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비평) 의대정원 2,000명 확대는 우민화 정책이다.

in Korea • 한국 • KR • KO5 months ago (edited)

나무위키에서 정의하는 우민화정책의 의미는 이렇다.

'국가 정권이 국민을 우민으로 유도해,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국제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게 해서 쉽게 지배하는 정책을 뜻한다.....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 지식인과 엘리트를 탄압하거나 학살하는 반지성주의, 철저한 언론통제 통한 정보의 차단, 교육의 의도적인 하향평준화, 국민들 간의 갈등유발, 역사왜곡 등을 통해 이뤄진다.'

포퓰리즘, 반지성주의, 언론조작과 차단, 국민들의 갈등유발, 이런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것이 윤석열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다. 이런 의미에서 윤석열의 의대 정원 확대는 우민화정책이다.

혹자에게는 의사가 많아져서 의사들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시기심이나, 의사들이 기초 의료는 멀리하면서 미용이나 비보험 진료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분노, 등 여러 이유로 의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이성과 상식선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 다.

의사 정원을 늘리는 이유로 윤석열 정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사 정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 지역 의사, 필수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의사, 의과학자를 양성한다.
  2. 고령화에 따라 의사 부족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1. 지역 의사, 필수 의료분야의 의사, 의과학자가 부족한 이유는 현 건강보험체계가 만든 저수가가 원인이다. 아무리 의사 정원을 늘려도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없다.
  2. 한국의 의사는 부족하지 않으며 1만 명당 의사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의사 부족의 근거로 자주 활용되는 1만 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통계는 사실상 불완전하게 의사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한의사의 수를 제외한 것이다.
  3.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는 인재를 의대에 집중시켜 사회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의료문제의 원인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의사들이 소아과, 응급의학과를 멀리하고 미용과 성형에 몰리는 이유가 말도 안 되는 저수가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저수가 체제를 만든 한국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인 것을 안다.

만약 짬뽕을 1,000원 이상 받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다고 치자. 정부에서 짬뽕 레시피를 살짝 변형하거나 재료를 바꿔 짬뽕과 비슷한 다른 이름의 음식을 만드는 것도 엄격히 금지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중식당에서 짬뽕을 팔겠는가, 아니면 짜장면을 팔겠는가?

좀 더 가정을 확장해 보자. 이번에는 정부에서 "손님이 요구하면 무조건 짬뽕을 팔아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러면 중식당이 어떻게 하겠는가? 방법은 하나뿐이다. 1,000원의 원가에 못 미치는 아주 저급한 짬뽕을 만들어 팔 수밖에 없다. 1,000원이라는 싼마이에 이끌려 손님이 들이닥친다면 저급한 짬뽕을 잽싸게 먹고 나가게 식당 시스템을 짜거나, 아예 짬뽕을 찾지 않는 식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

짬뽕을 비보험 의료로 바꾸면 한국의 의료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이해한 것이다. 당신은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안다. "모든 중식당은 짬뽕을 1,000원으로 팔라"는 기괴한 법을 없애거나, 원가를 존중하여 최소한 짬뽕을 5,000원 이상으로 팔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에서 "짬뽕이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것은 중식 요리사가 모자라서이다."라며 중식 요리사를 대폭 늘리는 정책을 쓴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가?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적게 내고 많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 서비스에 지불하는 돈을 말도 안 되게 책정해 놓았다. 의료 서비스의 본질과 전혀 상관없을뿐더러 오히려 국민 건강을 치는 한의사의 주술적 치료, 약사들의 약 포장 서비스, 기타 건강보험 운영에 들어가는 비효율적인 관료제에 엄청난 돈이 낭비된다. 이 본질적 한계가 해소되지 않으면 지역,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는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소용없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하면서도 1만 명당 일본과 미국의 의사 수와 한국의 의사 수가 비슷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수가 지금 의사 공급 체계에서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의사 흉내를 내며 사실상 유사 의사 역할을 하는 한의사가 이런 통계에 빠져 있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선별적인 정보 차단과 선동이다.

지금까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누구의 주장이 타당하냐는 문제였다. 일반 국민과 관련 없는 정부와 의사들의 싸움으로 보일 것이다. 알빠노가 대부분 국민의 생각이다.

이제부터는 당신의 이야기다.

의사 수가 2,000명 증가하면 기초과학을 비롯해 핵심 분야에 종사하거나 종사할 수 있는 인재가 모두 의료계로 빨려 들어간다. 제일 먼저 일어날 일은 서울대를 비롯해 명문 대학의 자연계 입결이 훨씬 낮아지고, 휴학 후 의대 입시를 통한 의대 진학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서울대가 전국에서 의대를 제일 많이 보내는 학교로 놀림 받고 있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인재의 수준이 더 떨어질 것이다.

