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5 미국이 독일대안당을 지지하는 배경, 미러, 군사 대결에서 외교적 경쟁으로

트럼프 등장 이후의 국제정치는 매우 혼란스럽다. 아직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나 분명하는 것은 트럼프 이후의 미국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이익이라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을 파악하고 평가함에 있어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의 이익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미국의 이익이 근본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건국이후 단 한번도 추구하는 국가이익의 목표가 바뀐 적은 없다.

바뀐 것이 있다면 목적과 목표를 추구하는 방법일 뿐이다. 미국은 주변정세와 자국의 내부 상황을 고려하여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해서 바꾸어왔다. 미국이 추구한 대외정책의 전략적 행동과 방법은 크게보아
첫째 먼로주의까지의 시기,
둘째 제1차 대전이전의 문호개방정책까자의 시기,
셋째 전간기와 공황의 시기,
넷째 제2차세계대전이후 지금까지의 시기로 들 수 있을 것같다.
이런 구분은 필자의 자의적 구분이다.

현재 미국은 바야흐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기로 접어 들고 있다고 하겠다. 미국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한계에 대한 인식이다. 바이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유일패권을 유지하려 했다고 하겠다. 트럼프는 바이든과 같은 방식으로는 미국의 패권이 훨씬 더 빨리 붕괴될 것이라고 보고, 과거와 전혀 다른 전략적 노선을 채택한 것이다.

트럼프 이후 미국의 전략적 노선이 변경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지니고 있는지 현시점에서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마 트럼프 자신도 앞으로 어떻게 미국을 이끌어갈지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시야를 넓혀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평가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의 움직임과 행동을 관찰하다보면서 조금씩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미국의 변화와 그로 인한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필자가 감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현저한 변화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상황이다.
유럽은 미국과 러시아간 힘의 대결이 전개되는 곳이다. 루드비히 데히오는 양익이론은 주장하면서 유럽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러시아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로 파악했던 것과 같이, 현재 유럽은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유럽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경쟁과 대결이 군사적 양상을 띠고 있었으나, 트럼프 등장이후에는 군사적 대결과 경쟁이 아닌 외교적 경쟁과 대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태도를 바꾸게 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패배를 돌이킬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해에 바탕한 것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배가 미국 패권의 향방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것이다. 세계대전이란 참가국가나 규모를 의미하기 보다 그로 인해 패권의 향방이 바뀌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밴스 부통령은 극우정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대안당(AfD)'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밴스의 이런 태도는 기존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밴스가 '독일대안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미국의 독일 및 유럽전체에 대한 접근방법이 달라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정치적 구성을 살펴보면 좌익정당, 사민당 계열, 중도보수, 극우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집권하고 있는 사민당계열, 즉 자유주의적 정당이 영향력을 급속하게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독일의 양극단에 있는 좌익과 극우정당이 모두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이 자연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좌익정당이야 당연히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비판을 하고 있는 입장이고, 극우인 '독일대안당'은 독일의 경제의 개선을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러시아 시장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3년동안 심각한 경기후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극우정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독일대안당에 손짓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독일 사민당과 같은 자유주의 좌파정당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독일 사민당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가장 충실했다. 그랬던 독일 사민당이 이제 미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독일 사민당은 말로는 좌파였지만 사실상 부르주아지의 입장에 서 있었다. 베른슈타인 이후 수정주의로 전환한 독일 사민당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 생명을 다하는 상황에 진입한 것이다. 앞으로 독일 사민당의 재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극우정당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독일대안당과 연대를 강화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독일의 정치적 변화가 지속된다면 어떤 경우든 미국은 독일내에서 우호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독일의 좌익정당은 미국과의 연대를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독일대안당과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독일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전직하로 상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일대안당이 비록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중요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독일대안당과의 관계강화 그리고 연대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만일 독일대안당이 정권을 잡았을때 러시아와 관계강화, 중국과의 교역확대를 추진할 경우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난데 없이 갑자기 밴스 부통령이 '독일대안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하겠다.

미국이 독일대안당과 관계강화를 추구한다고해서 독일대안당이 그렇게 따라갈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독일경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금 당장 러시아로부터 값싼 천연가스를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구도가 우크라이나에서 유럽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기할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해서 유럽의 정치상황이 러시아와 관계를 중요시하는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이 권력을 잡도록 방치할 수도 없다.

지금 독일의 상황은 미국에게 극히 불리하다. 독일이 미국을 버리고 러시아와 가까이가면 미국은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완전하게 상실한다. 미국이 독일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면 세계패권 유지의 한 축이 무너진다. 그렇게 되면 일본도 흔들릴 것이다. 유럽의 국제정치적 향방이 어느정도 결정되고 나면 그 이후 동아시아로 여파가 넘어 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완전하게 패배했고, 이제 전선은 유럽의 외교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쟁에서 외교무대로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무대가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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