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투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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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관련된 내 글을 찾고 읽을 정도면 블록체인이 기본적으로 분산원장이라는 것과, 정보가 투명하게 운영될 때 가치가 더해지는 산업에 유용하다는 것, 그리고 거래에서 middleman cost 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으면 10분만 구글링을 해보자.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나보다 훌륭한 설명충들을 찾을 수 있다. :)
나는 지난 글(https://steemit.com/cryptocurrency/@jooddang/xl2cf)에 이어 투자 관점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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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개발중인 암호화폐들을 HTTP, TCP/IP 등의 프로토콜, 혹은 윈도우즈와 같은 운영체제에 비유했다. 이더리움(Ethereum)을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이 리스트(https://eidoo.io/erc20-tokens-list/)에 따르면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가는 코인이 수백 개가 넘는다. 아마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며칠 전 나도 재미삼아 이더리움 위에서 돌아가는 코인을 하나 만들었기 때문이다. (딸의 이름을 따서 ticker 는 BOM 이다. ㅋㅋ 토큰 세일도 할꺼다! ㅋㅋㅋ) 이렇게 인프라가 되는 코인위에서 돌아가는 코인들을 토큰(token), 앱코인(app coin), 내지는 댑(dApp; decentralized app) 이라고 부른다. 이더리움이 범용 코인이라면, 각각의 코인들은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위한 코인을 표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OS 와 같이 자기 부모 이겨먹으려는 예외도 있다.) 이렇듯 이더리움을 비롯한 몇몇 코인은 플랫폼/프로토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왜 이런 코인들에 투자를 할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왜 돈이 될까? 그 코인의 네트워크 혹은 프로토콜을 쓰려면 그 코인으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위에서 돌아가는 코인이 많아질수록 이더리움 전체 사용자가 많아질 것이고, 그 만큼 이더리움의 화폐 단위인 이더(ether)의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1950년대 한국은 산업 기반도 없었고, 살 만할 물건도 없었다. 그래서 원화의 가치는 낮았다. 하지만 2018년의 한국은 다르다. 세계 최고의 가치있는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들도 여럿 있다. 국가 경쟁력이 올라간 만큼 원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이더리움의 화폐 가치는 이와 비슷하게, 그 위에서 돌아가는 토큰들이 많아질수록 상승할 수 있다. 한국의 산업 발전과 원화 가치의 상승은 국제사회로부터의 투자와 산업역군들의 산업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더리움 재단은 ICO로 투자금을 받고, 범용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부단히 개발을 하고 있다. (대충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큰 틀에서 맞는 말이면, 엔지니어한테 경제학적으로 너무 디테일하게 따지지는 말자.. ㅜ) 이 비유가 꼭 플랫폼 코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아이템 거래용으로 쓰이는 코인이 있다고 해보자. (실제로 있다.) 게임 아이템 거래용으로만 쓰이는 앱코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게임에 쓸 수 있게 개발될수록 그 코인의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코인에 투자하는 것이다.
출처: 우리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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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에 투자한다는 개념은 사실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이전 글에서 서술했듯 IT 역사에서 A) 정부 기관이나 학교 외에는 투자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고, B)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과 사람들은 HTTP를 쓰기 위해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TCP/IP 를 쓰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했다면 이 프로토콜은 현재 수조 달러 이상의 가치를 호가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돈을 잘 벌고 기업 가치가 높다해도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토콜들은 공짜다. 개발한 기관/개발자들이 그냥 공개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정말 '그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프로토콜을 이용해 돈을 벌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무상 공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 구석이 있으면 아무리 국가 프로젝트라도 돈벌 궁리를 반드시 한다.) 반면, 이 프로토콜들 위에서 돌아가는 어플리케이션들(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은 돈을 벌기 용이했다. 기업들은 개발자들을 고용했고, 그 개발자들이 쓴 코드를 사용하고 싶은 유저들("페이스북을 한다"는 말은, 페이스북의 개발자들이 쓴 코드를 사용한다는 뜻이다.)에게서 직접 돈을 받거나, 그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 코드는 프로토콜 레이어의 코드들과는 달리, 그 기업만의 고유 자산(proprietary asset)이 되었다. 만약 이 코드들이 반출되면 엄청난 배상금을 무는 엄벌에 처해진다. 그 코드들에서 돈이 굴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유저들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도 마찬가지로 기업만의 고유 자산이 되었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IT 산업 지형이 그려진 것이다.
