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우는 아침

“안녕하세요. 혹시 지우 어머니세요?”

네발 자전거를 가로막는 곰같은 아저씨에 지우는 흠칫 놀랐다. 아빠가 출장간 후론 오랫만에 보는 남자 어른이었다.

“저 태준이 아빤데요. 지우가 어제 유치원에서 우리 태준이를 때렸나 보드라고요. 태준이가 자동차를 갖고 노는데 은우가 달라고 해서 싫다고 하니 머리를 때려서 울었다고요. 태준이가 집에 와서 아프다고 울고 자다 깨서도 울고 토했습니다.”
남자는 얼굴을 돌처럼 딱딱하게 굳혔다.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고 뒷골은 시큰해 졌다.

“지우야, 네가 정말 그랬니? 태준이 아버님, 죄송해요.”
지우는 눈만 둥그런채 그대로 굳어 얼음상이 되었다.
나는 어깨가 오므라들고 몸이 꼬꾸라져 숙어진다.

아, 또 그랬구나. 지난주에도 지우는 씩씩거리며 혜인이의 자전거 바퀴를 쿵쿵 차서 혜인이가 울었다. 왜 그러냐고 해도 은우는 말이 없이 입만 삐죽 내민다.

“같이 애들 키우는 입장에서 저희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건 너무 심해서 말씀드려요. 태준이가 전부터 지우가 자꾸 놀리고 장난감 뺐는다고 해도 애들이니까 이해하고 참았는데 때리는 건 진짜 아니잖아요!”
얼굴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태준이 아버지 앞에서 머리가 띵해졌다. 죄송하다는 말만 뱅뱅 돌았다.

아까부터 우리를 쳐다보던 아이들이 차례차례 유치원 버스 발판을 딛고 오른다.
차에 타고 나서야 지우는 마스크를 벗고 유리창에 대고 입모양으로 말한다.
‘나. 유.치.원.가.기.싫.어.’

아침 댓바람부터 처음보는 아저씨한테 큰소리를 들었으니 그렇겠지. 유리창 너머 아이가 얼굴을 힘껏 찡그리는데 눈가에 눈물이 오롯 맺혔다. 남편은 인도네시아에 출장간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마음이 와장창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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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days ago 

아 정말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어떻게 해야하나 참 어려운 문제네요.

주변에 미안하죠. 같이 놀이도 하고 함께 노력해봐야겠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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