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 가족 확진
시작은 1호였다.
경로는 알 수 없지. 확진자가 수십만명을 넘어서는 요즘이니.
다만 그렇게 주의를 줬음에도 내내 놀이터에서 놀고 비누칠로 손 씻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코를 그렇게 후벼대더니!
초기 증상은 고열, 그리고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다리는 하루 쉬었더니 괜찮아졌고, 이틀간 해열제를 복용하며 관리했더니 이내 원기를 회복했다.
엄마는 짜증이 났다. 가족이 확진됐는데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 간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원이며 방문교사며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야 했다. 특히 그간 접촉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염려가 컸다. 연락을 돌려 각자 몸상태를 관찰하고 이상증세가 발현하면 즉시 자가키트 검사를 해보라 알렸다.
어머니 팔순 생신파티를 조촐하게 준비해왔는데 미뤄야 하나. 가족 중 한명이라도 지연 감염된다면 가족모임은 불가하다.
다음은 아빠.
집안에서 격리를 완벽히 하는 건 무리였나보다. 초등학생 자녀가 확진이다 보니 체온 측정도 하면서 간호를 해야 해서, 예전에 확진자 밀접접촉에 따른 자가격리와는 다를 수밖에.
열이 오르더니 몸살기운이 쫙 퍼져 꼼짝하기가 힘들었다. 1호의 경험에 미루어 이틀간 고생하면 되겠지 지레짐작 했는데 닷새동안 고열, 오한, 몸살이 났고, 편도에도 염증이 생긴 모양인지 침 삼키키가 어려웠다.
2차 백신까지 접종한 상태였다. 1호와 아빠, 2호와 엄마로 집안에서 분리생활하기로 했다. 어머니의 생신은 양해를 구해 일정을 미루고 축하 떡 등 자질구레한 것들도 예약일정을 변경했다.
아빠 확진 판정 하루 뒤, 엄마랑 2호.
결국 전 가족 확진. 마스크를 벗고 그냥 같이 생활하자.
엄마는 3차 접종을 최근에 마쳐서 목이 불편한 정도의 증상으로 넘어갔다. 2호 어린이는 하루밤새 고열이 나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다음 날에도 잘 뛰어 논다.
그리고, 인근 친척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서 격리장소를 우리집으로 잡았다. 남의 집이라 불편하겠지만, 고위험군 고령자가 있고 고3학생과 취업준비생이 있으니 이리로 오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2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국민 5명당 1명이 감염되었다고 한다. 사망자 수도 심각하다. 초기 K-방역 우수하다 추켜세우던 목소리들은 싸그리 사라졌다.
다행히 큰 후유증을 겪는 사람은 가족 중에 없다. 차라리 시대의 통과의례를 거친 거라 여기니 한결 마음을 편하다. 격리기간 동안 대체로 하늘이 흐렸고 한 차례 비가 내렸다. 예보에 내일은 맑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