출처: fintechranking.com
그런데 암호화폐 시장에서 사람들은 프로토콜과 어플리케이션에 함께 투자하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 둘 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토콜에 투자를 하면 돈이 좀 더 된다. 현재 인터넷 시장에서는 돈이 안되는데 어떻게 가능할까? 첫째로 암호화폐를 디자인할 때 프로토콜에 보상 시스템을 넣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데이터가 프로토콜 레벨에 있기 때문이다(데이터는 당연히 돈이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쓸수록 돈이 더 되는 원리는 동일한데, 프로토콜에서도 수익이 발생하게 디자인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범용적으로 더 많이 쓰는 프로토콜에서 돈이 더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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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 되면 궁금해진다. 원래 공짜였던 프로토콜에 과금체제가 생기는데 안 좋은 것 아닌가? 뭉뚱그린 이 질문을 정확하게 구분을 해서 보자. 일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는 명확하게 엄청난 호재다. 시간과 재능을 갈아넣어서 개발을 해도 경제적 가치가 0 이었던 결과물에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엔지니어 만세! 공돌이 만세!)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는 것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기회이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냈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기관에서 대중들에게로 넓어졌다.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는 자는 기존의 거대 기업일 수도 있지만, 민첩하게 움직이는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새로운 자본가의 출현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블록체인 시장의 아주 초기에 시장이 커질 것을 내다보고 투자를 한 사람들 혹은 초기 암호화폐 개발 재단, 기업들은 거대 블록체인 자본가가 되어 있다. 이 변화는 그저 신흥 부호의 등장으로 돈이 많은 사람들이 바뀌는 것 뿐이 아닌가? 맞을 수도 있다. 거대 채굴업자들 같은 새로운 자본 세력이 생기는 것도 맞다. 하지만 원래 기관들만 진입할 수 있었던 상당한 초기 기술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도 사실이다. 이전 글에서 서술했듯, 기존 시스템보다 일반 대중들에게 투자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다.
출처: sureremit.io
사회 공동체 측면에서 좋은 점이 있을까? Stellar 나 SureRemit 같은 사회적 기업에 가까운 팀들이 생기는 것은 예상 가능한 시장 초기의 모델이다. 암호화폐의 장점은 새로운 코인을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그 코인 안에서 누구나 새로운 질서('토큰 이코노미'라고 부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 정부가, 시민 단체가, 혹은 어떤 형태의 단체가 새로운 경제 모델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코인을 만들고 그 안에서 혁신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 코인 이코노미의 기본 특성은 네트워크를 돌리는 컴퓨팅 자원을 임대해주면 그 대가로 코인을 주는 것인데, 하인 부리듯 머신을 돌리고 있으면 누구나 지역 화폐로 기본 생활이 가능한 소득을 누릴 수 있는 경제 모델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임대해주는 컴퓨팅 자원으로 충분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Netj 형과 잠시 써본 소설인데, 어떤 형태가 가능할지는 좀 더 상상해봐야겠다.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데이터 소유권(data ownership)이 역전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개인이 인터넷 상에서 흘리고 다니는 흔적, 그 데이터의 소유권이 당연하다는 듯 IT 기업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기업들은 그 데이터로 돈을 번다. 어플리케이션 레벨에서 데이터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에서는 다르다. 프로토콜 레벨에서 데이터가 움직이고,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데이터는 암호화를 통해 소유권이 개인들에게 귀속되게 할 수 있다. 개인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꾀할 수 있다. 이 변화는 꽤 큰 것이어서, 블록체인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날이 되면 현재의 기업들이 먹고 사는 방식, 기업 지형도 등이 상당 부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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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블록체인에의 투자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하여 모든 코인들의 주가가 쫙쫙 빠지고 코인마켓 시총도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 이 마당에 웬 미친 소리인가 할 수도 있다. 2008년 월가의 실패,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경제 구조, 성장하지 않으면 죽게 되는 기업의 모델, 뭐, 현재의 경제 모델도 우리가 익숙해서 그렇지 가만 뜯어보면 이상한게 한 두개는 아니다. 나는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모델도 이미 많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반기는 쪽이다. 블록체인이 세상의 모든 산업의 다 바꿀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상당히 많은 분야의 산업은 바꿀 수 있다. 꼭 바꿔야 한다고 보지는 않지만, 바꿀 가능성이 있고, 바꾸면 좋겠다.
