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이 보인다
몸 보링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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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맑고 밝게 넓혀 보려고
의사선생님의 손을 빌어, 이틀간 눈을 가리고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새 쓰던 ‘안구보호용 양안 쉴드’라는 것을 벗고
뱁새눈에다 네 종류의 액약을 5분간격으로 순서대로 집어넣고,
처방약도 시간 맞춰 찾아 먹고..
긴장된 마음으로 두 눈을 활짝 개방하고 창문을 여는 순간
이 세상이 이렇게 환하게 밝은 줄 예전에 미쳐 몰랐었다.
깜짝이야! 명도와 채도가 다른 세상이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신천지(표현이 쪼까 이상함..) 눈앞에 펼쳐졌다.
일단, 시운전 결과는 정상 가동!
부하운전도 잘 될 조짐이어서 더 기뻤다.
의사선생님이 눈은 많이 써 보되, 산책은 5일간 금지하였다.
아마도 땀이 나서 눈에 자극이 될까 싶어서 일 것이다.
일주일간 목 위쪽은 세안, 머리감기도 금지령이다.
새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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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금이 져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집에서 직선거리 10m, 이동거리 100m밖에 되지 않는데 뭐?
뒷동산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디뎌 보았다.
온 천지가 꽃이다.
풀과 나무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속들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다.
여지껏 접한 꽃의 빛깔과 자태가 아니다.
투명하고 맑고 밝은 사물의 자연이
태초의 아름다움으로 내 눈 속에 박혀왔다.
참으로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다.
이제 후반전 마라톤 준비(?)까지 되었으니
내 가슴도 활짝 열어 뛰어 보리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