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지바르에 왔다. 주저리 주저리...
두 번째다. 다섯번은 오고 싶은 곳인데 이제야 두 번째다.
별생각 없이 숙소에 있다가 십 분 만에 옷가지와 노트북을 가방에 담고 나왔다. 12시 30분 배를 놓치고 4시 배를 탔다. 기다릴 때 밀려오는 먹구름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만 살짝 뿌리고 지나갔다. 지난번엔 비 올 때 배탔는데 파도 때문에 멀미가 심했다. 거의토할뻔할정도로...
잔지바에 6시에 도착했다. 페리에서 내려 숙소를 찾아가는 중에 해가 진다.
멈춰서 해가 다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작년에 처음 왔을 땐 5월 우기라 오후엔 매일 비가 왔고 해지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
이번엔 스톤 타운에만 머물 예정이라 값싼 도미토리 숙소를 잡았다. 우기라 시원할 것을 예상했다. 비수기라 그런지 아무도 오지 않았고 도미토리엔 혼자 있었다. 그런데 밤새 새벽 4시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1시까지 마을 사람들이 축구를 보면서 환호하는데 무슨 월드컵 하는 줄 알았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주로 유럽 축구를 많이 본다.
방안에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만 돌아가는데 낮보다 밤이되니 훨씬 습했다. 밤새 내일은 5만원짜리로 옮겨야지 하면서 뒤척이다가 6시 반에 일어나 씻고 방을 나왔다. 숙소 사진에 루프탑이 맘에 들어서 이곳으로 정했는데 딱 그 장소만 좋다. 아침부터 루프탑에서 바라본 스톤타운의 풍경은 녹슨 양철 지붕들 때문에 차갑고 아름다웠다. 아침부터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뿌렸고 무지개가 떴다. 완전한 반 무지개를 이뤘다.
옥상에 그렇게 앉아있으니 아침을 갖다준다. 커피와 티, 그리고 작은 접시에 몽키바나나 하나와 작은 파파야 사분의 일, 접시 하나에 작은 빵 네조각과 딸기잼, 버터, 계란스크램블 조금을 가져왔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생각했다. 여기서 나가야돼 에어컨 있는곳으로 옮길꺼야....그렇게 생각하며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을 먹었다. 조금 있으니 독일 가족 3명과 두사람의 여행자가 올라왔다. 아... 이사람들도 여기에 머무는데...
고민하다가 일단 밖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에 프론트로 내려왔다.
프로즌 아일랜드가 생각나서 물어보니 마침 갈 사람이 있다며 함께 가면 싸게 갈 수 있단다. 흠...싸니까 하루 더있자.
3만 실링(15천원정도)에 배와 입장료, 스노클링까지 퉁쳤다. 독일인 가족이 함께 갔다. 이분들은 미국 노스케롤라?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단다. 이제 독일로 돌아간다고...
배가 출발할 때 쯤에 스페니쉬라고 소개하며 한 남자가 탔다. 친구가 한국에서 2년간 일했다고...어쩌구...쫑알...서글 서글 하니 말을 잘 건다. 군대 갔다왔냐고... 총쏴봤냐고....좋냐고... 음...이럴땐 정말 사람이 대화가 될 때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같다. 영어라는 나름의 공통어가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뭐 내가 모르는 건 별개로...
그렇게 프로즌 아일랜드에 갔다. 가서 거북이를 봤다. 이걸로 유명하니까...
많은 거북이가 똥을 싸며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입장할 때 받은 양배추 잎을 준다.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대충 씹어 넘긴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거북이 있고 무거운 몸을 들고 사람에게 걸어오는 거북이 있다. 거북등을 보니 거북등을 태워 점을 봤다는데 어떻게 했을지 궁금한 생각만 들었다.
굵은 통에서 나오는 소리 같은 으워ㅋ~~~암튼 비슷한 소리를 내며 짝짓기를 한다. 이 거북 등에는 107 (살) 이라고 써있다. 음... 잠시후에 다른 곳에서도 짝짓기 하는 것을 보면 요즘 계절이 짝짓기 계절인듯하다.
철망으로 만든 작은 집에는 부화한 거북이 새끼들이 답답하게 갇혀 있다.
볼것 별로 없는 스노클링에 입으로 자꾸 물이 들어와 짠물먹고 허우적 거리다 배로 올라왔다. 야심의 고프로는 지대로 사용도 못했다.
지금은 점심후에 골목골목을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미끄러져 종아리도 까이고 노트북 메고 다니니 땀도 나고 구글 지도는 오락가락하고...겨우 잔지바 커피 하우스에 왔다. 에어컨은 없지만 선풍기를 하나 나에게 돌려놓고 앉아있다.
낯선 도시에서 이렇게 앉아있는 기분은 역시 좋다. 살아있는 것 같다.
멈춤 구글지도 때문에 어리버리 할 때, 1분도 안 되는 거리를 7분여 돌아서 데려다주며 땀흘리게 만들어 준 미운 아저씨에게 잔돈이 없어 팁을 안준게 조금 미안한 하루다.
내일은 에어컨 나오는 곳으로 가야겠다.
어느 호텔 계단에서 찍은 사진.
바로 저 상아를 가진 코끼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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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 저거 진짜 상아일까요? 혹시 무슨 고래뼈라든가... ^^ 저정도 상아를 지닌 코끼리라니, 상상이 안가요.
아프리카를 너무 괴롭혔습니다. 물론 아프리카 뿐만은 아니지만요.
아! 그리고 저도 잔지바르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