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i Mine] 에너지 마인 한국 진출 행사 참여 후기
경위
블록체인 패러다임이 지금 센세이션을 일으켜 준 것이 내게는 행운이다. 25살 이하일 땐 여러 비즈니스와 융합되는 블록체인에 대해 정확히 감이 안잡혔을 것이고, 50살 이상 때 만났으면 커리어와 융합시키기 애매했을 것 같다. 새로운 큰 패러다임이 몇 십년 주기로 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운이 좋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게다가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에 완전히 몸을 담그긴 어렵다. 그래서 내 맘에 들며 직접 접근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과 최대한 가까이 지내고 있다. 내 자본과 커리어를 동시에 발전시켜줄 확실한 길로 보이기 떄문이다.
1월 즈음에 꽤 많은 ICO 프로젝트 백서들을 읽어보았고 에너지 마인 프로젝트에 가장 마음을 두었다. 그 후 지속적으로 텔레그램 그룹방 등등에서 날카롭게 질문하며 어그로(?)를 끌어왔다. 그러던 중 한국에 오피스가 생겼고, 언제든 누구나 만나준다길래 대뜸 만났다.
이것이 ICO 프로젝트의 장점인데,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을 빈털털이 신분으로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1) 사업 초기단계이기에 한명한명 투자해 줄 사람이 소중하며 (2) 설령 투자를 안하더라도 블록체인 프로젝트 특성상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공짜로 안목을 넓히고 영어 회화 연습을 할 수 있으므로 서로 윈윈이다.
아무튼 열심히 어필한 결과 어느 순간 에너지 마인 프로젝트에서 리스트에 올라간 모양이다. 문제는 블로그 포스팅 등을 통해서 community influencer로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개발자로서 기웃거려본 것인데.... 심지어 성격상 여기저기 커뮤니티를 넘나들며 내 블로그를 광고하고 다니지도 못한다.
다행히 그들이 홍보형식으로 뭔가를 바라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혼자 고찰하고 담백하게 확실한 정보전달에만 주력할게"라는 내 말에 반기고 있다. 그러면서 필요한 내부 소스는 얼마든지 제공하겠다고 하니, 거기 맞춰서 앞으로 포스팅을 쓰면 될 것 같다.
에너지 마인은 에너지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다. 프로젝트 내용은 이 포스팅 하단에서 다루고 있다. 이들과 관계된 사회정치적 이슈와 기술들이 아주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재밌는 주제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한국 공식 진출 기념 네트워크 파티
에너지 마인에서 4월 11일 오전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녁에는 네트워크 모임을 열었다. 나는 저녁 모임에 참석하였는데, 한국 대기업들에서 온 사람들이 초청된 모임이었다.
경치가 아름다운 호텔이었다. 그냥 꼭대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
CEO의 발표
시간이 되자 사람들을 모아놓고 CEO인 오마르 라힘의 발표를 들려주었다. 처음엔 왜 다들 아는 내용을 발표 하는 지 궁금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들만 모인 줄 알았었고, 나만 해도 백서를 몇 번씩 읽어서 대신 나가서 발표해줘도 될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거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로젝트에 대해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회사에서 보내서 온 것이었다.
홍보대행사에서 발표 통역도 해주었다. 참고로 에너지 마인 한국 오피스에서는 한두명 직원만 있는데, 인터넷에서는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쏟아진다. 그동안 어떻게 수많은 기자들과 대기업들에 컨택했는지 궁금했었는데, 바로 홍보대행사를 이용해서 진행한 것이었다. 전문적인 마케팅 팀이 영국에서 서포팅 한다는데, 분명히 매우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왔다. 대중에게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존재감 없지도 않게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고, 그것이 팀 내 아주 작은 인원에 의해 컨트롤 되고 있다.
발표 내용에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다음과 같은 것이 인상깊었다.
CEO는 behavior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이 실제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연구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한국에 진출 한 이유가 에너지 시장의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공감은 가지 않지만 에너지 분야는 좀 다른가보다.