인재 수준이 좀 떨어져도 뭔 상관이냐고? 현장에서 잘 가르쳐서 제 몫을 하게 하면 된다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떤 분야의 성패는 뛰어난 인간의 유입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왜 어떤 분야에 인력(人力)이 아니라 인재(人材)가 필요하다고 하겠는가? 인재가 모이지 않는 분야는 반드시 쇠락한다.

한국의 급격한 발전은 시대에 따라, 농업,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순으로 인재가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1950년부터 서울대 입결 순위를 보라. 한 나라가 발전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인재가 요구되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어느 순간부터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자 인재들이 자신의 야심과 기회보다 안정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의치한약수'가 맹위를 떨치는 이유다. 이는 사실상 서비스업인 이 분야 외에 진정으로 한국의 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분야가 머지않아 쇠락할 것을 보여준다.

만약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면 한국 사회의 쇠락을 촉진할 것이다. 서울대나 명문대에서 다른 분야에 종사하려던 인재들이 그대로 의대로 몰린다. 이미 올해 입시에 의대를 노리는 현직 교사, 대기업 직원, 연구원 같은 아재들이 줄 서고 있다. 한국은 의대를 가지 못한 사람은 인재가 아니라고 취급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혹자는 의사 수 증가--->의사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 감소--->사회 각 분야로 인재가 분산..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려면, 대략 10년 차 의사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 삶의 질이 최소한 대기업 부장이나 7급 공무원의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 삶의 질과 비슷해져야 한다. 하지만 의대 입학 인원을 2,000명이 아니라 4,000명을 늘리더라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앞으로도 10년 차 정도 의사의 소득과 삶의 질이 대기업 부장이 아니라 이사, 7급 공무원이 아니라 5급 공무원 밑으로 내려올 일이 없다. 즉, 의사라는 직업의 전망이 악화되어 인재들이 다른 분야로 흩어질 일은 없다.

의료업 자체가 AI와 로봇이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을뿐더러 의료 서비스의 수요에는 한계가 없다. 새로운 기술과 약물, 의료 서비스에 의해 의료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아름답고,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 당신은 얼마의 돈을 지불할 수 있는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치료하기 위해 당신은 얼마의 돈을 지불할 것인가?

의사가 증가하면 오히려 의료 서비스도 증가한다. 한국의 괴이한 건강보험 체제에서, 증가할 의료 서비스가 소아과나 응급의학과일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외국인을 데려와 피부미용이나 성형, 건강검진을 하는 의료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국내에서 비만 치료와같이 새로운 비보험 진료 분야를 개척할 것이다. 정 안되면 영국과 같이 의사가 수요가 있는 동남아와 같은 외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한국 의료의 모든 병소에 건강보험제도의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이는 윤석열도 알고, 이재명도 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윤석열은 말도 안 되는 인기 영합 정책을 들고나왔다. 국민의 의료체계에 대한 불만을 의사 탓으로 돌리는 아주 얕은 술책이다.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나는 윤석열에 대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있다. 그의 자신감의 근원은 도대체 무엇인가? 영혼까지 끌어모은 그의 지지율이 간신히 30%를 넘고, 최악의 상태의 야당과의 대결도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그는 열성적인 지지층도, 여의도의 세력도 없다. 게다가 그의 부인도 제정신이 아니다. 한 번만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정무적 판단이 있다면 적을 만들면 안 된다.

인기와 상관없이,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나는 박수를 보내겠다. 그러나 자기도 믿지 않는 이유로 어설픈 인기 영합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적을 만드는 이유가 뭔가?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11만 명이다. 그의 가족, 치과의사, 한의사와 같이 자기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봐 노심초사하는 의료계 전문직까지 합치면 그 수는 만만치 않다. 이들은 누가 봐도 윤석열에 가까운 투표 성향을 보였을 것이다. 이들은 예외 없이 여당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이번 정책으로 여당표로 돌아설 유권자는 거의 없다. 반대로 여당표에서 이탈할 유권자는 수십 만 명이다. 민주주의는 machine으로 움직인다. 이를 machine politics라 한다. 분산된 유권자가 아니라 압력단체와 선거조직이 큰 힘을 발휘한다. 수백 표 차이로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뒤집히는 일이 비일비재 상황에서 이런 짓은 자해행위다.

윤석열의 현실 인식능력, 특히 자 힘의 한계를 인식하고 현실 정치를 하는 능력의 상실은 앞으로 한국 정치의 큰 위기와 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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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onths ago 

매우 공감합니다. 제 머리속에 들어갔다 나오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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