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조선왕조실록으로 보는 한양의 조성steem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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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는 정도전에게 궁궐의 터를 정하도록 지시하게 된다.

태조 3년 9월 9일 (1394년 명 홍무(洪武) 27년)
판문하부사 권중화·판삼사사 정도전·청성백 심덕부·참찬 문하부사 김주·좌복야 남은·중추원 학사 이직 등을 한양에 보내서 종묘·사직·궁궐·시장·도로의 터를 정하게 하였다. 권중화 등은 전조 숙왕(肅王) 시대에 경영했던 궁궐 옛터가 너무 좁다 하고, 다시 그 남쪽에 해방(亥方)의 산을 주맥으로 하고 임좌병향(壬座丙向)이 평탄하고 넓으며, 여러 산맥이 굽어 들어와서 지세가 좋으므로 〈여기를 궁궐터로 정하고〉, 또 그 동편 2리쯤 되는 곳에 감방(坎方)의 산을 주맥으로 하고 임좌병향에 종묘의 터를 정하고서 도면을 그려서 바치었다.

종묘와 사직의 터도 살펴보다.

태조 3년 11월 2일 (1394년 명 홍무(洪武) 27년)
임금이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와 서운관(書雲觀)의 서리들을 인솔하고, 종묘와 사직의 터를 살피었다.

종묘에 심기 위하여 용산에 있는 나무를 살펴보다.

태조 3년 11월 10일 (1394년 명 홍무(洪武) 27년)
임금이 용산강(龍山江)에 거둥하여 종묘(宗廟)의 재목을 살펴보았다.

왕도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후토와 산천의 신에게 고하고 시작하다.

태조 3년 12월 3일 무진 (1394년 명 홍무(洪武) 27년)
왕도 공사의 시작에 앞서 황천 후토와 산천의 신에게 고한 고유문.

임금이 하루밤을 재계(齋戒)하고, 판삼사사 정도전에게 명하여 황천(皇天)과 후토(后土)의 신(神)에게 제사를 올려 〈왕도의〉 공사를 시작하는 사유를 고하게 하였는데, 그 고유문(告由文)은 이러하였다.

"조선 국왕 신 이단(李旦)은 문하 좌정승 조준과 우정승 김사형 및 판삼사사 정도전 등을 거느리고서 한마음으로 재계와 목욕을 하고, 감히 밝게 황천 후토에 고하나이다. 엎드려 아뢰건대, 하늘이 덮어 주고 땅이 실어 주어 만물이 생성(生成)하고, 옛 것을 개혁하고 새 것을 이루어서 사방의 도회(都會)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윽이 생각하니, 신단은 외람되게도 어리석고 못난 자질로서 음즐(陰騭)의 기쁨을 얻어, 고려가 장차 망하는 때를 당하여 조선(朝鮮) 유신(維新)의 명을 받은 것입니다. 돌아보건대, 너무나 무거운 임무를 짊어지게 되어 항상 두려운 마음을 품고 편히 지내지 못하고, 영원히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모하려고 하였으나 그 요령을 얻지 못했더니, 일관(日官)이 고하기를, ‘송도의 터는 지기(地氣)가 오래 되어 쇠해 가고, 화산(華山)의 남쪽은 지세(地勢)가 좋고 모든 술법에 맞으니, 이곳에 나가서 새 도읍을 정하라.’ 하므로, 신 단(旦)이 여러 신하들에게 묻고 종묘에 고유하여 10월 25일에 한양으로 천도한 것인데, 유사(有司)가 또 고하기를, ‘종묘는 선왕의 신령을 봉안하는 곳이요, 궁궐은 신민의 정사를 듣는 곳이니, 모두 안 지을 수 없는 것이라.’ 하므로, 유사에게 분부하여 이달 초4일에 기공하게 하였습니다. 크나큰 역사를 일으키매, 이 백성의 괴로움이 많을 것이 염려되니, 우러러 아뢰옵건대, 황천께서는 신의 마음을 굽어 보살피사, 비 오고 개는 날을 때 맞추어 주시고 공사가 잘되게 하여, 큰 도읍을 만들고 편안히 살게 해서, 위로 천명(天命)을 무궁하게 도우시고 아래로는 민생을 길이 보호해 주시면, 신 단은 황천을 정성껏 받들어서 제사를 더욱 경건히 올릴 것이며, 때와 기회를 경계하여 정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신하와 백성과 더불어 함께 태평을 누리겠나이다."

또 참찬문하부사 김입견(金立堅)을 보내서 산천(山川)의 신(神)에게 고유하게 하였는데, 그 고유문은 이러하였다.

"왕은 이르노라! 그대 백악(白岳)과 목멱산(木覓山)의 신령과 한강과 양진(楊津) 신령이며 여러 물귀신이여! 대개 옛날부터 도읍을 정하는 자는 반드시 산(山)을 봉하여 진(鎭)이라 하고, 물[水]을 표(表)하여 기(紀)라 하였다. 그러므로, 명산(名山) 대천(大川)으로 경내(境內)에 있는 것은 상시로 제사를 지내는 법전에 등록한 것이니, 그것은 신령의 도움을 빌고 신령의 도움에 보답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대, 변변치 못한 내가 신민의 추대에 부대끼어 조선 국왕의 자리에 앉아, 사업을 삼가면서 이 나라를 다스린 지 이미 3년이라. 이번에 일관의 말에 따라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종묘와 궁궐을 경영하기 위하여 이미 날짜를 정했으나, 크나큰 공사를 일으키는 데 백성들의 힘이 상하지나 아니할까, 또는 비와 추위와 더위가 혹시나 그 때를 잃어버려 공사에 방해가 있을까 염려하여, 이제 문하 좌정승 조준과 우정승 김사형과 판삼사사 정도전 등을 거느리고 한마음으로 재계하고 목욕하여, 이달 초3일에 참찬문하부사 김입견을 보내서 폐백과 전물(奠物)을 갖추어 여러 신령에게 고하노니, 이번에 이 공사를 일으킨 것은 내 한 몸의 안일(安逸)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요, 이 제사를 지내서 백성들이 천명을 한없이 맞아들이자는 것이니, 그대들 신령이 있거든 나의 지극한 회포를 알아주어, 음양(陰陽)을 탈 없이 하고 병이 생기지 않게 하며, 변고가 일지 않게 하여, 큰 공사를 성취하고 큰 업적을 정하도록 하면, 내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도 감히 나 혼자만 편안히 지내지 않고 후세에 이르기까지 때를 따라서 제사를 지낼 것이니, 신도 또한 영원히 먹을 것을 가지리라. 그러므로 이에 알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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