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짧은 소풍! 한국의집 - 고호재
오늘은 몇 주 전에 예약을 한 한국의집 - 고호재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다른 참여 행사들을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발견하였습니다. 여자 친구도 없고 같이 갈 친구도 없는지라 무슨 찻집이냐~ 하고 대충 보고 있는데 한옥으로 되어 있고 다과상이 너무 이쁘게 차려 나오는 걸 보고서 순식간에 예약을 해버렸습니다. 선예약 후 어머니한테 10/30 날 방문 예정이라고 같이 가자고 말씀드렸네요 ㅎㅎ...
분명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커피도 별로 안좋아하시고 카페 같은 곳도 안가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지인들하고 카페도 다니시고 저랑도 카페에 가서 이야기하다가 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예전부터 어머니 모시고 다과상이 나오는 곳에 한번 가고 싶었던 터라 이번 소풍이 너무 좋은 기회 같았습니다. 거기에 아버지는 한옥과 같은 전통적인 건축 양식이 있는 곳을 구경하시는 걸 좋아해서 흔치 않은 두 분 니즈의 교집합이라 너무 마음이 편했네요.
충무로역 3번 출구에서 몇분 걸으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었습니다. 충무로는 익숙치 않아서 더 신기했는데 이런 곳에 이렇게 큰 한옥 건물이 있어서 더 신기했네요. 예약시간보다 많이 일찍 와서 밖이랑 안을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입장했습니다.
입장 한 곳 내부도 역시 외관과 한옥 느낌이 나게 꾸며져서 뭔가 더욱 색달랐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저 평상으로 된 곳에서 먹는게 좋기도 하고 초반에 잠깐 하는 전통무용 공연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허리 건강을 위해 저는 의자가 있는 테이블로 갔습니다. 그래도 저 공연하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 다행이었습니다.
공연이 있다고만 알았지 별 기대 없었는데 막상 보니까 너무 색달랐네요.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신 공연가 분께서 음악의 시작과 동시에 저희가 들어온 입구부터 흔들림 없이 차분한 발걸음으로 들어오신 뒤 인사를 하시고 저 평상들이 위치한 곳으로 올라가셔서 공연을 하시는데 아 문명의 이기 - 유튜브가 없던 시기의 살던 양반들이 이거 보면 얼마나 이쁘고 멋지고 설렜을까 하면서 이야... 멋있다... 하면서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볼 생각 없어서 집에서부터 안경 가방에 넣고 갔다가 공연 시작하고 1분만에 안경 낀 건 안 비밀...)
공연이 끝나고 곧 이어 다과상이랑 식혜가 나왔습니다. 무슨 다과랑 차인지 직원 분이 하나 하나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아 이게 무슨 음식인지 더 알고 먹으니 즐겁고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요리를 잘하시다 보니 입맛이 보통 까다로운게 아니신 아버지도 잘 드셔 주셔서 더욱 즐거웠네요. 아버지가 건강 생각하신다고 단 거를 절제하시는 편인데 식혜를 여러번 따라 드셔서 아들로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옆에서 기분 좋게 계시던 어머니 모습 보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고호재에는 결국 오래 안 있고 나와서 밖에서 식사도 하고 근처에 있는 남산한옥마을 쪽도 구경하고 해서 고호재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과 이렇게 오랜만에 나와서 아들 노릇한 게 좋은 날이었습니다. 엄마한테 차마시면서 나도 결혼하고 나면 나 살기 바빠서 이렇게 못하지 않겠냐 가기 전까지 잘하다 가려고 한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말은 그리 했지만 부모님이 나랑 평생 사시지도 내가 부모님 곁에 평생 있을 수도 없으니 아버지 평소 하시던 말씀처럼 있을 때 좋은 추억 가지려 노력하면서 잘 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흠... 능력이나 성품이나 부족한 면이 많아서 좋은 아들이라고는 생각 안하는데 오늘 부모님 모시고 온 자식은 나 빼고 딱 한테이블 있었고 아들이 모시고 온 집은 나 밖에 없더라~ 오늘은 그래도 준수한 아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그럼~~ (당당)
부모님 건강하실 때 자주 다니는 게 좋지. 이제 나는 그러지 못한다는... ㅠㅠ
이햐~ 이런 곳이 서울 안에 있었다니;; ㅎㅎㅎ
아들이 이러기 진심 쉽지 않음ㅋㅋ
그래서 나도, 그사람도, 그분들도
모두 너를 엄청 예쁘게 보고 칭찬하는거지 'ㅡ' ㅋㅋㅋ
빅곰이 분명 복 받을겨!!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