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21 베트남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경쟁, 그리고 베트남의 선택

조선 방문을 마친 푸틴은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베트남에서도 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문서에 서명했다. 서로의 적대국과 동맹조약을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19세기 유럽 외교무대가 다시 펼쳐지는 것 같다. 베트남과 러시아는 서로 동맹이란 말만 쓰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는 동맹관계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베트남이 개방경제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본격적인 적대관계에 돌입한 러시아와 사실상의 동맹관계를 맺은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베트남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필자는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중국의 약한 고리인 조선과 베트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선과 베트남 모두 중국과 인접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앙금이 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조선과 베트남은 중국과 이해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조선에게 존립의 위협으로 인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베트남은 중국과 여전히 남중국해의 영토문제로 서로 갈등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때 제일먼저 베트남을 선택했다. 베트남을 통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오바마는 조선에 대해서는 거의 관여를 하지 않은 무시전략을 추진했고, 동남아지역에서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이 동남아국가들과 중국의 이해관계를 이용한 것이고 그 중심에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있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거의 모두 자신의 영해라고 선언하고 베트남, 말레이지아, 필리핀의 섬들을 모두 싹쓸이했다.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동남아국가들과 중국을 서로 갈등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한 목적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은 베트남의 남중국해 군도들을 월남전이 한참일때 강제점령했다. 당시 남중국해의 베트남 군도는 남베트남이 관할하고 있었고, 북베트남은 전쟁상황이라 별다른 반응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이 러시아와 준동맹관계를 선언한 것은 미국에게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형성한 갈등구조가 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보다 최근 베트남 공산당 내부에서 일종의 숙청작업이 진행된 것을 먼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외부적으로는 부정부패 척결로 알려졌지만 사실상은 베트남의 대외정책 노선을 둘러싼 투쟁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측과 그 반대편의 노선투쟁이 결국 공산당 지도부 숙청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통상 공산당 내부의 숙청은 단순한 권력투쟁이 아니라 국가 운영을 둘러싼 주요 노선투쟁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미국과 관계발전을 추진하던 베트남 공산당 지도부가 숙청당한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첫번째는 베트남이 중국과 군사적 경제적 갈등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예상가능한 지역이 남중국해가 될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한 것은, 미국의 대중국 갈등전략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공산당은 중국과의 갈등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이런 구도에서 탈피하기위해 미국과 일정정도 거리를 두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베트남으로서도 중국의 베트남 군도강제점령을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베트남이 경제성장으로 국력을 갖출 때까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말려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한다.

베트남으로서는 남중국해와 관련하여 중국의 입장을 편들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생각하는 체스판이 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결국 베트남은 중국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미국의 구도에 말려들지 않는 방법으로 러시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베트남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베트남 독립과 통일전쟁 당시 소련의 전폭적인 지지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을 것이다.

베트남은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편에 설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의 의구심을 일단 잠재우는 효과를 거둠과 함께, 중국이 베트남의 동해지역에서 지나친 팽창을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이 러시아와 정치외교안보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동안 공들여오던 남중국해 주변국가와 중국의 갈등 심화라는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은 미국의 반응에는 게의치 않는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이런 행동에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이 베트남의 이런 행동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지금까지 미국의 영향력하에 있었던 많은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베트남이 더 나가지 않도록 설득하고 현상황을 무마하거나 베트남을 제재하거나 하는 둘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베트남을 제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베트남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고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구상은 완전하게 붕괴된다. 불만족스럽더라도 베트남을 지금의 상황에서 묶어두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미국과 주변국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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