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대장동 게이트, 권력을 이용한 자본의 원시적 축적

권력과 돈은 모래성 쌓는 것과 마찬가지다. 권력이나 돈은 원래가 한군데에 머무는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 끊임없이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끝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권력자는 선정으로 어떤 권력자는 폭압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 아무리 선정을 하더라도 권력은 손에 쥔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폭정을 하면 권력은 마치 구멍난 축구공 처럼 찌그러든다.

돈과 권력은 그래서 같이가지고 있으면 더욱 힘들다. 돈이나 권력중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그래도 여유를 누릴 수 있지만 돈과 권력을 둘다 가지려고 하면 삶이 피폐해지고 주변사람들이 힘들어진다.

전국시대를 마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돈과 권력을 철저하게 나누었다. 상인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했고 정치는 돈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 큰 번은 중앙정치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고 작은 번이 중앙정치를 이끌어가게 했다. 철저하게 돈과 권력을 나누어 놓았다. 그덕분에 일본은 전국시대를 완전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시대는 달라도 살아가는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서양의 국민경제 체제가 동양의 정치체제보다 무조건 앞서는 것 같지는 않다. 서양의 부르주아 국가체제는 돈있는 자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서양의 자본주의 체제의 원형은 아마도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일 것이다.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돈있는자가 정치를 장악했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돈있는 자들이 정치를 장악하는 방식이 조금 바뀌었다. 선거와 투표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회구성의 원리는 돈과 정치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양의 자본주의는 자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도덕률 같은 것이 스스로 생겨났다. 소위 인권이니 기업윤리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동양, 그중에서도 한국의 자본주의는 서양의 자본주의와 많이 다르다. 아마도 역사적 경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정치권력이 자본을 통제했다. 강력한 정치권력이 자본을 통제하는 것이다. 특히 박정희와 전두환 같은 군사정권은 자본을 완전하게 통제했다.

민주화이후 정치권력이 자본에 의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같은 기업은 돈으로 정권을 매수하려 한다는 의심을 끝없이 받아왔다. 자본은 그 속성상 정치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자본의 축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이 어떤 방향을 향하는가에 따라 자본의 축적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민의 삶을 위하는 정치는 자본의 이익과 대체로 상반되는 경향을 지닐 수 밖에 없다. 국가가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자본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뛴다. 독재라고 비난받던 박정희와 전두환 때 인민의 삶의 수준이 더 높았던 이유다.

노무현 정권은 삼성공화국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 자본이 정치권력에 가장 많이 진입했을 것이다. 한번 진입한 자본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다. 돈맛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대장동은 권력이 돈맛을 보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를 보여주는 예다. 자본으로 부터 돈을 받는 것이 성에 차지 않으니 이제는 직접 권력을 이용해서 돈을 만들었다.

이재명은 새로운 자본주의 역사의 장을 열었다. 자본이 권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 자본을 만드는 것이다. 이재명의 대장동 게이트는 권력을 이용한 자본의 원시적 축적에 다름아니다.

이재명은 민주주의도 오염시켰고 자본주의 질서도 붕괴시켰다. 그냥 그렇고 그런 부정부패와 차원이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