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담] 아니, 니도 돈 있으면 할거잖아

in #job7 years ago (edited)

어제 중학교 동창 친구 A를 만나서 같이 치킨을 뜯던 중 이런 얘기가 나왔다.

자기 대학 말고 같은 고등학교 애들 말인데,
아직도 취업 안하고 엄마집에 얹혀살며 여행 다니는 사람이 거의 절반 가까이 된댄다.
사실 같은 고등학교 다닌 다른 친구 B도 지금 알바 하고,
솔직히 그 학교가 좋은 고등학교는 아니어서 이해는 갔다.
아, 공부 못하는 애들이 가는 학교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근데 걔가 이렇게 의문을 갖더라.
"아니야. 노는 애들 중에 머리 좋은 애들도 많아.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그래서 걔한테 내가 말해줬다.

돈 있으니까.
아니, 니도 돈 있으면 할거잖아.

야, 우리 솔직히 까고 말해볼까? 너 일 왜 하냐? 돈 벌어서 하고 싶은 거 하려고 하는 거잖아?
그런데 요새 취업 불경기니 어쩌니 해도 결혼하고 집 살 수 있는 정규직이 없다는 거지,
진짜 암것도 안 보고 블랙기업이든 뭐든
조또 아무데나 지원하면 월급 150받고 자기 한 명 먹고 살 순 있어.
미래가 없어서 그렇지. 근데 상위 5% 정도만 제외하면 남들도 다 그렇잖아?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그 150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냐?
그년들 다니는 해외여행 겁나 비쌀 거 같지?
전혀. 일본 후쿠오카 배타고 다녀오면 20만원도 안 해.
호텔 뷔페 가격 얼마 할거 같냐?
풀코스로 하면 10만원 넘게 깨지지만 디저트만 취급하면 5만원 안짝이야.
그니까 최소 25만원만 투자하면 너도 걔네들처럼 인스타에 호화여행사진 도배할 수 있다고.
걔네들이 부러워? 그럼 너도 해!

내심 걔네들 얕잡아보는 마음도 없는 거 아니지? (A는 그렇다고 동의했다)
너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잖아.
나는 취직해서 경력 쌓아 착실히 미래를 준비하는 개미 같은 직장인이고
걔네들은 취직도 안 하고 돈도 모잘라서 미래에 굶어 죽을 베짱이 후보생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봐.
평생 괴로워하고 고통 받으면서 100살까지 살래, 아니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50살까지 살래?
솔직히 너도 이 둘 중에서는 후자 고르고 싶잖아.
걔네들은 이미 후자로 살기로 작정한 애들이야.
까고 말해서, 오래 살기 콘테스트 나가는 것도 아니고
ㅈ같은 인생 벽에 똥칠하면서 오래 살면 뭐 하는데?

따지고 보면 이거 조삼모사 아니냐?
아침에 도토리 세 개 먹고 저녁에 도토리 네 개 먹는 놈이나
아침에 도토리 네 개 먹고 저녁에 도토리 세 개 먹는 놈이나
결국 뱃속에 7개 처넣는 건 똑같은 건데

"나는 아침에 3개 먹었으니 아침에 4개 먹은 놈과는 급이 달라~"
이러면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 얼마나 어이도 없고 웃기는 일이냐.

(A는 난 돈 없어서 일해야 하는데 걔네들은 돈 풍족해서 놀 수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
너도 돈 있으면 할거잖아!
니가 못나서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걔네들이 잘나서 돈이 많은 것도 아니야.
걔네들은 걍 로또 맞은 건데 왜 너 눈치 보면서 당첨금 못써야 하는 거냐?
걔네집 너네집보다 세금 몇 배는 더 많이 내는데!

그리고 니가 외부인 입장에서 보니까 걔네들이 걍 놀면서 부모 돈 쓰는 것 같지,
알고 보면 80%가 예전에 지가 번 돈이나 퇴직금 쓰고 있어.
어디 가서 훔쳐온 것도 아니고 자기가 벌어서 아낀 돈 쓰는 건데 그걸 왜 니가 억울해 해?

그냥 편하게 생각해. 니가 생각하는 대로 그년들 나중에 돈 없어서 궁상맞게 살겠지!
아니면 뭐 그전에 자살이라도 하겠지! 근데 그거 아냐?

갑자기 내일부터라도 그년들이 다 정신차려서 돈 아끼면 IMF 시즌2 벌어진다는 거!
니가 지금 직장에서 안 짤리고 있다는 건,
누군가가 니 연봉만큼 그 업계에 현질을 하고 있다는 거야.
너 농부 아니잖아. 프로그래머잖아. 니가 만드는 제품 없어도 아무도 안 죽어.
근데도 누군가 널 위해 사치하고 있다고.
넌 그냥 그놈들이 불러 일으켜주는 경제활성 버프만 받다가
나중에 걔네 다 죽었을 때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 건데,

이렇게 생각하면 걔네들 땜에 억울하기는커녕,
널 위해 소모품이 되어 주니 고마운 것 아닌가?

이에 A는 치킨을 더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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