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17 김흥규 교수의 플라자 프로젝트 출범 기념 발표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느낀 점. 현실주의적 싱크탱크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지난 토요일 아주대 김흥규 교수의 플라자 프로젝트가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국회등록 기념으로 열린 세미나에 필자는 토론자로 참석했다. 총 3개의 세션으로 진행되었는데 첫번째 세션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사실 마지막 세션의 종합토론에도 참석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첫번째만 참석하고 돌아왔다. 그날저녁 심하게 앓았다.

종합토론은 참가하지 못했지만 제시된 발표문을 일별해보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세미나에 참가한 발표자들은 대부분 국제정치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한 분들이다. 그분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조금 찹찹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 여전히 국제정치질서가 급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이 국제정치를 주도하는 세상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하겠다는 것보다는 변화의 뒤에서 따라간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기존의 세상이 지속될때는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해서는 손해를 볼 수 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의 변곡점이 만들어질 때는 기존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과감하게 수정하고 새로운 방향에 적응하기 위한 내부적인 준비가 갖추어져야 한다. 당장 대외정책을 수정하지 않더라도 대외정책을 급격하게 바꾸더라도 착오나 내부적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주도의 국제정치질서가 바뀐다는 것은 그동안 미국중심으로 구축된 국제정치 질서의 구성원칙도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한국 주류 지식인들은 미국의 힘이 약해지더라도 미국이 구축한 소위 자유주의적 정치원리가 그대로 작동할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미국의 힘이 약해지고 둘중 하나의 위치로 떨어지면 미국이 구축했던 국제정치적 원칙을 미국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더 이상 과거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및 정치질서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설적인 것은 미국은 과거의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면서 신중상주의로 회귀한다면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와 같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국가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더 추구하는 경향을 띤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구축했던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미국 스스로 부정하고 호히려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브릭스 체제가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추구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앞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신중상주의적 국제질서에 속하는 것이 더 유리한가 아니면 중러를 중심으로 하는 브릭스체제의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추구하는 것이 더 유리한가? 한국이 해야할 것은 이 둘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모두를 다 아우를 수 있는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권이후 중국과 경제적 교역의 수준을 낮추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지금까지 중국과의 교역수준은 전혀 낮춰지지 않았다. 미국과의 교역수준이 많이 늘어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거의 변화가 없다. 윤석열 정권처럼 일방적인 친미정책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교역 대상의 비중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생각해야 하는 점이 많을 것이다. 여전히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단일 시장으로 중국보다 큰 국가는 없다. 어떤 국가와 시장도 중국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미 미국은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를 버리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의 주류 지식인들은 여전히 미국을 자유주의적 국제경제질서와 동일한 선상에서 놓고 바라보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보면서 한국 주류 지식인들에게서 한계를 느낀다.

대외정책의 수립은 냉철한 현실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상황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제대로된 대외정책도 제시되기 어렵다. 그저 현재의 상황을 가능한 한 연장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머물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기존의 국제정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현실을 파악하려는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명망가가 아니라 군살이 없는 근육질의 냉철한 현실주의자가 아닌가 한다.

김흥규 교수는 오랫동안 솔라리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번에 국회 등록기관으로 플라자프로젝트를 등록했다. 김흥규 교수는 좌우를 포괄하는 싱크탱크를 구상하고 있다고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소위 좌우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지식인들은 대부분 이상주의자들이다. 현실주의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스스로는 모두 현실주의자를 자처하지만 실제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이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제도권의 공개적인 발표나 토론에 참가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것 때문이었다.

존재자체가 무의미한 좌파 국제정치 전문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고 보다 현실주의적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플라자 프로젝트가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리를 빌어 김흥규 교수님의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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