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토큰으로 귤 판매를 종료하게 된 이유

전 귤 한박스도 하루면 뚝딱 해치울 만큼 귤러버입니다.

그런 제가 따뜻한 남쪽나라 귤국에 살고 있는 것은 성덕이나 다름 없죠.

귤국에서는 귤이 화폐처럼 이용...되진 않고, 마치 기본소득처럼 귤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제주도에서 귤을 사먹으면 주변에 친구가 없는거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철이 되면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무료로 귤을 가져가라고 콘테나(컨테이너의 제주식 표현)채로 두기도 하고, 음식점이며 카페에도 온통 "귤 가져가세요" 이렇게 내놓곤 해요.

그리고 농사짓는 이웃분이 한보따리식 귤을 나눠주기도 하죠.

제가 제주도에 이사 온 첫해에 이마트에서 귤 한보지를 사려다가 교회 여전도사님에게 딱 걸려서!
"아니, 무슨 제주도 사는 사람이 귤을 사먹어. 바나나나 사먹어. 이따 우리집에 들러요. 알았지?"

그렇게 무농약 귤 10KG 두 박스를 선물로 받고, "어느 집에 누가 귤을 사먹는다더라" 소문이 퍼졌는지
온동네방네에서 귤을 자동차 트렁크 채로 싣고 오셔서 주고 가시는 바람에
베란다에 귤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귤을 먹다가 지쳐서 온 손과 발은 노래지고, 귤잼, 귤주스 등등 갈아서 먹고, 끓여먹고 했었네요. 하하하.

그러던 어느 날, 무농약으로 귤농사를 지으시는 지인 분이 농협에서 너무 매입가를 낮게 부른다며 귤을 도매로 안 넘기고 직접 파시려다가 못 팔고 창고에서 수 백 박스를 그대로 썪혀서 버렸다는 말을 들었어요.

귤 농사를 짓기에도 바쁜 데, 온라인에 홍보하고, 판매하고 할 여력이 없으셨던 거죠. 그래서 저는 인터넷에도 익숙하고 마케팅도 해본 경험이 있으니 올해는 제가 한 번 인터넷으로 판매해볼게요. 하고 시작했던 귤 판매가 올해로 5년차가 되었어요.

무농약 귤이다보니 껍질이 많이 거칠고, 두껍기도 해서 못난이 귤로 불리기도 하고 마트에서 판매하는 깨끗한 귤만 드셔본 고객님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농부의 정성이 담긴 귤 맛은 새콤하고 진해서 그 진가를 알아차린 고객님들이 하나 둘 생겼답니다. 매년 저희 귤만 기다린다는 단골분들도 많이 생겼어요.

저희 귤은 새콤한 맛이 특징이라서 임산부 손님들이 많은데, 첫해에 임신했던 아기가 이제는 3살이 되어서 포크로 귤을 먹는다며 리뷰를 남겨주신 분들도 있답니다. 그런 인증샷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울컥하곤 해요.

그런데 저희 무농약 귤 판매는 올해로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 때문에요.

첫 해에는 눈이라곤 볼 수 없는 서귀포에 기상이변으로 폭설이 내렸습니다. 800상자의 귤을 그대로 버려야 했고, 고객님들에게 환불을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매년 날씨가 더워지더니 겨울이 너무 따뜻해져서 제주도에는 벌레가 기승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추운 겨울에 벌레들의 개체수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기온이 상승해서 벌레들이 겨울을 날 수 있게 된 거죠. 무농약으로 귤을 야외에서 키우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벌레들이 생겼어요. 일일이 손으로 잡을 수가 없는 거죠.

제주도는 여름 장마는 사라지고 동남아 기후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반짝 맑았다가 하루는 스콜성 장대비가 내리는 여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 엄청 길어졌습니다. 원래 장마가 1~2주 폭우처럼 쏟아진다면 제주도는 한달내내 비가 내렸다 안내렸다 오락가락 습한 기간이 길어진거죠.

날씨가 습해지니 바이러스와 병충해가 심해집니다.

도저히 무농약으로는 귤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기온이 상승해서 귤의 수확지가 제주도에서 전라남도, 경상남도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는 멀리 있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귤이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제주도에서 더이상 자라지 않을지도 몰라요. (앗, 갑자기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ㅠㅠ)

그렇게 저희는 올해 마지막 귤을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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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토큰으로 귤 주문은 아래 주문서로 하시면 됩니다.
https://forms.gle/aA3nYYvBfAbZaD1WA

현금으로 주문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주문서로 주문해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KcoT5XMLBY5EHBztDBHgJc8LtAOhq0T0bKje1jzNddB9AKA/view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