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27 현시점에서 조선과 러시아,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사실상의 조-러간 동맹관계 선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과 대응을 보면서 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윤석열 정권 등장이후 한국은 조선을 적대적 관계로 재설정했고, 러시아와도 사실상 적대관계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과 러시아가 서로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붕괴되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국제정치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그동안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국가들간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서로 많은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중국의 경제력이 강력하니 미국의 단극체제가 종말을 고하면 미국과 중국의 이극체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제정치질서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경제력만으로는 어렵다. 경제력과 함께 주변국가들을 함께 묶고 이끌어낼 수 있는 이념적 토대가 중요하다. 어찌보면 경제력보다 이념적 토대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미국이 냉전이후 지금까지 집단서방의 리더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이념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금 문제에 봉착한 것은 중국의 경제적 도전도 문제지만 그들이 내세웠던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념을 더 이상 현실에서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과거와 달리 매우 선택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지연된 정의와 선택적 정의는 정의가 아닌 것처럼 선택적인 민주주의적 가치와 이념은 더 이상 민주주의적이지도 않다. 더 이상 미국이 내세우는 가치와 이념에 따라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 봉착한 문제는 중국의 경제적 도전보다도 오히려 자신들이 그동안 내세웠던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념을 그들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은 비록 경제력으로는 강력하지만 주변국가들을 이끌고 나갈 이념적 토대가 취약하다. 이념적 토대라는 점에서는 러시아가 중국보다 더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다. 중국은 비록 공산주의를 앞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부터 내려오는 중국 민족주의의 변용에 불과하다. 중국 공산주의는 중국 국내를 묶어내기 위한 이념이지 중국 밖으로 자신의 이념을 확산시키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의 반제국주의와 신식민주의에 대한 반대는 그동안 집단서방의 지배를 받아왔던 제3세계를 이끌고 결집시킬 수 있는 이념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겠다.

사안의 본질과 핵심을 꿰뚫어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수없이 많은 필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들도 여전히 강력한 필터를 거쳐서 조선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대중들의 조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필터는 그들이 한국전쟁처럼 갑자기 침략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 대중의 공포는 이성적 판단의 범위를 넘고 있다. 원래 공포란 이성적 계산의 범위를 항상 뛰어넘는다. 아마도 공포란 모든 이성적 판단을 한꺼번에 삼켜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선이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과 유사한 동맹조챡을 체결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대중은 조선의 침략성과 공격성을 걱정하는 모양이다. 조선이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은 한국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조선이 한국과 미국간의 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위협을 느낀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을까? 더구나 이번에 조선과 러시아가 체결한 사실상의 상호방위조약은 한국의 윤석열 정권이 자초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 윤석열 정권이 조금만 상황관리를 신중하게 했더라면 조러간 사실상의 동맹조약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조선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와 조러 동맹조약의 폐기를 제기할 지도 모른다. 조선은 한국이 그동안 느꼈던 안보불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안보불안을 한미동맹체제에서 느꼈다고 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조러간 안보협력을 들어 강경대응을 하고 있다. 이런 강경대응은 조선의 더 강경한 대응을 초래할 뿐이다. 상황이 악화되면 손해보는 것은 한국일 뿐이다. 실제로 한국과 조선간 국지적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더 많은 손해를 보는 것은 한국일 가능성이 훨신 높다.

적어도 한국과 조선의 관계에 있어서 한국은 정점을 지나서 내려가고 있고 조선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형국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조선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조금 더 지나면, 시간도 한국의 편이 아니라 조선의 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선의 정치지도부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대처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한국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응방안을 강구할 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정치질서는 중국보다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가 조선과 베트남 이란을 아우르는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지도자의 국제정치적 안목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최근들어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의 국제정치적 안목은 저급하기 이를데 없고, 권위주의국가로 비난받는 국가들의 정치지도자들의 국제정치적 안목은 매우 높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러시아의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어 다시 공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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