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내재 가치가 존재하려면?

in #intrinsic-value2 years ago (edited)

앞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가치는 지금까지는 사회적 공감대에 의해 부여 되어왔다.[1] 사회적인 공감대가 어떤 화폐–법정화폐건 암호화폐건 간에–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면 그 가격은 붕괴된다. 역사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서 화폐의 붕괴는 경험된 바있다.

NYU Stern School의 루비니 교수는 암호화폐가 종말이 오고 있다고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99%의 암호화폐 야말로 모든 사기의 왕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99퍼센트의 암호화폐는 가치가 제로라고 봅니다… 이더리움은 거품이고 다소 사기입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고… XRP와 다른 모든 것과 함께 붕괴할 것입니다.” [2]

“I would say 99 percent of cryptocurrencies are worth zero. Just because some people believe in something alternative to fiat currencies — alternative to gold — then, like collectibles, some people are going to hold some Bitcoin. Bitcoin is not going to disappear. But, you know, Ethereum is a bubble and it’s a bit of a scam — it's worth nothing — XRP, all the other ones, they’re all going bust.”

암호화폐주의자로서 그의 주장을 인정하기는 싫다. 그러나 그는 부분적으로 옳다.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자들이 크립토의 혁신을 빙자하여 비도덕적인 행위를 해오고 있는지 우리는 안다. 아마도 최근이 가장 단적인 예가 Terra-Luna의 권도형과 함께 FTX의 샘 뱅크먼 -프리드이다. 그들은 폰지사기 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치부를 했고 샘 뱅크먼-프리드는 그것으로 부족하자 고객의 증거금을 유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22년은 모든 암호화폐의 가치가 폭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상당 부분 무너졌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다면 내재적이건 외재적이건 사회적으로 공감대에 의한 가치는 제로로 수렴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는 다시 빌드업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지난 십여년간의 블록체인과 암호 인공물들을(Crypto Artifacts)의 내재 가치를 솔직한 심정으로 되돌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각주 1)

  • USDT와 USDC 등의 스테이블코인들은 암호화폐 생태계와 법정화폐를 연결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스테이블코인들은 담보가 확실하게 있다면 그 유용성과 함께 가치는 확실하게 보장이 된다.

  • 비트코인은 인류 최초로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가 제3자의 도움없이 상대방에 대한 신뢰없이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는 실패했다. 즉,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혁신을 원하는 사람들은 열망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공감대에 의해서 부여된 가치이외는 유용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주 2)

  • 이더리움은 인류 최초로 인터넷상에서 제3자의 개입없이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기 위한 매개체로 설계되었다. 스마트계약에서 이더리움의 유용성(Utility)은 확실하다.(각주 3) 나중에 다른 글에서 논의하겠지만 어떤 암호 인공물을 사용하는 생태계내에서 토큰의 유용성을 내재 가치의 한 가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이더리움은 내재 가치가 확실히 드러나는 토큰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할 때에 어떤 생태계를 정의할 수 있고 그 생태계 안에서의 유용성을 정의할 수 있다면 (이상적으로는 그것을 측정할 수 있다면) 어떤 토큰의 내재 가치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어떤 암호 인공물이 있어서 증권과 비슷하게 작동하고 그 생태계 안에서 현재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고전적으로 증권이나 옵션 분석가들이 사용하는 내재 가치 계산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돌아가서 암호 인공물에 대한 무너진 사회적 신뢰는 다시 빌드업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질문에 답해보자. 암호화폐주의자로서 나는 사회적 신뢰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본연의 가치가 무시된 채 암호 인공물이 설계되는 관행은 잘 못 되었다고 주장한다. 다소 과격하게 주장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본연의 가치가 없는 암호 인공물은 없어져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암호 인공물의 내재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고 그에 맞는 적절한 설계 방법론을 순수한 이론적 관점에서 조망해보고자 한다.

각주 1. 나는 여기서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말보다는 ‘암호 인공물’(Crypto artifact)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어떤 것들은 ‘화폐’라기 보다는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매개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각주 2. 이론적으로 볼 때 비트코인은 사회적인 공감대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비트코인의 흥망과 성쇠에 크게 의존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두려운 일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처럼 내재 가치없이 사회적 공감대에만 의존하는 코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각주 3. 루비니 교수는 이더리움도 버블이 있고 부분적으로 사기라고 보았다. 그가 이더리움의 어떤 부분이 사기라고 보았는지 설명을 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하지만 그가 기술적으로 다소 무지해서 하는 말이 아닐까하고 짐작한다. 스마트 계약이야말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창출해 냈고 그 중심이 되는 것이 이더리움이다. 즉, 인터넷상의 불특정 다수가 제3자의 개입없이 계약을 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시스템의 매개체로서 이더리움의 유용성은 분명하다. 스마트 계약의 잠재성을 모르는 사람은 마치 우마차만 알고 있는 사람이 자동차의 유용성을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즉, 루비니교수는 우마차의 유용성만을 알고 있는 시대의 사람이라서 자동차의 유용성을 모르고 헛소리를 하는 격이다.

참고문헌
[1] 이영환. “암호화폐 내재 가치 설계 이론과 그 생태계를 향하여,” 2023.1.3. https://bit.ly/3CpmNOL
[2] Catherine Ross. “Nouriel 'Dr. Doom' Roubini: '99 Percent of Cryptocurrencies are Worth Zero',” Cointelegraph. 2018.10.15. https://bit.ly/3GelS4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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