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와 박쥐(1)

"뉴스 봤어?"

메신저를 통해 X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무슨 뉴스?"
"박쥐 시장이 자살했다는거."
"ㅇㅇ"
"그는 왜 죽었을까?"
"성관련 문제 때문에 창피했겠지."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다른 이유도 있나?"
"정치인들의 멘탈은 일반인의 상상 이상이야. 고작 그런 일로 목숨을 버릴까?"
"그런가? 그래도 이미지가 중요하니까 그런 것 아닐까?"

X가 잠시 뜸을 들였다.

"너 혹시 박쥐시장이 처음 당선될 때 무슨 당 소속이었는지 알아?"
"다같이당 아니었나?"
"아니야."
"아니라고?"
"다들 잊고 있었겠지만,,, 그는 무소속으로 한울시장에 당선됐어."
"아! 맞다! 근데 그게 뭐?"
"정치의 속성과 관련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이 죽음의 진짜 이유가 보일거야."
"박쥐는 어떤 사람인데?"
"만나서 얘기하자. 시간 되면 나와. 드래곤힐로."
"드래곤힐? 좀 먼데?"
"얘기 듣기 싫으면 말고."
"아, 간다 가~"

X는 정비창 부지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있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순전히 내 상상이야."
"왠일로 한 수 접고 이야기하네?"
"충격이 클 수 있거든."
"근데 왜 여기서 보자고 한거야?"
"박쥐가 여기를 통개발 하려고 했던거 기억나?"
"아아, 그 얘기 꺼냈다가 욕 많이 먹고 부동산 올라서 취소하지 않았나? 그게 무슨 관련이 있어?"
"내가 지난번에 정치의 속성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지?"
"내 편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거라고 했지."
"내 편을 많이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고."

X가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발로 흙바닥에 두개의 원을 그렸다.

"그래, 그런데 소위 말하는 진보와 보수. 둘 중에 누가 더 돈이 많을까?"
"당연히 보수당 아닐까?"
"맞아. 보수는 왜 돈이 많지?"
"음..일제강점기 때부터 이런저런 이권 챙기고 기업같은거 많이 하고 그래서 아닌가?"
"보수와 진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야. 가진게 많아지면 지킬 것이 많다는 의미이고, 지킬 것이 많다는 것은 현상 유지를 원하게 되지. 그래서 보수는 대부분 돈이 많게 되는거야. 그런데 현재 정권은 누가 잡고 있지?"
"진보지."
"응, 소위 말하는 진보지. 진보는 돈이 없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돈이 필요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벌던지, 빌리던지, 어떻게든 끌어 모아야지."
"진보는 가진게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돈을 벌까?"

X가 왼쪽의 작은 원 위에 사각형의 뭔가를 그렸다. 아파트 같았다.

"아파트로??"
"최근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한 이유가 뭘까?"
"공급이 부족해서?"
"수십번의 대책을 내놨는데도 집값은 계속 올랐어. 그런데도 국토부장관은 신임을 받고 있지."
"그러게, 나같으면 진작에 짤랐다. 요즘 난리도 아니던데. 대학생들도 갭투자하고 막."
"소위 보수쪽은 이 나라의 기간을 차지하고 있어. 그런데 진보는 가진게 없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해."
"일부러 부동산이 오르게 놔뒀다는 얘기야 지금?"
"그렇지. 이번 총선 때 홍와대에서 뛰쳐 나온 사람이 몇명인지 아니?"
"홍와대 출신이 많긴 하던데 한 다섯명 되나?"
"무려 30명이야. 그 중 19명은 당선되었지."

X가 아파트 그림 위로 여러명의 사람 형상을 구름처럼 그렸다.

"니가 청와대에 행정관이 되었다고 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주변에서 좀 치켜세워주겠지?"
"네 주변 친한 가족이나 친척, 혹은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들은?"
"날 어떻게 이용해 보려고 하려나? 근데 나 청와대 행정관 시켜주면 난 그런거 다 거절 할 수 있다."
"ㅎㅎ. 그래. 아무튼 주변에서 어떻게든 정보를 얻고싶어 할거야. 그리고 너에게 이런저런 투자를 하겠지. 그럼 너도 한마디 거들겠지. 저어~~~기 그린벨트에 땅좀 사놓아 봐요. 라고 말야."
"안 그럴 거라니깐!"
"어쨌든, 그들은 권력 핵심에 있는 너를 믿고 영혼까지 끌어다가 그 땅을 사겠지? 그리고는 지난번에 나한테 음료수 사준 너처럼 대체 언제 개발되냐며 닥달할거야."
"뭐 그런걸 기억하냐. 이 쫌생아. 그리고 행정관 따위가 그린벨트를 풀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그들의 돈을 빌어 선거를 치르고 국회의원이 되는거지. 그리고는 내 지역구에. 지역민을 위한 개발계획을 물어다 주는거지."
"와...근데 선거에서 떨어질 수도 있잖아."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될까?"
"나 믿고 투자한 사람들의 원망을 듣겠네.."
"단순히 원망? 내가 너 믿고 엄청 투자한 사람이면 야산에 끌고 갈 듯 한데.."

X가 땅을 파고 묻는 시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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