한국이 가상화폐에 익숙하다는 것을 아주 크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인은 탐욕에 찌들어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고( 내 의견 ) 그래서 일반 대중들이 좋게 보진 않지만, 그게 여러 실험적인 활동이 필요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 동력을 준다. 이것은 다른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네트워크 시간
CEO 발표 이후 케이터링 형식으로 저녁식사가 나왔고 자유롭게 식사하면서 네트워크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이것이 아마 일반적인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일 것이다. 가볍게 식사를 하면서 모르던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것이다.
케익도 있었다. 일단 케이터링이 정말 맛있었는데 허겁지겁 먹느라 단 한장 사진도 찍지 못했다....
다른 기업 사람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1) 기업마다 사람들이 두세명씩 짝지어서 와서 그들끼리만 대화를 나눴고 (2) 대부분 사람들이 프로젝트는 커녕 블록체인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조금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3) 영어를 못해서 홍보대행사 직원들한테 프로젝트 내용을 묻고 있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재밌는 경험들을 할 수는 있었다.
로드 리즈데일 상원의원
사실 행사를 시작할 때부터 이 사람만 보고 있었다. 로드 리즈데일은 영국의 상원의원이며 에너지 관련 일을 25+년 해온 사람이다. 프로젝트의 백서에 이미 팀원으로 들어가있지만 그저 정치적 이득을 위해 advisor 역할만 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실제로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 정부를 만날 때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질 폰카로 찍으면 후광효과가 생긴다.........T.T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내 앞에 서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먼저 경호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없다 할지라도 사적인 대화를 거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외국의 사회 상류층 사람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거치면서 그들 특유의 여유와 사람 한명한명에게 집중해주는 예의를 몸에 갖추고 있다. 그래서 부족한 영어로도 다가가 인사를 했고, 역시나 흔쾌히 대화를 나눠줬다.
- 나 : 1월에 에너지 마인 백서를 읽을 때만 해도 실제로 만나게될 줄 상상 못했다
- 의원찡 : 하하하 나야말로 반갑다
- 나 : 정치인이 팀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국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가상화폐 프로젝트와 관련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 의원찡 : 문제가 생기겠지
- 나 : 영국의 분위기는 안그런 모양이다
- 의원찡 : 나는 에너지 프로젝트를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게 에너지 마인이 된 것 뿐 가상화폐랑은 별 관련 없다고 봐도 된다.
- 나 : 가상화폐는 그 자체로도 아주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되는 것 같다
- 의원찡 : 가상화폐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가치를 만들었다. 금 덩어리는 들고서 사람을 내려 찍으면 쓸모라도 있는데 말이지
- 나: !??
- 나: 내려찍나염?
- 의원찡 : 응 이렇게 (뚜쒸). 하지만 어차피 근원에 들어가면 가치라는 건 없다. 사람에 의해 부여되는 것일 뿐이다.
- 나 : 나 또한 그에 대한 고찰을 한 적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주식이 가상화폐와 본질적으로 다른 뭔가가 있다고 믿고 그래서 부정한다.
- 의원찡 : (절레절레) 전혀 아니다.
- 나 : 한국이 타깃이 되는 것에 의문이 든다. 한국 정부와 한국전력은 자기네가 가진 것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 의원찡 : 한국 또한 에너지 소비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제안을 하고 있다.
- 나 : 영국에 에너지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 것을 알고 있다.
- 의원찡 : 응 에너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고 문제가 많다.
- 나 : 브렉시트와 관련해서 정치적인 얘기도 나타나는 것 같다
- 의원찡 : 그것과 에너지 섹터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골치아픈 문제이기는 하다.
- 나 :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게 있다. 영국 수상 질의 시간에 참여하는가?
- 의원찡 : 이번에는 못했는데 당연히 한다.
- 나 : 짱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만나면 서로 소리지르기만 하는데, 그쪽은 질러도 논리적으로 소리지르는 게 참 재밌다.
