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물 먹는 날!
낼이 정월 대보름.
오늘은 오곡밥과 아홉가지 나물 먹는 날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들어 먹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ㅎ
전 어려서 엄마, 아버지가 챙겨주는
세시 음식과 풍속을 누리며 살았는데,
제 딸한텐 해준게 없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내가 우리문화의 대를 끊고 있구나 하는 반성.
이 나이 되어서야 ㅠㅠ
아버지가 묶어준 싸리비에 불붙여 쥐불놀이하고, 보름달 보며 소원을 빌고, 엄마가 해준 오곡밥, 아홉가지 나물 먹고, 보름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부럼 깨던 일.
저는 아는데 우리딸은 제대로 해본적이 없으니...
오곡밥과 나물은 할머니 댁에서 먹어보긴 했지만요. 이젠 울엄마도 연세가 많으신대다, 코로나 땜에 시골에 가기도 어려워졌어요.ㅠㅠ
어제밤에 말린 나물들, 콩, 팥을 불리고, 삶았어요.
준비된 묵은 나물은 시래기, 아주까리, 망초대, 가지가 있었어요. 엄마가 주신 것도 있고, 친구가 보내준 것도 있고, 제가 산 것도 있어요.
콩은 오빠가 줬구(농사짓느라 힘들었을 텐데), 팥은 사진 동아리 회원분이(은퇴한 교장선생님이 농사지은 걸 작은 물병에 담아서 )주셨던 거예요.
준비하며 하나하나 사연들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오전엔 준비된 재료로 나물을 볶고, 무치고 혼자 난리북새통이었답니다.
저야 편안한 주방에서 따순물 쓰고, 화력좋은 렌지에 적은 양의 음식을 만들지만 예전 울엄만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이셨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스치고 지나가고...
우리아버지께서 시래기 나물 좋아하셨는데, 우리 할머니는 무나물을 좋아하셨는데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고... 음식 만들며 별별 기억이 다 떠올랐어요.
겨울을 이겨내고 새 봄을 맞이했던 옛사람들의 세시 풍속에서 삶의 지혜와 마음의 풍요도 느껴보았습니다.
맛은요?
어떤 건 좀 짜고, 어떤 건 좀 싱겁구~~ㅎ
그래도 평타 이상은 된다고 자체 평가해봅니다.
오늘 만든 음식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적어놓습니다.
- 시래기나물
- 가지나물
- 무나물
- 아주까리나물
- 망초대나물
- 시금치나물
- 느타리버섯나물
- 얼가리배추와 달래 겉절이김치
- 우렁이와 달래를 넣은 된장찌개
- 오곡밥(오대쌀, 현미, 향미찹쌀, 검은콩, 팥, 병아리콩)
낼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말 한마디 안한 채 호두나 땅콩을 깨서 처음 건 버리고 두번째 것부터 먹어야된댔어요.
그럼 한 해 동안 부스럼도 생기지않고 건강하다구요.
어려서 제가 엄마한테 듣던 이야기입니다~
모두 정월대보름 부럼 깨고
건강합시다!!!
코로나도 물리칠 수 있을지도...
세상이 이래서 별별 생각을 ...
낼 보름달이 크게 떴으면 좋겠어요.
빌고 싶은 소원이 많거든요. ~~
정월대보름 음식 넘 훌륭합니다,님글을 읽고 저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조금의 음식만 만들었는데,음식 만드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그죠...어렸을 때 보름달 보던 기억...이젠 동화같은 옛날 이야기네요.
정갈한 음식, 보기만 해도 행복해 지는 음식이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초대 좀 하세요. 음식은 나눠먹어야 제 맛이 난다는데...
혼자서두 맛있게 먹었는디요~~ㅋㅋㅋ
오!! 맛있는 나물이 한상가득..
건강한 식탁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나물이 좋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