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도 애도하겠다

in Korea • 한국 • KR • KO4 years ago (edited)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이 순식간에 끝나고
사람들의 반응또한 순식간에 인터넷을 지배했다.

1.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인자리에 기쁜마음으로 모였다가
출발하기전 갑자기 뜬 속보에 놀란마음을 공유하고자 한마디 꺼내었다.

"뉴스봤어 ?"

이 한마디만 했을뿐인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치듯 부정적반응이 쏟아져나왔고
나는 그 후로 그 주제에 대해 한마디도 덧붙이지 못했다.

어떻게 한 사람의 죽음을 그렇게까지 쉽게 비난하고 하찮은 파리목숨마냥 "잘 죽었다"라는 말을 쉽게할 수 있는지, 도무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더불어 그동안의 공적까지 한낱 쓰레기처럼 치부하기도..
99의 정의로운 일을 해왔어도 1의 섹스스캔들이 99를 0으로 바꿔버리는 현장이었으니 말이다.

모든 정치인은 정치인이기 전에 인간이다.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면, 그 또한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다.
우리모두는 자신들만의 치부가 존재하고 오욕에 이끌리며 살아간다는 것.

죄 없는 사람만 돌을 던지라.


2.자칫 같은 남자끼리 옹호하는 뉘앙스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그의 도덕적 결함을 감싸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끊어버리기로 결심하기엔 이 사건은 너무 찝찝하지 않은가?

전 비서 A씨가 8일 저녁에 고소장을 제출한 후에 모든 절차를 생략, 그 순간부터 수사가 다음날 새벽까지 이루어진 후 곧바로 피의자에게 연락이 닿아, 그 길로 주검이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에 의문을 갖지 않는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보통 당직자가 이런 큰 수사를 담당하는게 가능한가??
그것도 2017년도 사건을 ?
게다가 그 소식 하나만으로 자살을 ??
시신은 새벽에 발견됐다고 하는데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오후 5시경에 소집??

거기다 현장브리핑을 하는 경찰의 얼굴엔 실소가 드러난다.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또한, 나는 미투사건을 전부 믿지 않는다.
이미 거대해져버린 섹스스캔들의 사회적 반감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너무 좋은 무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정당한 패미니즘을 지향하는 편인데,
"요리는 남자가 잘해, 여자가 잘해?" 라는 질문에 "당연히 잘 하는 사람이 잘하지 !" 라고 대답할 줄 아는.


3.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누군가를 지지할 때 무의식적으로 순수주의를 내세우면서 당사자에게 이상화(idealization)를 요구한다는 것.

예를 들면 최근 파리에서는 시장선거가 있었는데, 가장 유력한 후보중 한 명의 섹스스캔들이 불거져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당시언론사를 비판하며 "당사자의 개인사에는 관심이 없다.", "정치인은 일만 잘하면 NO상관." 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모두 모자라니까.

공직자에게 순수함을 요구하는 도덕적 순수주의가 고착되어 이상화(idealization)<-->악마화(demonization)라는 지극히 단순한 흑백논리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아닐까.


4.인간은 복합적 존재이다.
그의 결정을 (혹은 강요된 결정이든, 그의 결정이 아니었든) 감히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단순히 보자면, 수사가 진행이 된 게 없을 뿐더러, 나는 절대로 그의 입장에 서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간은 우주와도 같은 복잡성 혹은 복합성, 즉, 수많은 결들이 뭉쳐저 하나의 덩어리로 존재하는데, 그 결들은 모든 사람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떠한 결정을 했을 때, 우리는 그 결정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떻게 귀결되었는지 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사건에 '용기없음' 이나 '비겁'이라는 단순한 단어들로 단정짓는 다는건 어쩌면 우리의 인간됨을 돌보지 않는 행위일 수 있지 않을까.
그의 결정이 '용기있는 사죄의 몸짓'인지, '비겁한 도망'이었는지는 오로지 그 만이 알 수 있다.
우리는 판단을 멈추자.


5.그의 업적을 기억하자.

비록 사는 곳은 프랑스 파리이지만, 세계속의 한국 혹은 세계적도시 서울을 발전시키는데에 대한 공헌을 어찌 부정하리요.
국내에서도 그린딜 정책 및 무상급식등의 서민복지를 위해 늘 일하는 시장으로 세계에 본을 보인 건 인정해야 하는 일.

오히려 그를 인정하는 데에 용기를 내본다.
알게 모르게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해준 그에게 감사를 해본다.
애도라는 행위에 용기가 필요한 줄 몰랐고, 비난적인 코멘트가 사방에 깔려있지만,
나는 그래도 애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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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지목인에 공감하는 만큼 지금 고통을 겪는 피해자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판단할 기회를 저버린 것은 본인입니다.
코로나 19를 이유로 분향소를 강제철거 한 시 정부가 피해호소인이 존재하는 사건에서 대대적으로 서울특별시장을 치르는 것에 대해 헛웃음을 짓게 합니다.
고인의 지속적인 발언에도 배치되고, 서울특별시 내부 사건처리 규정에도 어긋나구요.

안녕하세요.
글에 쓰여있다시피 저는 개인적인 의심을 해소할 수 없구요, 판단을 멈추겠습니다.
이 사건으로 우리는 무슨피해를 입었습니까 ?

청와대 연락을 받은 지 24시간만에 실종되고 타살 혐의 없음 경찰 발표가 의심스러우시다니 할 수 없네요.
스스로 죽었다는것부터 인정을 안 하시니 그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코로나 확산이 한창일 때 사는 도시의 결정을 내린 결정권자가 내년까지 없어졌네요.
모두들 감염을 조심해 문상을 거절하는 사이 대대적으로 분향소를 차리고 문상을 받고 있습니다.
연초에 일일 감염자수가 훨씬 적을 때 부당한 죽음으로 차려진 분향소는 몇십명씩 돈 들여 강제철거를 한 도시에서요.
고인이 반복했던 피해 호소인의 증언을 들어야 한다는 말은 고인을 기린다는 사람들이 짓밟고 있네요.

'의심' 과 '부정'은 단어의 뜻이 다르구요, 도시의 결정권자는 시장대행이 나서고, 코로나사태의 분위기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이후로, 당황스러웠던 초반에 비해 여러 대책이 세워진 상태라 여러모로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의 죽음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는 건 어떠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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