출처: fxstreet.com
모든 그래프가 우하향을 그릴 때, 다 끝난 것 같았을 때, 이 글을 남기고 싶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노파심에 다시 말하지만, 이 산업은 다른 산업의 초기와 마찬가지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초기 투자란 기회인 만큼 리스크도 크다. 모든 것은 AYOR(At Your Own Risk) 임을 명심하자.
사족1.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산업에서 우리 나라만 뒤쳐질 수는 없기 때문에 거래소 폐쇄를 반대했다. 중국 정부가 ICO ban을 하고, 거래소들을 위협하면서 많은 중국 자본들은 한국으로 향했다. 다행히 한국 정부가 거래소 폐쇄는 아니라고 방향을 선회했지만, 중국으로부터의 반사 이익을 레버리지 할 기회를 얻었는데, 그 어드밴티지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 나라 관료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스위스는 암호화폐 회사 유치에 국가 차원에서 앞장서고 있어서 큰 산업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그렇게 좋아하는 외자 유치도 될텐데...) 한국은 한 산업의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이 기회를 이렇게 또 놓치나 싶다. "선진국들"이 어떻게 하나 눈치 보느니,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및 규제의 가이드라인을 한국이 정의하겠다는 배포를 볼 수는 없을까. 개개인만 보면 한국인들 참 똑똑한데 말이다.
사족2.
내가 블록체인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롱테일 경제이기 때문이다. 계층 없는 다수에 의한 다수의 경제 시스템이다. 경계와 특권을 허물고 롱테일에게 기회를 열어준다. (아, 예, 물론 이상적일 때의 이야기 맞습니다. 현재는 그렇지 않지요.) 기업들이 꽉 잡고 있던 데이터, 기관들이 꽉 잡고 있던 투자 기회 등을 일반 대중에게 열어준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코인을 만든다, 혹은 현대가 현대 코인 만든다, 그러면 위화감을 느낀다. 마치 해적들이 바다의 질서를 바꾸어 놓고 있는데, 대형 상단이 와서 나도 해적이야! 하는 느낌이랄까. 돈 없는 롱테일 쪽의 팀이 롱테일로부터 모금을 하는 게 이쪽의 경제 모델에 더 맞다. (네, 퍼블릭 체인에 한해서 말입니다.)
Cheer Up!
thanks for cheering up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업보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Welcome to steemit. Great post.
Follow me on https://steemit.com/@manashjyoti
Thank you manashijyoti! :)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최근 여러모로 시장이 힘들때 보는 오랜만의 공격적인 글이네요.
처음 블록체인 기술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이 오랜만에 다시 올라왔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덧. kr 태그 그리고 coinkorea 태그를 사용하시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아니 이런 꿀팁을 ㅠㅠ 넘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coinkoreea tag를 제일 먼저 써야겠네요... ㅋㅋㅋ
네, 암호화폐 관련 글은 coinkorea 태그를 많이 답니다.
장문의 글들은 kr-writing 태그도 쓰는 것 같습니다.
kr 태그 시리즈들은 https://steemit.com/kr/@jaehyunlee/kr-kr 게시글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
아하. 좋은 참고 글 링크 감사합니다 :-)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훌륭한 분석의 글이신 것 같은데 voting을 못받고 계신것 같아 fullvoting 드립니다.
resteem 하였습니다.
좋은 글 계속 부탁드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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