리가 흘린 눈물로는 텅 비어버린 그들의 마음을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좀 더 과거로 가서 2001년 9월 11일, 역사적으로 다시는 있어선 안 될 사건이 터진 그 날 역시 기억합니다. 새로운 내일을 보낼 수 없게 된 사람들과 살아갈 희망을 놓은 사람들. 이 영화 레인오버미의 주인공 찰리파인맨 역시 911테러로 사랑스러운 딸 들과 아내 그리고 키우던 강아지를 잃게된 테러 유가족 중 한 명입니다. 참사 후 찰리는 일상 마저 잃게 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찰리 파인맨. 그는 자신의 헤드셋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따라 부릅니다. 그것이 바로

Reign over me
‘나를 지배하다’ 혹은 나를 ‘다스리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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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를 지배하고 있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은 주변인들은 물론 그의 장인 장모마저 밀어냅니다.

그렇게 일상을 잃어버린 찰리와 우연히 만나게 된 치과대학 동창 엘런 존슨. 엘런은 치과의사로서 성공을 이룬 자신과 달리 망가져 있는 찰리를 보고 그를 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엘런의 노력은 가슴 따뜻한 위로의 말이나, 희망을 전하는 메세지가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냐” 라는 말로 채워지지 않을 텅 빈 찰리의 마음과 “이제 괜찮아 질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 는 말로 지워지지 않을 그날의 기억들. 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진부한 상담의 말들이 아닌 그저 옆에서 늘 함께 있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속에 있는 것을 꺼내야 한다는 상담사의 말에 찰리는 상담실 밖에 나가 기다리고 있던 엘런에게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지배하고 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토해냅니다. 찰리가 장인어른과 장모님 앞에서 한 말을 기억 합니다.

“얘기하지 않고도 사진을 보지 않고도 전 항상 식구들을 봅니다.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들 얼굴 속에도 식구들을 봐요. 장인어른이 가지고 계신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보인다구요. 힘드시다는거 알아요. 하지만 두 분은 ‘서로’가 있으시잖아요.”

지워도 지워지지 않은 기억, 그 아픔을 느낀건 찰리 뿐만이 아닐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과 손녀들을 잃은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지옥 같은 하루를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두 분이 ‘함께’ 였기 때문입니다.

사고 후 언제나 혼자였던 찰리파인맨. 그 아픔을 오롯이 자신이 감내하면서 버텨온 찰리에게 찾아온 친구 엘런 존슨. 슬픈기억에 지배당한 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유. 그 이유 역시 늘 곁에서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늘 함께 하는 것’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릅니다.

Reign over me
레인오버미의 대표적인 사운드 트랙이자
찰리가 큰 소리로 외친 가사의 원곡
사실 이 노래의 제목은
Love reign o’er(over) me 그 뜻은
‘사랑이 나를 지배하다.’

다시 처음으로 가서 억장이 무너진 가슴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듯 살아왔던 세월호 유가족들. 진부한 말로 조잡한 위로를 건내고 이내 사라진 사람들, 심지어 자식을 팔아 장사를 한다며 조롱한 사람들 이런 소리를 들으며 매일 지옥을 살았던 유가족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던 이유. 그것은 묵묵히 늘 곁에 있던 사람들 때문입니다.

나를 ‘지배’하는 아픈 기억이
사랑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늘 함께 하는 것

영화 레인오버미 리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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