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1

in #diary7 years ago (edited)

스팀이라는 곳을 알게되고 뭐라도 끄적이고 싶어서 예전 블로그에 묵혀놨던 일기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반응이 좋으면 계속 써내려가려고 합니다.
글재주가 많이 부족하고 의식의 흐름으로 작성한
일기라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여러사람에게 공개되는 곳에서의 일기를 쓰는 거도 재미있을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 다시 처다보았을때 지금 이 생각을 보며 이불을 차거나 포스트를 지울수도....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지금 대한민국 육군에 복무중이다. 이 얘기를 꺼내자면 군사보안이니 복무기강이 해이해졌다느니 여러 말이 많이 나올것 같아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

일단 나는 장교다. 그렇다고 뭐 별을 달거나 연금을 받고 싶어 직업군인을 선택한 것은 아니고,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여기, 육군에 있는 중이다.

군 소속은 밝히지 않는 편이 향후 내 앞날에 좋을것 같으니 넘어가고, 내 업무는 군단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재무제표작성장교다.

재무제표작성장교....직책이 참 뭐 같지만 육군에서 얼마 없는 회계사 장교다. 자꾸 반말로 글을 적으니 참 글도 안써지고 가끔씩 존댓말고 섞고 해야 하겠습니다. 내 일기니까 내맘대로 할꺼다.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일단 대학교에 다닐 당시 내가 원하던 학교가 아니지만 입학했을때 희망했던 캠퍼스 라이프가 있었다. 서울에서 통학하면서 CC도 하고 이쁜 연애도 하고 여자친구랑 강의도 같이듣고....생각해보니 대학생활에서 후회되는건 연애뿐이구만...

첫 입학후 1년간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첫 오티에서 다같이 재밌게 놀고 엉망진창으로 놀고 싶었는데 그때 당시 깝치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로선 조심스럽게 놀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사귀는데 굉장히 소극적이였다. 난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같이 놀자고 막 꼬드기고 그럴줄 알았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냥 아싸가 되더라...뭐 내가 생긴게 그리 잘생긴게 아니였으니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옆에서 나랑 같은 성격의 친구를 보며 많이 느꼈다. 그친구는 꽤나 잘생겨서 여러 선배들이 같이 놀자고 꼬시더라...ㅅㅂ 부럽다기보다는 그냥 좀 그랬다.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냥 중2병이 조금 늦게까지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그냥 깝치고 친해지던가 아싸가 되던가 했어야 했는데. 그때 나한테 여학우가 "너는 잘 놀줄 알았는데 못 놀아서 아쉽다" 라고 얘기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그 친구 좀 예뻤는데 이런것만 생각하는거 보면 나도 참 뭐같네

그렇다고 완전히 아싸가 된건 아니였다. 그당시 오티에 같이온 2학년 선배와 코드가 좀 맞았다. 그 선배랑 같이 다니고, 동아리도 따라 들어갔지만. 그 동아리가 나랑은 정말 잘 안 맞았다. 허세 가득했던 내게 풍물패는 조금 그랬다.

선배와 동기들과 술을 먹고 동방에서 밤새고 하는건 참 재미있었는데 하필 풍물패였다. 여기서나 이렇게 솔직히 글을 적는거지만, 난 풍물패가 싫었다. 전통이고 귀중한 유산으로 여겨져야 하는건데 왜일까 내게 풍물패는 조금 구식이고 '멋'이 없었다.

나는 참 어리석었고 아직도 허세에 찌들어있다.

아무튼 이런저런 상황에 대학에서 큰 꿈을 그리기 싫었다. 그래서 사시나 행시를 준비하려했다. 시험을 준비하려던 찰나 그보다 조금 쉬워 보이는 회계사가 눈에 띄었다.

검색해보니 나쁘지 않은거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던게 3년이라는 시간을 CPA에 투자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론 합격했다. 주절주절 내 인생을 이야기 하자니 너무 장황하지만 뭐어때?? 내 일기고 내가 생각하는걸 쓸꺼다. 누군가 보더라도 상관없다. 알게뭐야

그 3년이라는 시험 생활에도 참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제대로된 연애도 해보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이상한 사람도 참 많이 만났다. 내 기준에서 판단한 사람들이지 절대로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나와 코드가 맞았던 사람들, 맞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세상 사람 모두 그럴것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3년동안에 내게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역시 그녀다. 그녀는 내가 1차 시험에 떨어지고 다시 1차를 준비하는 동안에 만난 여자다. 그녀 역시 같은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보다 2살 연상이였다.

대학에 들어올 당시 상상하던 연애를 했다. 같이 밥먹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술도 먹고 뭘 하든 같이 했었다. 그때 당시 나는 조금 착한아이 컴플랙스가 있었다. 뭐든 맞춰 주려고 했고 화를 참기고 많이 참았다. 그런 나를 그녀는 참 싫어했었다. 자꾸 자기만 나쁜사람이 되는것 같다고....

나는 또 그걸 맞춰 주려고 했다.

고시반 생활중에 나와 비슷한 선배가 있었다. 그형과 대화하고 같이 있다보니 그녀의 마음을 알겠더라. 뭐라고 잘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 좀 답답하기도 하고 무시하게 되기도 한다. 짜증도 나고 왜 그러냐고 화내고 싶어진다. 아마 그녀가 나한테 느낀 감정이 그런 감정이었을 것 같다.

그걸 깨달았어도 그녀에게 대하는 내 태도가 잘 바꿔지지가 않더라. 너무 익숙해진걸지도 모르겠다.

한번 그녀에게 완전 화가나서 울면서 화를 낸적이 있다. 아마 2번째 1차시험이 끝나고 였었다. 나는 운좋게 합격하게 됬지만 그녀는 떨어지게 됬다. 떨어진 그녀를 어찌할줄 몰랐다. 오히려 그녀가 더 덤덤하게 나를 대해 줬다. 정말 좋은 여자였던거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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