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4 중동사태에 대한 전략적 평가, 향후 중동상황이 이라크의 미군철수 여부에 달려있는 이유
대만에서 집권민진당이 승리했다. 민진당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향후 정세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장 민진당이 독립을 선언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민진당은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독립을 선언할 수도 행동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대만사태는 미국과 중국의 수싸움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주도권을 잡은 쪽은 미국이다.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대만 사태를 둘러싼 정세가 변화할 것이다.
필자는 당분간 미국이 결정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의 독립보다 대만의 독립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가는것이 훨씬 더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만의 상황과 홍해의 예멘 그리고 중동의 상황은 본질적으로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선거가 끝났지만 미국이 대만문제를 어떻게 다룰것인지 구체화되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우선 홍해와 중동정세를 살펴봄으로써 향후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전망하는데 참고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예멘 후티에 대해 미국이 공습을 가했다. 중동문제를 볼 때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중동사태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측하면서 전세계의 상당수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정세를 읽는데 실패한 것은 무엇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결정지을 것인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것은 외교와 경제가 아닌 군사였다. 필자가 시종일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황이 정치와 외교를 결정짓는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러시아는 군사적인 승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미국은 그런 러시아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이다.
홍해와 중동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많은 차이가 있다. 홍해와 중동문제는 군사문제나 전황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지점을 넘어 버렸다. 만일 이스라엘군이 초기에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면 군사적인 승리로 상당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군사적인 승리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초기 1달간의 매우 효과적인 전투수행을 했으나 그 이후 전투의 진행은 의외였다. 이스라엘은 북부가자지구를 최우선적으로 점령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은 북부지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중부전선 그리고 이어서 남부전선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공자가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불리하다. 방자는 공자를 가급적 분산시키려고 노력한다. 공자는 방자의 방해을 물리치고 최대한 한군데에 집중해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자 한다. 공자는 모든 전선에서 절대우위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지향하는 곳에 전투력을 집중시키려고 한다. 초기에 이스라엘군은 매우 효과적인 집중을 달성했다. 그러나 인도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민간인 피해문제가 대두되면서 전투수행방법이 바뀌었다. 북부지역에서 결정적인 작전을 수행하기도 전에 중부와 남부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노력을 분산한 것이다. 이스라엘 군의 분산은 아마도 북부가자지역에서 거의 빈사상태에 빠졌던 하마스군에게 한숨을 돌리게 하는 여유를 주었을 것이다.
초기에 군사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중동사태는 군사에서 정치로 비중이 옮겨가 버렸다. 홍해에서 예멘 후티군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공격하고 나포하는 등의 행위는 군사적인 행동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예멘을 공습한 것도 군사적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정치, 외교,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평가는 것이 더 유효할 것이다.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미국의 최근 행동을 홍해지역에서 예멘 후티반군에게 군사적 승리를 거두고 홍해를 통한 교역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의미보다는 지역정세의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본다면 홍해지역을 둘러싸고 예멘과 미국의 군사적 충돌은 앞으로 상당한 시간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이란이 미국의 홍해에 대한 공습에 대해 당장 결정적인 행동을 할 것처럼 말하지만 이란 단독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미국의 힘이 내려가고 있다고 하지만 이란이 함부로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이란 역시 말로는 격앙된 것처럼 하지마 실제로는 홍해의 상황이 악화되는 것으로인해 자신들에게 어떤 손실과 이익이 올 것인가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평가를 하는 이유는 예멘과 미국이 서로 공격을 주고 받고 있지만 이것이 전면적인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예멘을 공격하면서 가장 주목을 하는 부분은 예멘과 사우디의 관계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사우디가 앞으로 어떤 행동과 태도를 취하는가는 향후 중동정세의 향방에 매우 중요한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선을 분명하게 긋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예멘간의 충돌이 사우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멘은 양면 공격을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우디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사우디 또한 이슬람세계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위해서라도 예멘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미국과 사우디의 이해관계가 서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중동지역은 앞으로도 군사적인 충돌이 끊이지 않겠지만 전쟁으로 상황이 정리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다음에 중동지역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정리되면서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물러나야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미국 패권의 약화를 의미할 것이다. 미국의 패권적 힘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중동지역의 불안정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라크 정부는 미군 기지의 철수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국제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한국 언론에는 제대로 보도되거나 평가되지 않았다. 중동지역 문제의 정리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홍해에서 예멘과 미국의 충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과 같은 사건이 아니라 이라크에서 미군기지의 철수에 의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겠다. 중동지역 문제를 바라볼때 가장 촛점을 두어야 할 문제는 이라크 정부의 미군기지 철수요구다. 이라크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군기지 철수를 요청했다. 미국도 그냥 무시하고 계속 뭉기적거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중동지역은 비로소 정상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