- 의원찡 : 하하하 이번 수상이 잘 해낼지 걱정이다
- 나 : 전임 수상 영상은 가끔 봤는데 정말 재밌더라
- 의원찡 : 그 사람은 물건이었지
그 외 좋은 얘기들을 해줬고, 생각보다 유머가 있는 사람이었다.
Synco 대표
장유위라는 Synco의 공동 설립자를 만났다. 이 회사덕분에 에너지 마인 오픈 카톡방이 더 바글바글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에너지 마인에 대해 좋게 평가해서 한국 사람들을 많이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원래 한국 내에서 유틸리티 코인을 만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그것도 코인끼리 연결하는 모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차려진 밥상에서 눈먼 돈 뺏어가는 격이라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그래서 Synco의 컨셉을 가볍게 봤을 때도 그냥 넘겼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장유위 씨와 얘기를 해보니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록체인이 대중에게 좀 더 올바르게 이해되고, 또 괜찮은 프로젝트를 찾아서 공유하면서 커뮤니티를 개선시켜가려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싱코코인은 중간에 윤활작용을 시켜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이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은 만큼 아주 많은 돈이 스캠 프로젝트에 의해 빠져나갔을텐데 그 부분만 방지시켜주더라도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Synco의 사업으로서의 모델은 분명 사회적 기업들이 가지는 것과 같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의 모든 전제가 각 ICO를 객관적으로 잘 평가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훌륭한 해외유학파 출신들이 모여서 분석을 하니 최소한도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겠지만, 조금만 규모가 커져서 생태계를 만들려고 시도하다보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래도 대표가 스스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 ICO 및 가상화폐 해프닝이 이어지는 동안은 믿을 만한 단체로 활동하리라 기대한다. 내가 개발자라고 말하자마자 대뜸 거래소를 만들 수 있냐고 묻는 걸 봐서 인력난이 큰 모양이다. 우리나라에 실력있는 개발자가 많은 데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프로젝트의 사람들
행사에는 다른 프로젝트 멤버들이 와있었다. VRT, MedicalChain 등등.. 이들이 처음에는 파트너쉽을 맺어서 와있는 줄 알았는데, 그저 에너지 마인의 멤버들과 개개인이 네트워크가 이어져있어서 온 모양이다. 이는 에너지 마인 입장에서 분명히 배려를 해준 것이다.
그들은 말을 걸면 정말 열심히 내 볼에 (실제로) 침을 튀겨가며 자기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별거 없어보이는 모델도 있었고, 아주 흥미로운 모델도 있었다.
bidooh 프로젝트가 흥미로웠는데, 공공장소의 디스플레이들에 소프트웨어를 깔고 전세계 어디에서든 싼 가격으로 광고를 싣게해줄 수 있는 것이다. 실용성이 크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사업 시작하자마자 파트너사가 꽤나 생긴 모양이다. ICO도 할 거라 했는데 블록체인과 접목해서는 어떤 부가가치가 나올 지 모르겠다. 만약 블록체인 모델까지 아이디어를 잘 내면 괜찮을 것 같고 시간이 나면 한번 보려고 생각 중이다.
Medicalchain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크게 좋은 모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런 얘기를 솔직하게 해버렸다. 덕분에 매우 핀잔어린 표정을 보고 말았다. 설명하는 것을 보니 사업의 규모는 빠르게 커져가고 있는 것 같았다.
bidoo의 대표와 medicalchain의 멤버.
마무리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도 만나고 평소에 잘 얘기하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특히 사업가들 특유의 무모하리만치 확신에 찬 태도는 항상 내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다. 2017년의 ICO에 비해 지금 더 강력한 커뮤니티와 체계가 나타나는 건 확실해보인다.
그렇지만 아직 일반 대중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생각보다도 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가상화폐에 투자할 것이라면 그에 걸맞는 노력을 같이 투자하는 게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런지. Synco나 에너지 마인 같이 공공을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있으니 허허벌판에 돈 뜯어가려는 사기꾼들만 있는 동네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