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금융위기 투자전략 - 1편 ; 지금이 주식 투자의 적기라는 환상
어제 나온 금융대책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순식간에 기준금리를 제로로 만들고 양적완화를 재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양적완화를 무제한으로 실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 역사에 처음 일어난 일입니다.
중앙은행이 직접적으로 부실위험이 있는 회사채를 사들이는 것은 법개정과 의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특수법인을 만드는 형태로 간접적으로 회사채도 사들이겠다고 결정했습니다.
2조규모의 긴급재정정책도 결국 통과되는 것이 기정사실입니다. 우리 모두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금융-재정정책이 불과 한달도 안되어 시행되는 역사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급반등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대표지수들은 10% 넘게 상승했고 유럽과 아시아증시도 대대적으로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금융전문가와 투자전문가들이 다시 신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점을 다지고 있다", "저점에 이르렀다", "더 내려갈 곳은 없다", "이제 가치와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동남풍만 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니 이해는 갑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제 단기악재가 마무리되면 엄청난 유동성에 기반한 자산가격 상승이 다시 시작될까요? 지금 안타면 영원이 못타는 것일까요?
- 신종코로나 사태는 일시적인 에피스드에 불과하고 한두달 안에 대부분 정부에서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 된다.
- 신종코로나가 유발한 금융-실물위기는 막대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으로 해결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지금이 저점 근처일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지금이 인생 최대의 투자 기회일지도 모르겠으니 지금 투자하시면 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릴테니 가려서 들을말은 들으시고 본인 판단으로 투자하셨으면 합니다.
총알은 다 썼습니다. 하지만 괴물이 죽지 않았습니다.
괴물이란 신종코로나가 일으키고 있는 실체적인 피해와 공포입니다.
이 병이 대유행하면 의료시스템을 확실히 마비시킵니다. 적절한 치료를 할 수단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7-8%정도가 죽을 수 있습니다. 특히 70대 이상 노인은 40-50%확률로 죽습니다.
이 병이 일으킨 소동은 일일이 예를 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금융전문가와 투자전문가는 예전의 금융위기를 비교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신 못차린것이죠.
이번 사태와 가장 비슷한 비유는 미지의 적이 무차별로 나라들을 급습하는 상황입니다. 알수 없는 적이 매일매일 나라를 공격해 인명을 살상하고 재산을 파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가격을 떠받치겠다고 돈을 풀거나 소비를 진작시키겠다고 재정정책을 쓰는게 효과가 있을까요?
이런 사태를 끝내는 방법은 괴물이 약해지거나 약해질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이 생기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전 인류의 50%가량이 감염되어 면역을 획득하거나, 상당히 유효한 치료법이 개발되거나, 백신이 개발되어야 이번 사태가 끝납니다. 위 세가지 일 중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유효한 치료법이 개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것도 한두달 안에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계속 인명살상과 재산피해는 계속됩니다.
안타깝게도 전염병은많은 나라들에서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그리고 전염병을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으로 치료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위협은 시장에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물리적인 피해와 공포가 만연하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지만 주식 밑바닥론자들이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습니다.
괴물이 일으킨 연쇄적 피해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괴물이 계속 난동을 부리면 직접적인 피해를 떠나 사회의 약한고리부터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우선 한국 상황부터 생각해 볼까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힘든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그냥 주변 식당을 한번 둘러보시면 될 듯 합니다. 두세달 뒤에 확실히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그동안 못먹은 밥을 하루 여섯끼씩 먹는게 아니라면 피해회복은 불가능합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빙하기를 견디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회사채가 위험합니다. 우량기업조차 회사채발행에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부실한 곳은 다가올 만기에서 차환거래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잔인한 4월 다가온다… 심상치않은 회사채
이런 위험성때문에 한국은행에 직접회사채와 CP를 매입하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한국은행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채권안정펀드 같이 긴급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부실 회사채의 규모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앞으로 한두달 안에 많은 중소기업과 부실기업이 부도가 나기 시작할 겁니다.
회사채 시장이 안좋은 것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아무리 기축통화국이라고 해도 연준이 정크본드급 회사채를 직접 사들이는 짓을 할 수는 없을겁니다. 보잉같은 덩어리 큰 방산업체라면 무슨 수를 써서도 도산은 면하게 하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모든 부실기업을 구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특히 셰일오일 관련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소비감소에 영향을 받는 한계기업들이 곧 도산을 하기 시작할 겁니다. 미국이 이렇다면 다른 나라들이야 말할것도 없죠.
이탈리아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단기간에 혼란을 끝내고 V자로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극도로 낙관적인 사람일겁니다. 지금 이탈리아와 비슷해 지고 있는 스페인과 프랑스는 어떻게 될까요? 그 외에 여러 유럽의 소국들은요.. 이들은 까딱 잘못하면 IMF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의 은행 특히 도이치은행은 2007년 리만사태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문제가 많습니다. 국가 신용위기와 맞물려 극심한 경제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는 이외에도 인간의 이성으로 알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위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주식 저점은 이렇습니다.
괴물이 통제되고 있거나 통제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상태지만 괴물이 일으킨 연쇄적 피해때문에 모든 경제주체가 패닉에 빠졌을 때...
신종코로나에 유효한 치료법이 확인되었다는 뉴스
위에 말한 경제위기 중 최소 한가지가 터졌다는 뉴스
이런 뉴스가 나오면 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볼 때 이 괴물은 금리인하와 재정정책으로 쓰러뜨릴 수 없습니다. 잘못된 총알을 쐈습니다. 그런데 다들 총알을 남기지 않고 총을 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열광하고 있습니다.
저는 위에 말한 저점의 신호가 일어났을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야 말로 진정으로 가치에 기반한 자산가격 상승이 시작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는 돈풀기가 일으킨 거품이 사라지고, 금융-화폐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시작되고,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이 하나 둘씩 실용화 되기 시작할 때 그때야 말로 주식같은 자산 뿐 아니라 암호화폐가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암호화폐가 이번 경제위기에서 어떻게 될 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위 글과 코로나-19관련 다른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