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도요 아빠새처럼
암컷은 알을 낳고 나면 떠나버리고, 수컷이 알을 홀로 품고 키우는 호사도요 아빠새로, 나는살아 왔다.
아내는 무참히 나를 떠났고, 남겨진 어린 것들을 나는 품에 꼬옥 안았다.
분한 슬픔이 내 눈을 타고 흘러 내렸지만, 나는 더욱 어린 것들을 꼬옥 안았다.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주었고 튼튼한 둥지만들어 주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그렇게 흘러 갔고, 그 어린 새들은 이미 장성하여 내 곁을 떠나 살아 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평생 무엇을 한 것일까?
그저 호사도요 아빠새로 살아가기 위해 이 힘든 곳에 온 것은 아닐탠데…
다들 그렇게 산다 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것도, 아이들 둘 다 무탈하게 잘 자라 제 몫들을 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혼자서 잘 해 낸 것이라는 격려에도, 이 설명되지 않는 허탈한 감정은 무슨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