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간에서 패배한 이유와 반성적 성찰의 부족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한다. 1년에 천조원 이상의 군사비를 사용하는 미국이 원시적인 수준의 탈레반군에게 패배한 것이다. 왜 미국이 패배했을까? 미국은 철수한다고만 밝혔고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아직 밝히고 있지 않다. 미국이 패배한 것은 아프간에서 뿐만 아니다. 여전히 이라크는 혼란에 빠져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과 최신과학장비를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소총과 대전차로켓 정도만 가지고 대항하는 탈레반을 이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설명은 여러가지로 가능하다. 탈레반들이 지하에 숨어서 미국의 첨단 폭격능력도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미국군이 지상군의 숫자를 줄이는 바람에 아프간 지역 전체를 완전하게 장악하고 통제하기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프간 지역을 완전하게 장악하기위해서는 수백만명의 지상군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미국이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에서 승리하지 못한 이유는 전쟁을 군사적인 수단으로만 수행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과학무기로 탈레반을 격멸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탈레반과 인민들의 반감만 불러 일으켰다.

전쟁은 무기와 장비로만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상대방 인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이 첨단 장비와 막강한 파괴력으로 수행하는 전쟁은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효율적일지 모르겠으나 인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아프간에서 미군의 첨당 장비를 이용한 탈레반 살상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문제는 그들은 자신의 부모 형제가 보는 앞에서 죽어갔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과 형제 자매가 그렇게 죽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날부터 산 것이 아니다. 이미 영혼은 죽어 버렸으니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미군들에게 무차별 테러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미군은 안전지역이라는 기지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군은 압도적인 화력과 파괴력을 퍼붓고도 오히려 섬과 같은 기지안에 포위되고 만것이다.

미군은 자신들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첨단장비를 이용한 전투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런 전투수행방식이 오히려 상대방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말았다. 전쟁은 상대의 저항의지를 꺽는 것인데 오히려 투쟁의지와 저항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고 말았다

미군의 첨단 군사력이 오히려 인민의 저항의지를 고양시켰다는 것이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이후 국제적인 분쟁이나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군사력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전쟁을 정책의 하나로 본 것이다. 원래 미국은 전쟁을 정책의 수단으로 인식하지 않는 영미적 전쟁관의 영향을 받았으나, 베트남 전쟁이후 전쟁을 정책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클라우제비츠적 전쟁관의 영향을 더욱 강력하게 받게 된 것이다.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화 작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전쟁수행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안정화 작전을 잘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 미국은 국제적인 분쟁해결을 위해 전쟁을 중요한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다. 최근 미중패권 경쟁도 군사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아프간에게도 이기지 못한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미중 패권경쟁의 본질적 문제는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비군사적 경쟁을 군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가 미국을 오히려 미중패권경쟁에서 뒤떨어지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의 문제는 반성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니 거기에서 반드시 얻어야할 교훈도 얻지 못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