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사회적 비용과 컴퓨팅 비용

in #ethereum4 years ago

미국정부에서 은행의 퍼블릭 스테이블코인을 승인했다는 이야기와 그에 대한 비용적 효용성을 카지노 딜러에 빗대어 표현해 주신 정순형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정순형님은 한국 이더리움 개발 1세대로 블록체인기술개발연구기업 온더의 대표입니다.


카지노는 고객들의 비행보다 보다 딜러들의 비위를 더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딜러들은 시스템을 더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만큼이나 더 쉽게 시스템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내에 수많은 CCTV는 고객들이 아닌 딜러의 손을 주시하고 있다.

카지노 뿐만 아니다. 덩치가 커진 조직은 내부에 구성원의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겹겹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이것 대부분은 사외 고객들이 아닌 사내의 부정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다.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러한 장치들은 일종의 사회적 비용이다. 수많은 제도와 견제장치는 부정, 부패, 비리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동시에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일의 진척 속도를 늦춘다. 문에 잠금장치가 많이 걸려있으면 도둑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되지만, 그만큼 여닫는 시간도 길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지난 4일 미국의 통화 감독청은 은행의 결제 및 송금 업무에 공개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는 법률 해석서를 내놓았다. 쉽게 말해서 정부기관에서 공개(퍼블릭) 블록체인에 유통되는 코인을 쓰겠다고 발벗고 나선것이다.

그리고 이 해석은 기존에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던 영역에서 계속 거론되던 폐쇄(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사망을 뜻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카지노-딜러-고객 문제로 돌아가보자. 카지노는 고객보다 딜러를 더 두려워한다. 고객보다 딜러가 더 시스템을 악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카지노를 정부, 금융기관을 딜러, 고객들을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과 개인으로 대입해보자.

만약 금융기관이 폐쇄형 블록체인을 쓴다면, 폐쇄형 블록체인의 특성상 정부는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장치들을 더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폐쇄형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검증을 특정 기관에 매우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공개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이러한 견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공개 체인의 인프라는 누구나 참여하여 검증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들중 하나는 폐쇄 블록체인이 공개 블록체인보다 더 감시와 통제가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은 반대에 더 가깝다. 공개체인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쉽게 감시하고 통제가능하다.

예를들어 금융기관에 예치된 달러(원화)와 1:1로 대응하는 코인을 발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규제기관은 달러의 예치금에 해당하는 코인이 적절하게 발행했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해보자. 공개체인과 폐쇄체인 중 어느것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가?

1)폐쇄형 체인이라면 단순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폐쇄 블록체인의 컨소시엄 기관들이 인프라 수준에서 담합이 이루어 지지는 않았는지 다시한번 들여다봐야 한다.

2)반면에 공개 체인이라면 블록체인상의 데이터만 들춰보면 된다. 왜냐하면 해당 데이터를 이미 불특정 다수의 검증을 거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이더리움 체인에 이더 수수료를 내고 쓰는것이 폐쇄체인을 운영하는 기관들을 감시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미국인들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합리적인 것 같다. “블록체인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대신 컴퓨팅 비용을 더 지불하는 시스템이다”라는 명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의 규제기관과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의 분리를 이야기한다. 공개체인인 이더리움을 수수료 내고 이용하는 것이 어설픈 컨소시엄 합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운영하는 프라이빗 체인보다 훨씬 싸고 효율적인 일이란걸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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