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오후

오후 3시, 할머니 한 명이 두리번 거린다. 자리를 잡고 앉자 잠시후 다른 할머니들이 모여든다. 초록이 무성한 나무에 둘러싸인 숲속 테이블과 의자들이다. 모자를 쓰고, 작은 스카프를 맨 할머니들 여섯 명이 모였다. 천변에 새로 쉼터가 생겼다.

“언니, 혼자 먼저 와 있었어!”

어깨죽지를 어루만지며 서로 반겨준다. 헤어진 잠시 서로의 외로움과 고단함 을 헤아리는 듯, 환한 웃음으로 그것들을 씻어버리는 듯하다.

할머니들은 손에 조그만 통을 들고 왔다. 커피랑 딸기도 가져오고 토마토, 오렌지, 식빵조각 집에서 드시던 걸 그대로 담아온 듯하다.

“나는 하루하루가 그래. 아침이 천천히 왔으면 좋겠어. 그냥 푹 자게.”

“그럼 자면 되지 뭐 그래.”

“그래도 해 뜨면 일어나서 일 해야지. 내가 너무 쫓겨 사나봐.”

까르르 웃으신다.

저 나이대의 친구, 수다, 웃음.

주름진 얼굴이 마주보며 환히 웃는다.

“여기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친구도 많어, 영감이 아파서 못 오고, 손주들 봐주느라 못 오고. 그게 뜻대로 되는게 아니라니까.”

“그래도 오후에 이렇게 나와서 만나고 놀면 좋지.”

한참 수다를 떤 후 또 총총이 헤어진다.

나이들어서도 저렇게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구나. 우리는 친구들과도 메신저로 연락하기는 해도 직접 대면해서 만나기는 어려운데 저런 시간은 낸 만남을 직접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려서 같이 놀 때의 친구.
각자 살지만 그리워하는 친구.
노년을 맞아 헛헛한 옆자리를 채워주는 친구.

사람은 저렇게 어울려사는 존재였지. 체온과 웃음을 나누면 더 즐거워지는 존재였지.

초록 숲 속 오후 3시, 호호 할머니들의 즐거운 티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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